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그곳은 평온하니? 네가 어느 나라에 있을지 궁금하다. 난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 있어.
매일같이 불안이라는 단어를 머금고 살아. 문득 깨달았는데, 내가 매번 바쁘게 무언가 하는 이유가 이 감정을 없애기 위한 게 아닌가 싶었어. 무엇이든 일단 선택하면 불안감이 줄어든다고 하잖아. 그래서 난 계속 뭔가 하는 거지.
오늘 이침엔 홍합탕이랑 떡국을 먹었어. 점심엔 일하고 집에 와서 빨래하고 스레드 글 쓰고 SUNSON 가서 장보고 라따뚜이를 해 먹었어. 한 번도 가만히 앉아 쉰 적은 없었지. 내가 얼마 전에 다이아몬드 하버를 갔거든. 혼자 가만히 10분 있을 수 있더라. 이 뒤론 무슨 영상을 찍을까, 어딜 갈까, 무엇을 해 먹을까 별 고민을 다 했어. 어떤 경우가 됐든 고민은 있다고 하잖아. 지금 너의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는 건 뭐야?
난 얼마 전, 아니 정확히 언젠지 모르겠는데, 달걀의 하얀 악처럼 나를 감싸고 있는 미어지는 마음의 정체가 뭔지 모르겠어. 비행기 타고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하면 많이 사라질 거 같긴 해. 근데 한편으론 썩 기쁘지는 않을 거 같아. 사람들의 평온한 얼굴, 시끄러운 소리 없는 카페, 세상을 재미나게 바라보는 아이들과 동물들의 눈빛을 그리워할 거야. 지금 넌 어디에 있니. 무엇을 보고 즐겼을지 훔쳐보고 싶다.
아, 난 여기서도 녹차 맛집을 찾으려고 했는데 실패했어. 일단 카페가 커피 위주로 팔고 다 빵이라서. 일본이 아닌 이상 내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곳은 없을 거야. 너 차는 샀어? 난 지금 자전거를 타고 다니거든. 물론 좋지만, 네가 밟을 땅을 넓히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길 비랄게.
그때의 너는 27살이겠구나. 그러거나 말거나, 나이 상관없이 즐기길 바란다. 같이 다니는 사람은 있으려나. 아마 없겠지. 히나가 말한 것처럼 친구들이랑 렌트해서 같이 살고 여행 다니면 참 좋겠다. 나에게도 이런 꿈같은 일이 일어났을까.
읽어줘서 고마워 그리고 잘 살아줘서 고마워. 과거의 난 잘 크고 있단다. 너에게 가기 위해.
23:07
방 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