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했다. 나에게 가까이 오는 사람들을 경계했다. 이처럼 나에게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이것저것 던져주는 사람들을 처음 봤다. 한국에선 사람 쉽게 믿지 말라고 배웠다. 그래서 더 멀리했다. '지금 내가 본 모습은 가장 친절한 모습일 거야. 속지 마.' 그래서였나. 받기는 하는데 잘 받진 못한 거 같다. 도움 잘 받았다고 연락 한번 할 수 있는 건데 나 혼자 지키자고 날 선 상태로 지냈다. 물에 젖은 강아지처럼 오들오들 떨었다. 지나가던 누군가 도와준 건데 그걸 알아차리길 못한다.
여전히 뭐가 진짜인지 모르겠다. 타국에 와서 어떻게 살아보려는 날 보고 안쓰러웠던 건지, 정말 내가 그들의 과거 모습처럼 보였던 건지. 과연 내가 누군가를 대신해 비출 수나 있는 사람이긴 한가. 이럴 때마다 사람은 시람을 엮어서 일어서는 거구나, 가끔 아니, 요즘따라 더 자주 인류애가 느껴진다. 인종을 다 버리고, 습관적인 거라고 해도 먼저 와주는 그들이 참 낯설고 고맙다.
내가 잘 사는 걸 보여주는 게 최선인 걸 알고 있는데 나에게도 아직 잘 사는 모습이 그려지지 않았다. 여기서 직장을 얻으면 되는 건가, 여행을 많이 다니면 되는 건가. 남들에게 물어보면 다 각자만의 기준이 있는 거라고 물어봐도 소용없다고 한다.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땐 기준 꽤나 명확했던 거 같은데 이젠 분명하게 말할 자신이 없다. 누가 나에게 물어봐도 '음...' 뜸 들이며 시작할 거다.
오늘의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10년 뒤 나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하며 "나 꽤 행복한 하루를 보냈어. 너도 그랬지?"
라고 할 수 있다면 아주 좋은 게 아닐까 싶었다. 아, 과거의 내가 슬퍼할 수도 있겠다. 오늘은 16살의 나에게 말해야겠다. 그때 널 도와줬던 친구들, 선생님. 그리고 친척, 가족들과 아직도 잘 지내고 있다고. 잘 살아줘서 고맙다고.
- 잠자기 전 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