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시간당 밀도 차이
아내를 출근시키고,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다시금 정신 스위치를 꺼버리고,
침대에 누워, 게으름을 부렸다.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며, 시간을 보냈다.
정오 가까운 시간에 일어나,
라면하나를 끓여 먹고,
집안 정리를 시작했다.
세탁기에 세탁물을 넣고,
설거지를 하고,
청소기를 돌리고,
빨래를 개키고,
집안 물건들을 제자리에 갖다 놓으며,
몸을 부지런히 움직였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평범한 일상이, 정말 말도 못 하게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구나'
'평온한 하루를 지키는 것이 정말 엄청난 일이구나'
요 몇 주, 우울증처럼, 번아웃처럼,
어떤 의욕도 생기지 않아서, 불안해하고 있던 참이다.
'왜 이러나? 할 일이 많고, 준비할 것들이 많은데,
마음이 고장 난 거 같은데?'
이런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는데,
집안일을 하며, 집안도 정리되고,
나도 모르게 내 생각도 다듬어지고 정리가 되었나 보다.
정리의 위대함이란....
소중한 사람들과 이 평범한 하루, 평온한 하루를 지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참 기분이 좋아지고,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항상 열심히 살아야지 하면서,
내 나이 40대임을 망각하고,
열심히 해야지, (20대 때처럼) 열심히 해야지 했나 보다.
나도 모르게 촌스럽게 생각을 했나 보다.
40대가 20대의 에너지를 흉내 내려고 했으니,
진즉에 지치는 것이 당연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결국은 시간당 밀도 싸움이다.
20대에는
열심히라는 이유로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오롯이 달려갈 수 있지만,
40대는 절대 그럴 수 없다.
그렇게 했다간, 바로 병원신세다.
20대의 30분과
40대의 30분은 같을 수가 없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효용적으로 하루를, 시간을 경영해야 한다.
20대가 30분에 할 수 있는 일의 양과
40대가 30분에 할 수 있는 일의 양은 차이가 크다.
두 번째 스무 살이라는 40대를,
정말 스무 살처럼 보내면 안 된다.
이 당연한 원리를 망각한 채,
"열심"이라고 하면,
나도 모르게, 20대 시절의 열심을 무의식적으로
내 삶에 적용했나 보다.
그래서 지쳤던 것 같다.
생각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래, 40대를 지나고 있는 나는,
20대처럼 열심을 낼 것이 아니라,
40대에 맞게 지혜롭게 열심을 내야 하는 것이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시간이 너무너무 중요해진다.
무섭도록 중요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