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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렌 Jun 11. 2024

같이 하자는 말

남 눈치 안 보기로 유명한 나는 어딜 가나 사람 모으기 장이었다. 본가에 가면 한 명씩 연락 돌려서 나오게 만들었다. "불러줘서 고마워."라는 말이 다음 만남을 기약하게 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다른 사람에게 먼저 같이 해보자고 말하는 횟수가 줄었다. 상대의 사정을 살폈다. '이미 약속이 있겠지? 물어보고 힘쓸 바에 그냥 말아야겠다.' 하고 혼자 할 수 있는 것만 했다. 바깥에 나가있는 시간이 줄었다. 돈과 마음을 아꼈다.


'내가 언제 행복했지?'를 떠올려보면 혼자 해서 기억에 남는 게 없었다. 책 문장 속 벅차오름을 느꼈을 때보다 이 표정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며 말할 때가, 집 앞 초등학교 근처 3km를 혼자 뛰었을 때보다 단체로 한강에 가서 우르르 몰아다녔을 때가, 문 꼭 닫고 글을 쓰며 클래식을 들을 때보다 공연장에서 음악을 들으며 잠을 깨려고 박수를 크게 쳤던 때가 남는 순간이었다.


과정을 되풀이했을 때 잔흔이 남았다. 생각의 일부를 떼어 글을 쓰는 것, 말실수를 하면서도 알고 있다고 여기는 것을 음성으로 내뱉었을 때, 여행에서 들을 음악을 집에서도 틀어놓고 그때의 장면을 애써 다시 보려고 했을 때. 과거에 기대 현재를 살았다.


이것을 알면서도 당장은 내 시간을 채우는 데 문제가 없기에 선뜻 '같이 하자'는 4글자를 내뱉지 못했다. '기회가 되면 하겠지'라는 말로 숨겼다. 배팅머신에서 날아오는 공을 마구 쳐내다가, 기계에서 날아오는 공의 빈도수가 줄어드니 매트도 잡지 않으려는 모습 같았다.


이제야 친구들이 나에게 고맙다고 했던 이유를 알았다. 항상 이 말에 "거절하는 건 네 결정이야. 난 그저 말했을 뿐이고. 이때 아니면 더 보기 힘들잖아."라는 답변을 했다. 이 마음을 다시 잡아야 한다.


3달 전쯤 갑자기 중학교 친구에게 "보고싶다. 언제 내려와?"라는 연락을 받았다. 나를 다 보여줄 만큼 친한 사이도 아니었고 성인이 되어 딱 한 번 만났을 때 '다시 만날 일은 없겠다.' 하면서 만남을 접으려 했는데, 그 친구는 나와 정반대였다. 이 연락 하나에 '장소가 문제였나? 다음엔 다른 곳에서 만나봐야겠다.' 하면서 마음을 바꿨다.


그때처럼 다시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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