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나를 뒷받침하는 것
긴 명절을 맞이하여 많은 사람들이 해외로 떠났다. 올해는 작년에 설에 비해 해외여행자 비율이 53% 이상 늘었다. 갈수록 긴 연휴를 해외에서 보내는 사람들은 증가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난 서울을 지키고 있다. 평일 아침 7시만 되어도 사람으로 꽉 찼던 인도는 잔잔하다. 버스의 출발 소리는 줄었고, 지하철이 오는 간격은 길어졌다.
내 눈앞에 있던 사람들이 어디론가 사라지니 나도 같이 훌쩍 떠나야 하나 욕심이 생긴다. 하지만 마음을 고쳐먹는다. 다른 사람이 해외로 떠난다고 나도 같이 떠나면 수요와 공급 법칙에 나는 수요를 더하게 되고, 그러면 나는 기존보다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그 가격을 감당할 만큼 나는 경제적으로 성장하지 못했기에, 이 긴 시간을 국내에 있는 나에게 투자하기로 한다.
설날인 오늘, 갈 곳이 없다. 상점들은 문을 닫았다. 국내에서 떠돌려고 했던 나의 욕심이 수그러든다. 상업자가 아닌 나만 어디로 가고 싶은 게 아니라, 그 공간을 지키는 누군가도 이번만큼은 다른 것을 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이해한다.
국내에서 내 집으로 방향을 튼다. 여기 안에 머물러 있기로 한다. 그간 하고 싶었던 것을 차근차근 해 나간다. 사용하지 않았던 물건을 중고 플랫폼에 올리고, 같이 사는 반려식물에게 물을 주고 햇빛이 잘 보이는 위치로 옮긴다. 바깥에서 들고 온 집안의 먼지를 쓸어내고, 운동 후 땀으로 젖어 있던 옷을 세탁기에 밀어 넣는다. 그리고 우수(雨水)가 다가오는 지금, 창문을 살짝 열고 인센스 스틱을 창가에 세워둔 뒤, 이것이 재가 되는 과정을 지켜본다. 하얀색 속에 파란색과 노란색을 품고 있는 연기가 내 눈앞에 있다.
나는 여행에 미쳐있었다. 따분한 일상을 내려두고 인상적인 일주일로 꽉꽉 채웠다. 바라만 봐도 신기한 시간을 보내며 "이러려고 돈 버는 거다" 외치고 다녔다. 그리고 이 날을 반년에서 일 년 정도 회상하며 그런 날을 또 만들 것을 기대했다. 돈을 버는 것의 목적은 미래 어느 날의 쾌락이었다. 일의 원동력이 되면서도, 때로는 그때처럼 밝게 웃지 못하는 내 모습이 안쓰러웠다.
저번 주 독서모임에서 조 씨가 어머님과 함께 호주 여행을 다녀온 일화를 꺼내며, 해외여행을 다니는 목적에 대해 우리에게 물어보았다. 덧붙여 이제는 여행을 즐거움으로만 갈 수 없게 되었다는 말을 했는데, 이 말이 와닿아 그날 저녁에 만난 소 씨에게도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다.
이제껏 나는 평소에 하지 못하는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 여행을 했다. 흔히 '리프레쉬하다', '회복하다'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왜 여행에서 회복해야 했을까? 일상을 잘 지켜내고 살면서 따분함을 느꼈다면 다른 곳에 잠시 머무르는 게 도움이 되었을 거다. 하지만 며칠 전의 나처럼 일상도 챙기지 못한 나에게 여행은 소화되지 않는 음식을 욕심으로 밀어 넣은 것처럼 나에겐 맞지 않는 것이었다. 이번 명절의 나는 어디로 떠나야 하는 게 아니라, 나를 돌봐야 했다.
그동안 나는 평일 출근 전에 간단히 바닥 청소를 하고, 금요일 저녁에 나머지 집안일을 몰아서 하고, 토요일 아침 식물에 물 주는 것을 반복했지만, 여기서 만족하지 못했다. 어긋남을 며칠 동안 맞추면서 명절을 알차게 보냈다.
여행 가기 전 내 모습에 전제가 생겼다. 행동의 규칙을 잠시 멈추고 이 모습이 다시 돌아오기까지 시간을 투자할 만큼 여행을 가고 싶은지 떠올려야 한다. 그렇다면 내 주변의 것을 잘 챙기고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렇다면 떠나도 되지만, 아니라면 일상의 나를 맞추는 데 힘써야 한다.
여행을 하면서 "이러려고 살지"라며 쾌락에 이끌려갈 게 아니라, "이런 기쁨을 평소에는 어떻게 누릴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 회피가 아닌 지지가 필요하다.
도움이 되는 영상: 이연의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해외여행의 단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