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ol@mars #5.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슈베르트 일가족을 만나기 휠씬 이전에 힘멜포르트구룬트의 숲 속에서 나무토막같은 몸을 뉘이면서도 이상한 소문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쟈크라는 프랑스의 한 소년이 기이한 물건을 만든다는 소문이었다.
소문을 확인하고자 수집품들을 팔아 목돈을 만들고 목발에 의지해 무작정 프랑스로 넘어갔다. 수소문끝에 장갑을 만드는 공방의 소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쟈크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가게였다.
가게로 들어서자 장갑을 꿰매고 있던 쟈크의 아버지가 나의 괴물같은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라 뒤로 물러 앉았다. 거추장 스러운 외모를 가리기 위해 모자를 벗지 않고 정중하게 인사를 하며 굳은 혀를 몇번 굴렸다. 혀가 굳어 있어서 말을 길게 할수록 오해만 쌓였다.
“더... 안넝하데요. 아드님을 만나고 디픈데요.”
“네? 뉘신데 저희 아들을… 쟈크 말씀하시는거죠?”
“네, 맞듭니다. 트기한 물건을 만든다는 얘기들 드러더요.”
"휴, 난 또 뭐라고. 놀랬잖수."
쟈크의 아버지는 다시 작업대에 앉으며 손사레를 쳤다.
"우리 애 얘기라면 그냥 가쇼. 할 말도 없고 아는 것도 없수다."
가방에서 주인을 잃은 보석들과 돈을 꺼내 탁자에 올려 놓았다. 돈을 보자 그의 태도가 달라졌다.
“뭐요. 장갑을 몇 개나 사시려고? 제 장갑은 좀 비쌉니다.”
“네, 당갑 한켤레만 두디고 나머디는 아드님 연구비용으로 기부하겠듭니다.”
쟈크의 아버지는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탁자에 올려놓은 돈과 보석들을 만지작 거렸다. 그리고는 서랍에서 잘 만들어진 장갑 한 켤레를 꺼냈다. 옅은 빛깔의 스티치가 들어간 두툼한 소가죽 장갑이었다.
“가죽도 가죽이지만 여기 보시면 토끼털이 들어있습니다. 아주 따듯한 장갑이지요. 옛수다.”
“약독은 꼭 디키뎌야 합니다. 아드님 연구비도 뜨딘다는 약독이요.”
“쓸데없는 일에 돈을 쓰시는구만요. 아무튼 알겠습니다.”
그가 돈과 보석을 서랍에 넣는 동안 가게를 둘러보았다.
다양한 모양의 가죽과 털이 벽에 걸려있었고 온갖 도구가 작업대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옆으로는 이상한 모양의 오리인형이 하나 있었다. 쟈크가 만든 게 분명했다.
“하하. 알아보시는구만요. 그게 제 아들이 만든 움직이는 인형입니다. 한 번 만져보시려우?”
고개를 끄덕이자 인형 뒤에 숨겨져 있는 테엽을 돌렸다. 오리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움직이기 시직했다. 놀라운 장면이었다. 그 전에도 움직이는 인형을 만들어보겠다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지만 이렇게 정교한 건 처음이었다. 가게주인은 나무의자를 끌어다가 인형 앞에 놔주었다.
“몸도 불편한것 같은데 앉아서 보시구려. 아들이 쓸데없는 물건을 만든다고 하는데 그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아무튼 별 일입니다. 이젠 돈을 댄다는 사람도 다 있네요, 허.”
쟈크의 아버지가 중얼거리는 동안 의자에 앉아서 정교하게 만들어진 테엽과 구동계 등을 자세히 관찰했다.
허리춤에 있던 태엽이 시계태엽 풀리듯이 조금씩 돌자 날개와 목 그리고 몸통으로 이어지는 관절들이 제각각의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리는 입을 벌려 먹는 시늉을 했다. 목으로 들어간 음식들이 관을 통해 뱃속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태옆이 찌그덕 소리를 내며 돌았다. 눈으로 보면서도 신기하기만 했다. 마치 내가 음식물이 되어 오리뱃속에 들어갔다가 배설물이 되어 항문에서 작업대로 떨어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어린아이의 손에서 탄생한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인형이었다.
"그거 만들다가 포기한 거에요. 뭐가 안되서 새로 만든다고 하길래 그건 그냥 거기 놔두라고 했어요.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건가 확인하고 싶었는데, 아무리 봐도 뭐가 뭔지..."
“아이의 닥업딜은 따도 있나요?”
“네? 아, 작업실이요? 내가 아이에게 작업실 차려줄 돈이 어딨어요. 장갑 몇 개 팔아서는 엄두도 못낼 일이에요. 집이건 여기서건 아무데서나 오물딱 조물딱 만듭디다.”
오리인형에서 눈을 떼지 못하자 가게 주인은 말을 잇지 못하고 내 흉칙한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다.
“이 고장난 오디 파딜건가요?”
“뭐요? 그걸 사시겠다고요?
"네."
"허허... 그럼... 우리 애가 어지간히 씨름을 하던 인형이니까 값을 좀 쳐 주셔야 할텐데…”
작업대 위에 가방을 털어 잔돈까지 전부 내어주자 망설임 없이 커다란 나무박스에 자동인형을 담기 시작했다.
"돈이 좀 과하다 싶은데 장갑이라도 더 챙겨 드릴까?"
"아닙니다. 남은 돈으로는 아이 닥업딜이라도 하나 마련해두데요."
“아무튼 별 일입니다. 이런 큰 돈을, 허허. 그나저나 뉘시라고 전할까요?”
“아, 그냥... 음... 오드트리아에더 왔다고만.”
“그래요. 까짓거 누군지 알면 뭐하겠소. 그냥 오스트리아에서 온 귀족이라고 해 둡시다.”
“네.”
인간은 무엇을 위해 발명을 하고 창조를 하려는 것일까. 분명한건 피조물에 의해 편리해지고 때로는 존중이나 대접받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발명품이나 피조물의 능력이 발명자나 창조주의 능력을 넘보는 시점이 되면 어떻게 될까.
내가 자크에게 거금을 기부한건 순전히 인간들의 미래가 궁금해서였다.
인형이 담긴 나무박스를 어깨에 짊어지고 돌아오는 내내 인간에 대한 경외심과 함께 불안감이 가득차 혼란스러웠다.
어떤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는 이야기를 과거에 듣긴 했지만 인간은 우리가 만든 수많은 피조물 중에 하나일 뿐이어서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때부터인가 인간들 사이에서 자생적으로 많은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신들이 따로 마련해 주지 않은, 삶에 필요한 것들을 직접 만들어 낸 것이었다.
길을 닦고 그 위를 달리는 바퀴를 만드는가 하면 나무를 베고 흙을 빚어서 움막이 아닌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인간들은 자신들의 건축기술을 뽐내기라도 하는 듯이 신전을 짓기 시작했는데 그 소재를 콘크리트라고 불렀다. 시간이 지날 수록 더 단단해지는 물질이었다. 종이를 만들고 자연에서 염료를 짜내고 양털로 옷과 이불을 만드는 등 인간들의 발전은 신들의 변화보다 훨씬 빨랐다. 불과 몇 백년 사이에 수없이 많은 발명품들이 쏟아져 나왔으니까.
나는 그 중에서도 이 소년의 움직임에 주목을 했다. 움직이는 안드로이드를 만든다니 신의 영역을 흉내내는 중대사건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사람들은 소년의 발명품을 기이하다며 외면했지만 나는 소년으로 인한 세상의 변화가 어찌될지 궁금했다.
시간이라는 개념이 만들어지기 훨씬 이전이니까, 수백만년 혹은 수천만년 전이라고 표현하면 적당할까.
신은 그 오랜 시간을 지나다가 우리와 닮은 피조물을 창조해 냈는데, 그 피조물은 고작 만년 아니 문명이 시작된 이래 수천 년밖에 안되는 기간에 자신을 닮은 움직이는 인형을 만들기 시작한 게 어찌 놀랄 일이 아니겠나.
‘신은 죽었다’고 외쳐대는 혼돈의 시대에 움직이는 인형을 만들어내다니, 대담한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들도 우리들처럼 피조물에 의해 외면당하고 잊혀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에.
숲으로 돌아와 며칠이 지나자 아이가 작업실을 얻어 해부학과 함께 움직이는 인형 연구에 몰두한다는 서한이 날아왔다. 반갑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소식이었다. 겨우 만년도 안되는 촌각속에서 사라질 인간의 문명이 이 아이의 발명품에서 비롯되는 것 아니겠나 싶어서 머리가 복잡했다.
베체로프카는 이 이야기에 별 반응이 없었을 뿐더러 불경스러워했다.
“어우, 징그러워요. 거실에는 절대 놓지 말아요!”
보캉송의 발명품만 보면 진저리를 쳤다. 오리인형이 무섭다는 이유에서였다. 하긴, 뼈대만 앙상하고 테옆과 기기장치의 속이 훤히 들여보이는데다가 깃털이 죄다 빠진 듯한 모양의 오리인형이 보기 좋을 수가 있나.
나는 그 속의 진화를 보고 싶어했고 베체로프카는 외면의 아름다움을 기대한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외모야 점점 나아지지 않겠어? 그런데 이 친구가 최근에 이 오리를 완성했다고 하네.”
“참 나, 오리만 똥을 싸겠어요. 난 쟤가 움직이는 소리만 들어도 소름이 돋는다고요. 그리고 그거 사기라고 난리가 났잖아요.”
그랬다. 보캉송이 만든 똥 싸는 오리 인형이 먹은 것과 싸 놓은 똥의 소재가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들은 그를 ‘사기꾼’이라고 규정해 버렸다. 물과 씨앗을 먹은 오리 인형이 싸 놓은 똥이 문제였다. 빵가루를 짓이겨 만든 똥이었다나. 먹은 것과 나온 것이 다르다는 이유였다.
“만약에 인형이 인간들처럼 먹고 소화시키고 배설까지 완벽하게 하면 어찌될까?”
“마르스, 제발요. 저는 슈베르띠아데 외에는 관심이 없어요. 음악만큼 완벽한 발명품이 어디 있다고 그래요. 그따위 인형이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요. 아무튼 저 인형은 내 눈에 안 보이게 해 주세요.”
취향과 관심사가 많이 다른 사람이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보기 싫다니 어쩌겠나. 인형을 숲 속 움막으로 옮겨 놓고 천으로 덮어버렸다.
마지막으로 보캉송이 방직 공장에 취직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그 이후 그의 아버지는 더 이상 내게 편지를 보내오지 않았다. 세월이 많이 지났으니 죽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파운과 베체로프카의 바람대로 슈베르띠아데는 성황을 이루었다.
돈이 많기로 소문난 쇼버는 스파운 못지않게 슈베르트를 좋아하고 추앙했다. 슈베르트가 편안하게 음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쇼버의 전폭적인 지원이 결국에는 슈베르트를 망친 원인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쇼버는 자신의 집을 아지트로 슈베르띠아데를 후원했다. 으리으리한 저택에서는 거의 매주 음악회가 열렸고 술과 여자가 빠지지 않았다. 더욱이 쇼버와 스파운은 낯선 여자들과의 잠자리에 익숙했고 그 영향은 슈베르트에까지 이어졌다. 슈베르띠아데의 이면에는 그들의 방탕한 생활이 있었다. 예민한 성격의 슈베르트는 쇼버나 스파운보다 더 깊이 여색과 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회복하기 힘든 병을 얻고 말았다.
쇼버는 슈베르트가 병마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오스트리아 각지에서 무리하게 공연을 하도록 밀어부쳤다. 슈베르트의 병색이 깊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공연을 마치고 온 슈베르트가 어느 날 나를 찾아왔다. 드문 일이었다.
베체로프카는 차와 다과를 준비해 탁자에 올려놓고 슈베르트를 바라보았다.
“건강은 어떠세요.”
“하하. 괜찮습니다. 나아지고 있어요.”
“그래도 공연은 무리일텐데, 여행도 그렇고요.”
베체로프카는 슈베르트의 건강을 진심으로 염려했다. 나 역시 그의 건강이 염려되었지만 내가 관여한다고 해서 달라질 일은 아니었다.
“어쩐일이야. 우리집엘 다 오고.”
“두 사람은 아예 살림을 합친거야?”
“아니야. 저 사람이 거의 매일 오다시피 하니 누가 보면 그런 줄 알겠어. 하하.”
베체로프카가 내게 결혼하자는 말을 한 적도 없고 나 역시 그런 말을 할 처지가 아니었다. 자연스러운 연인관계일 뿐이었다. 하지만, 아주 인간적인 측면에서, 나는 그녀를 깊이 사랑하고 있었다.
슈베르트가 찻 잔을 내려놓았다.
“이보게, 마르스. 자네가 나를 베토벤 선생댁에 데려다 줄 수 있겠나?”
뜬금없는 부탁이었다. 평소 슈베르트가 베토벤을 동경하고 존경한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단 한번도 만나려고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베토벤에 대해 경외심과 더불어 뭔지 모를 두려움도 가지고 있었다.
“갑자기? 왜?”
“베토벤 선생님이 청력을 완전히 잃으셨데. 더 늦기 전에 뵙고 싶어.”
베체로프카가 내 눈을 바라보았다.
며칠 후 이른 아침 나와 베체로프카는 마차를 몰고 슈베르트가 쉬고 있던 쇼버의 저택으로 달려갔다.
베토벤의 집에 도착하자 마차 한대가 길을 막고 나무 상자를 내리고 있었다. 집사가 우리 일행에게 잠시 기다려 달라고 양해를 구하는 사이 나는 먼저 내려 나무 상자에 다가섰다.
“이게 뭡니까?”
“네. 베토벤 선생님께 온 악기에요.“
“악기요?”
“네. 베르테 선생이 만드신 악기랍니다.”
“뭐라고요? 낭트의 베르테 선생 말하는거 맞아요?”
“네. 지금은 공방이 파리에 있읍죠.“
베르테 Joseph R. Bertet라면 프랑스에서 바로크 기타를 만드는 장인이 아닌가. 리르 연주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기타나 독일의 현악기 지터zither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직접 연주해본 적이 없어 그 소리가 늘 궁금하던 터였다.
짐꾼은 서둘러 나무상자를 열어 융에 감싸여 있던 기타를 들고 저택안으로 들어갔다. 잠시후 기타를 싣고 온 마차가 출발하자 집사가 뛰어와 우리 마차를 현관으로 이끌었다.
베토벤은 침대에 누운 채로 우리를 맞이했다. 침대 옆에는 조금 전 도착한 바로크 기타가 세워져 있었다. 열 개의 기어가 열 개의 줄을 단단히 붙집고 있었고 두 줄씩 붙어있어 언뜻 5현인 듯 보였다. 두 개의 줄이 하나의 음값을 가진 게 분명했다.
내가 아름다운 바로크 기타에 현혹되어 있는 사이에 베토벤이 힘겹게 손을 들어 반갑다는 몸짓을 했다.
단단한 성벽이라도 부숴버릴 것 같이 강렬했던 베토벤의 눈빛은 어느새 까맣게 빛을 잃고 있었다. 슈베르트는 베토벤이 내민 손을 잡고는 눈물만 글썽이며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가벼운 인사를 나누었지만 눈빛으로 짐작할 뿐 청력을 잃은 베토벤은 대화를 이어나가지 못했다.
옆에서 보고 있던 베체로프카가 종이와 펜을 꺼내 슈베르트의 옆에 다가가 앉았다. 그리고는 슈베르트의 말을 받아 적어 베토벤에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힘드실텐데 만나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야, 이제라도 찾아와줘서 고맙네. 자네 이야기는 익히 듣고 있었네.”
“보잘 것 없습니다. 선생님.”
“자네가 있어서 천만 다행이야.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음악가야. 오래 살면서 멋진 음악을 많이 만들게나.”
“노력할게요.”
“내가 기운이 없네. 하지만 이 말만은 해야겠어. 꼭 기억하게나. 콘트라 푼크트 kontra_punkt.”
“대위법이요?”
“그래. 음표에 레이어를 덧댄다고 생각해봐. 하모니가 느껴질거야. 여러개의 선율이 완벽한 하모니를 이룰 수 있다면 얼마나 더 아름다운 음악이 탄생할까. 좀 더 연구해 보게. 자네의 음악에 새로운 꽃이 필걸세.”
“네, 선생님. 대위법을 어떻게 연구하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베토벤은 옆에 세워져 있던 바로크 기타를 슈베르트에게 건넸다.
“기타는 작은 오케스트라네. 피아노 앞에 앉기 힘든 날엔 이 놈으로 하모니를 생각해보곤 했다네. 이젠 필요없는 물건이야. 자네가 가져가게.”
“방금 도착한 선물인데 어떻게 제가 받아요. 안됩니다.”
“너무 늦게 왔어. 내 부탁이야. 자네에게 도움이 될지 모르지. 그리고 또 한가지. 사람들과 너무 어울려 다니지 말게. 자네에게 독이 되는 일이야.”
슈베르띠아데를 두고 한 말이었다.
“잘 가게나. 이제 좀 쉬어야겠네.“
이게 1827년 봄의 기억이다.
베토벤의 집을 나서면서 슈베르트는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몸을 가누지 못했다. 내 어깨에 기대어 힘겹게 마차에 올라 깊은 한숨을 쉬었다. 베체로프카가 슈베르트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어쩌면 자신의 병도 돌이킬 수 없이 깊어졌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었는지 모를 일이었다.
마차가 달리는 동안 내 눈은 바로크 기타를 쳐다보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슈베르트가 요양을 위해 다시 고향집으로 돌아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 소식을 들은 베체로프카는 서둘러 짐을 꾸렸다.
“우리 슈베르트한테 가요. 그곳에서 함께 지내면서 병간호도 하고요.”
거절할 일이 아니었다. 나의 소중한 친구 슈베르트 아니던가.
나와 베체로프카는 여러대의 마차에 짐을 나눠싣고 힘멜포르트구룬트로 달려갔다.
-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