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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손절했던 인간 유형 3가지

그대로 두면 내가 골로 간다

by 인문학 큐레이터

오늘은 프로손절러로서 손절해야만 했던 인간들에 대해 적어보려 한다. 약간의 분노가 섞인 실제 경험담이므로 본인 주변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다면 속히 손절하길 추천한다.


사실 난 손절이 쉬운 사람이다. 남자 친구와 헤어지게 되면 혹여나 내가 먼저 연락하게 될까 봐 아니면 연락이 오는 것에 대해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번호부터 카톡까지 싹 다 차단한다. 다시는 만날 수 없도록. 이 방법이 정말 깔끔하다. 한번 헤어진 인연은 다시 잘 될 수 없다. 재회는 정말 내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친구관계나 지인관계는 그렇게 쉽지 않다. 남자 친구는 해봤자 내가 같이 보낸 시간이 1년 남짓이라면 친구들은 적어도 10년 이상은 오래된 관계이다. 직장동료와 같은 인간관계의 경우에는 얽히고설킨 관계들이 많기 때문에 섣불리 손절하면 사회생활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여기서 어려움이란, 지극히 현실적인 업무적으로 정보 공유를 하지 않는다거나 회식 자리에서 일부러 대화를 하지 않아 그 자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등)


그렇다면 손절언니는 손절 이후의 어색함과 불편함을 감내하면서까지 무슨 이유로 어떤 유형의 사람들과 손절했던 것일까? 나는 손절하고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으며 손절을 한 인간들은 하나의 에피소드가 아니라 여러 에피소드가 쌓여 결국 손절에 이르게 한 사람들이었음을 이야기하고 싶다. 나는 생각보다 정 많고 마음이 약한 사람이다. 아무도 안 믿겠지만?





1번 유형 자존감이 낮은 사람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곁에 있다면 당장 손절해라. 당신과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더 빨리 손절해야 하는 사람이다. 인간이 결국 원하는 인생을 살게 하는 원동력, 어떤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해결해내는 문제 해결 능력은 모두 자존감에서 시작된다. 달리 말하면 자존감이 없는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인생을 구축하기 어려우며 인생에 수많은 문제에 부딪혔을 때 좌절하고 해결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가장 가까운 사람의 자존감을 뭉개 뜨리며 자신의 자존감을 올리려는 특성이 있다. 처음에 이들을 보면 안쓰럽다. '왜 자기 자신에 대해 저렇게 부정적이지?', '사람들의 평가에 예민하네. 사는 게 불편해 보여.' 한 두 번 보는 사람이라면 그냥 저런 사람이구나. 하고 지나치면 되는데 매일 연락해야 하는 연인 사이라던가 주기적으로 봐야 하는 친구라면 이건 꽤나 심각한 문제이다.



내 구남친이 전형적인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었다. 본인의 자존감 낮은 걸 남 탓을 했다. 내 가정환경 때문에 나의 평소 우울한 성향 때문에 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며 자책하는 부류였다. 처음엔 괜찮다고 다독여주고 그 사람이 가진 장점을 수도 없이 이야기해줬건만. 그는 자존감 높은 나를 깎아내리기 시작했으며, 나중엔 스스로 실토했다. 자존감이 높은 나를 깎아내려야만 본인의 자존감이 올라가는 것 같아서 그랬다고. 그게 뭔 궤변이야? 결국 난 그와 헤어지고 그를 차단해버렸다.



그리고 다짐했다. 절대 다시는 자존감 낮은 남자와 사랑에 빠지지 않으리라.




2번 유형 매사 지나치게 현실적이다 못해 모든 걸 부정적으로 보는 인간


세상 살아가면서 현실 감각이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터무니없이 40살에 난 락밴드 보컬이 되겠어!라고 외치고 대기업 부장이 퇴사를 하게 된다면? 그것도 아이가 둘 있는 가장이? 아마 모두가 말릴 것이다. 진짜 먹고살기 힘들어질 수 있으므로.



30살이 된 대기업 3년 차가 갑자기 일을 때려치우고 창업을 한다고 하면? 누구나 말릴 것이다. 그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이제 무슨 일로 먹고 살 거냐며.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네가 해서 됐으면 다른 사람들 다 성공했을 거라고. 30살 다돼서 적성 운운하냐고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냐고? 손절 언니가 가장 친하다고 생각했던 현실 감각 120% 친구에게 들은 문장들이다. 이 친구는 어릴 때부터 착실했다. 항상 신중했고 조심성 있었으며 안정적인 삶을 추구했다. 아마 이 친구의 세상에서는 내가 굉장히 불안정해 보이고 위태로워 보였을 것이다. 아마 성향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나는 그 친구가 하는 말들이 마치 이렇게 들렸다. '너 나처럼 아무 도전도 안 하고 그냥 똑같이 살고 싶으면 이렇게 하는 게 좋을 걸? 도전한다고 뭐 달라지겠냐?'



하지만 난 안정적이고 편안한 삶이 내 자아실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아는 사람이다. 나는 내가 어떻게 해야 행복한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어차피 퇴사하고 내 일을 하고 싶었다.



매사 도전적이고 긍정적인 사람 주변에 부정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가 일삼는 사람만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 긍정적인 생각도 부정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호기롭게 도전하게 되어도 부정적인 이야기를 계속 듣는다면 '아 나는 진짜 안 되는 걸까? 나 실수하는 거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내 인생을 내가 원하는 대로 살기로 결심한 이상 부정적인 사람을 더 이상 곁에 둘 순 없었다. 물론 이 친구와 완전히 손절한 것은 아니다. 잠깐 거리두기를 시행했을 뿐 그전에는 매일 연락하고 일주일에 한번은 만나는 사이였지만 지금은 내 꿈을 지키기 위해 현실주의자와 거리를 두고 있다.



다행히도 이 친구가 이야기한 대로 내 인생이 막장이 되거나 망하지 않았다. 부정적인 이야기에 귀를 닫자 내가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리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부정적이고 현실적인 사람과 손절해야 할 이유이다.




3번 유형 타인을 무시하는 사람


당연한 소리를 하네?라고 생각하겠지만 여기서 타인이란 본인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을 은근히 무시하는 부류를 일컫는다. 내가 최근 손절한 친구 중에 자신의 직업에 과한 자부심을 가진 친구가 있었다. 직업에 자부심 갖는 건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당신이 눈여겨볼 형용사는 '과한'이다. 그 자부심이 지나치다 못해 넘쳐흘러서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은 모조리 무시한다고 보면 된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 누구나 머릿속으로 알지만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정규직이 되거나, 공무원, 전문직 등이 되어 사무실에 앉아있으면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대학을 나오지 않고 몸을 쓰는 직업을 하면 별로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분야를 연구하는 것도 이 사회에 꼭 필요하지만 어떤 분야에 전문 기술을 가지는 것도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인재이다.



겉으로는 귀천이 없다 하면서 속으로는 은근히 무시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예를 들어볼까? 친구가 결혼한다고 하면 보통 어떻게 만났냐 직업이 뭐냐 물어본다. '응 내 남자 친구는 기술자야'라고 이야기하면 대개 돈을 못 번다고 쟤 결혼 잘못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부모님도 마찬가지의 생각을 할 것이다. 우리 딸이 몸 고생하고 돈 못 버는 남자에게 시집가는구나. 하지만 그것은 오산. 머리가 아닌 몸을 쓰는 전문직종은 대기업 연봉 못지않게 버는 사람이 많으며 심지어 해외에서는 일반 사무직원보다 용접 기술직이 훨씬 더 돈을 많이 번다.



다시 내 친구 이야기로 돌아와서 나는 이 친구가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 '너 내가 무슨 일 하는 줄 알아?'라고 하는 것을 보고 오만 정이 다 떨어졌다. 그 사람이 누군가에게 사기를 친다거나 불법적인 행위를 하는 것도 아닌데 그 문장 하나에서 그 사람의 인생을 싹 다 무시해버리는 느낌을 받았다. 거기서 든 생각은 '이 친구는 나도 은근 무시하고 있었겠구나.'



더 이상 연락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단 그날 이후로 학창 시절을 같이 보낸 친구와 연락을 두절했다. 간간히 만났을 때 자신의 직장과 자신의 직장 동료들에 대한 자랑을 했었다. 은연중에 느껴지는 과한 자부심은 결국 자신의 집단 외에 사람들을 하찮게 본다는 게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사실 모든 사람과 손절을 할 필요는 없다. 그 당시 격해진 감정 탓에 손절했다가 훗날 다시 아무렇지 만날 수 도 있는 게 사람의 감정이다. 시간은 결국 무뎌지게 만들어주니까.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누군가가 당신의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말을 한다거나 끊임없이 부정적인 말들을 일삼는다거나 잘못된 가치관을 강요하는 모습들이 보인다면 잠깐의 거리두기가 필요하단 것이다. 생각은 결국 전염된다. 그래서 내가 속한 집단과 환경,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 나에게 나쁜 감정을 주는 것들과 이별을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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