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의천 산책길을 걷다 보면 어느 지점에서 풍경이 바뀐다. 여대 앞을 지나 조금만 더 내려가면, 계절과 시간을 가리지 않고 물속을 걷는 어르신들이 나타난다. 대부분은 낮 시간대에 만날 수 있는 분들이다. 여름이야 이해할 만하지만, 겨울에도 맨발로 찬물에 발을 담그고 천천히 물길을 걷는 모습은 볼 때마다 놀랍다.
“저게 건강에 좋은 걸까? 발이 시리면 오히려 안 좋은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스치다가도, 얼음장 같은 겨울 물속에서도 묵묵히 걷는 모습에 괜히 경외감이 든다.
한편으론 ‘저런 걸로 건강을 챙긴다니 신기하다’며 웃음도 난다.
사람마다 몸을 돌보는 방식은 참 다양하다.
몸이 아프면 마음도 함께 흔들린다. 짜증이 늘고, 예민해지고, 사소한 일에도 기운이 빠진다. 그렇게 기분이 가라앉다 보면 우울함이 바로 옆에 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산다’는 말은 진부하지만 틀린 적이 없다.
나도 작년 말부터 한 번 크게 몸살을 겪고 난 뒤, 몸이 보내는 신호를 자주 듣게 됐다. 잠이 부족하거나 컨디션이 떨어지면 꼭 어딘가가 아파왔다. 마치 “지금 멈추지 않으면 고장 난다”라고 몸이 먼저 말을 거는 것 같았다. 그럴 때마다 슬프고, 속상하고, 괜히 우울했다.
주변에서는 “나이 들면 다 그러는 거야”라고 했지만, 그 말이 위로가 되기보다는 마음 한쪽을 더 서늘하게 했다.
그래도 안다. 나도 나름 버티려고, 잃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는 걸. 매일 산책을 하고, 운동을 나가고, 삶의 리듬을 놓치지 않으려고 반복한다. 이런 노력들이 내가 내 몸에게 보내는 작은 사과이자 다짐이라는 것도 안다.
아프면 서러운 건 혼자 사는 사람만의 일이 아니고, 나이가 많은 분들만의 일도 아니다.
마음은 멀쩡한데 몸이 말을 안 들을 때, 누구에게나 비슷한 외로움이 찾아온다. 나이와 상관없이, 사는 모양과 관계없이, ‘버티는 중’이라는 감정은 그렇게 우리 모두를 이어준다.
그래서일까. 차가운 물속을 묵묵히 걸어가는 그 어르신들을 볼 때면, 문득 나보다 더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분들의 걸음에는 단순한 운동을 넘어선 어떤 결심 같은 것이 있다.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 나에게도 필요한 꾸준함.
나는 오늘도 우의천을 걷는다. 그들이 물을 걷듯, 나는 땅을 걷는다. 서로 다른 방식이지만, 다들 자신을 지키기 위해 걷고 있는 것이다. 계절은 계속 바뀌고, 몸도 변해가겠지만, 이렇게라도 걸으며 나를 돌보는 일만은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언젠가 나도 저 겨울 물길을 건너는 어르신처럼, 흔들리지 않는 어떤 리듬을 찾을 수 있을까.
아마 그건 걷는 하루들 속에서 천천히 만들어질 것이다.
오늘도,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