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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인 당신과 손절하라

뫼비우스의 띠를 끊어내고 싶은 이들에게

by 인문학 큐레이터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은 안정성을 추구한다. 천적에게 공격받지 않고 내 주거환경이 안전하고 내가 먹는 음식에 독이 들어있지 않은 상태. 동물들은 내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항상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식물들은 자라나기 위해 햇빛쪽으로 몸을 돌린다.



인간들은 어떻게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을까? 사실 인간은 동식물처럼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공격을 받지 않는다. 누군가 갑자기 내 집을 부순다거나 공격을 한다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고 갑자기 먹을 양식이 떨어질 정도로 빈곤해진다면 국가에서 기초수급대상자로 지정해 끼니를 해결할 수 있게 지원을 해준다.



어쩌면 매 순간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목숨걸고 노력해야하는 존재들보다는 인간으로 태어난 것은 축복일 것이다. 하지만 안전하다는 것이 인간의 궁극적 행복을 만족시키진 않는다. 다른 생명들과 인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지능이 과도하게 발달했다는 점.



매슬로우의 욕구계층이론에 대해 알고 있는가? 가장 유명한 것은 5대 욕구이론이다. 손절언니는 이 이론은 실제로 경험해봤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매슬로우.png 출처 나무위키

위 사진은 8대욕구에 대한 계층이론이다. 이를 다시 5대 욕구로 축소해보면 생리적 욕구 - 안전 욕구 - 소속의 욕구 - 존경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가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할 점은 자아실현의 욕구이다. 주변을 돌아봐도 당장 화장실을 못간다거나 끼니를 굶는다거나 생명에 위협을 받는다거나 하는 사람은 거의 전무할 것이다. 생리적욕구나 안전욕구는 인간에게는 태어나자마자 충족이 된다. (물론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보통의 확률을 말하는 것이다.) 태어나자마자 대한민국의 일원으로서, 가족이라는 집단에 소속되고 8살이 되며 학교라는 집단에 소속된다. 우리는 항상 어딘가에 소속되며 집단의 일원으로 활동한다.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며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거나 인정을 받기도 한다.



손절언니는 5대 욕구 중 존경의 욕구까지 온전히 느껴본 사람이다. 대기업에 취업해 주변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고, 부모님의 자랑이었으며, 회사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 능력을 인정받았던 촉망받는 3년차 직원이었다. 이미 대기업 종사자였기에 또래보다 많은 급여를 받았지만, 프로젝트도 성공시키며 성과금을 받자 대기업 과장급 월급을 받은 적도 있다.



당시 29살이었고 여러 부서에서는 손절언니를 데려가겠다며 욕심을 내는 인재였다. 손절언니는 과연 행복했을까? 아니. 그때의 기분을 정확히 말하자면 한마디로 '공허했다'. 급여통장에 찍힌 급여는 돈으로 보이지 않았고 내 인생을 갉아먹은 총량처럼 보였다. 정말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오늘을 살아가는가? 당장 먹고 살기 급급해 원하지도 않는 일을 하는가? 나는 어차피 능력도 없고 재능도 없고 하고 싶은것도 없으니까 그냥 회사에서 고용해준것으로도 감사해하는 사람인가? 허탈함을 느끼던 나는 매일 아침이 두려웠다. 다른 사람들처럼 단순히 회사가기 싫다가 아니라 두렵고 고통스러운 나머지 눈을 뜨고 싶지 않았다.



손절언니가 유난스러워 보이는가? 그때 내 머릿속을 뒤덮고 있던건 '자아실현의 욕구'였다. 일주일 내게 주어진 168시간 중 45시간이 그냥 지나가길 바랐다. 매일 아침이면 하루가 당장 끝나길 바랐고, 주말만 기다리는 우울한 삶이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건가?'라는 고민이 24시간 내내 이어졌다. 그 지경이 되면 사람은 미친다. 그 스트레스가 결국 온몸을 지배하고 우울증과 더불어 여러 증상을 낳는다.



그걸 몸소 경험했다. 그래서 결심했다. 안정적인 삶과 손절하고 내 자아의 신화를 찾기 위해 떠나겠다고. 아마 손절언니가 유별났던 이유는 아마 지나치게 일에 몰입하고 최선을 다하는 성격도 한몫을 했을것이다. '왜 열심히 사는데도 매일이 불행하지?' 라는 고민에 대한 결론을 냈다. '안정적인 삶과 손절하고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찾자. 그게 혹여나 지금보다 돈을 못 벌지라도. 당장 내일 죽는 삶이 아니라면 그게 온전히 나를 위한 길이다'



그래서 지금은 어떻게 됐냐고? 안정적인 삶과 손절하고 그래서 원하는 대로 잘 살고 있냐고? 현재 난 내 인생의 변곡점을 맞이한 상태이다. 평생 공부하고 싶던 심리학과 철학을 연구하며 손절언니와 같은 고민을 하던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고, 드디어 원하는 인생을 살고 있다. 물론 돈도 잘 벌고 있다. 대기업 다닐때보다 훨씬 많이. 아마 이 일은 내가 사랑하는 일이기에 평생 할 수 있을 것이며, 내 경험과 노하우는 결국 쌓여 매일 매일 발전할 것이다.



결국 자아실현의 욕구는 평생에 걸쳐 이루어내야만 하는 목표일 것이다. 다른게 충족되어도 자아 실현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손절언니와 같은 공허한 감정을 끊임없이 느낄 것이다. 물론 당장 그 안정적인 삶과 손절하라는게 아니다. 하지만 손절언니처럼 몸과 마음에 병이들고 삶에 의문이 생기다 못해 삶을 집어던지고 싶은 지경에 이른다면? 원하는 삶을 살기위해 부딪혀 보는게 어떨까? 안정감을 버리면서 생기는 위험한 상황은 생각보다 일어나지 않으며 오히려 더 좋은 일이 생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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