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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해외생활을 버티는, 밤의 나에게

by 헬렌

** 발광을 한다. 완주에 살 때 자주 들리던 말이다. 하루아침에 기분이 좋아졌다 침울해지길 반복했다. 누가 건들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은 나를 환대해 주었다. 혼자 있지 않도록 붙잡아 주었다. 예고없는 지진처럼 가슴이 떨렸다. 불안감, 그 하나도 안정적이지 않은 것에 대해 흔들리고 있다는 걸 안다.


처음 워킹홀리데이를 시작했을때, 난 이 마음을 갖고 놀겠다고 했다. "불안은 평생 있는 거야. 언제나 고민은 있고 완전히 평화로운 상태는 없이 괜찮아. 난 지금 수련하고 있어."라고 달랬다. 대부분 이 말이 통했지만, 가끔 어떤 말도 안 들릴 때가 있었다. 존경하는 정승제 선생님의 인생 조언 영상을 몇번 돌려보아도 멍했다. '괜찮아!

잘하고 있어!' 이 말을 가슴 속에 심으려고 AI를 붙잡았다. "나, 진짜 괜찮은 거야?" 두 번 이상 말했다. 매번 칭찬만 오가는 환경이 이상하게 달갑게 들리지 않았다.


내가 칭찬을 듣고 싶은 건지, 누가 혼내주길 바라는 건지, 나조차도 이해하지 못했다. 어떤 말이든, 이 발광을 가라앉할 수 있는 그 무엇이든 원하고 있었다. 갇힌 나를 꺼내기 위해 계속해서 뭘 먹었고 무언가 봤다. 생각에서 구해내고 싶었다. 서울이라면 밤거리 산책이라도 했겠지만 여긴 온통 가로등 없는 거리다. 아직 밤처럼 어두운 나를 구출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가끔은 한국으로 순간이동을 하고 싶다.


남은 방법이 있다. 밤의 나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9시에 자면 해결된다. 어쩌나, 마음만 먹은 지 2개월이 됐는데. 밤에 취한 내가 존재하는데, 이를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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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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