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 마음이 유난히 불편하고 불안하다. 이유를 하나로 말하기 어렵다. 어떤 날은 아무 일도 아닌 듯 보이는 작은 일이 마음 한구석을 쿡 찌르고, 어떤 날은 가만히 있어도 가슴이 답답해진다. 무엇을 하든 힘이 나지 않고, 의욕 없이 멍하니 하루를 흘려보낼 때도 있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지금, 나는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내년의 나를 어떻게 만들지 고민해야 하고, 엄마로서도 더 큰 변화를 맞이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마음 한쪽이 묵직하게 내려앉아 있는 느낌이다.
큰아이는 이제 고등학교 입학이라는 문턱 앞에 있다.
“어떤 걸 하고 싶을까?”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내년에 나는 어떤 모습일까?”
스스로에게 묻고 답을 찾는 과정이 시작되었다.
그런 아이를 바라보는 내 마음에는 걱정과 두려움이 반반씩 자리 잡고 있다. 설렘은… 솔직히 거의 없다. 아이도 어리둥절하고, 나도 어리둥절하다.
작은아이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중학생이 된다.
아직은 천진난만함이 더 크고, 노는 것이 공부보다 더 자연스러운 나이다. 그런데도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조금씩 버거워하는 기색이 보인다. 책상에 앉아도 금방 피곤해지고, 단어 하나 외우는 것도 금세 지치는 아이. 그 모습을 바라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덜컥 내려앉는다.
생각해 보면, 불안의 시작은 아마 여기에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각자의 새로운 ‘세상’을 시작하는 순간에, 나 역시 새로운 단계에 올라서야 한다는 사실.
엄마로서 또 한 번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순간.
아이들이 지치고 힘들다고 말할 때마다 나는 응원하고, 달래고, 위로한다.
그러나 그 뒤에는 나만의 감정이 남는다.
아이들을 향해 참았던 짜증이 남편에게 흘러가기도 하고, 혼자 있을 때 미묘한 죄책감으로 밀려오기도 할 테지.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이 시간을 잘 견딜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이 마음에 소리 없는 파문처럼 번져간다.
걱정한다고 해서 일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멈춰주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불안은 어느새 마음 안에 의자를 놓고 앉아버린다.
때로는 너무 조용히, 때로는 너무 요란하게.
큰아이가 미래를 이야기하며 걱정을 털어놓을 때, 작은아이가 버겁다며 투정을 부릴 때, 나도 모르게 그 감정에 함께 흔들린다. 아이들의 불안이 내 불안과 부딪히고, 내 불편함이 아이들의 감정과 엉켜버린다. 우리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걸 실감하는 순간들이기도 하다.
차가운 겨울 공기를 깊숙이 들이마신다.
내쉬는 숨과 함께 마음을 잠시 비워본다.
“그래, 잘할 수 있다.”
그렇게 다짐해 본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괜찮다.
어쩌면 ‘잘’ 해내는 것보다 중요한 건, 어떻게든 포기하지 않고 함께 걸어가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아이들도, 나도.
새로운 계절을 향해 느리지만 꾸준히 자라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니까.
불안한 마음을 품은 채 걷는 이 시기도 언젠가 지나가리라.
그리고 그 지나간 자리에는 우리가 서로를 지켜냈던 작은 하루들이 조용히 쌓여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