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중입니다_ 꿈을 증명하라는 숙제

by 정림올제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서 지인이 올린 리뷰를 통해 대입 관련 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
올해 고등학교 1학년이 되는 아이를 위해, 새해의 시작과 함께 읽어보면 좋겠다는 마음에서였다.

사실 고백하자면 나는 공부를 잘한 편이 아니다.
이제 와서 조금 후회가 남기도 한다. 그때 좀 더 열심히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내 머리의 한계나 성향이 크게 달라졌을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후회와 체념이 반쯤 섞인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요즘의 대입은 내가 알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등급제의 변화, 학생부 종합전형, 세부능력 특기사항, 특별활동 기록까지.
이제 대학은 시험 성적뿐 아니라, 아이가 학교생활 속에서 얼마나 꾸준히 탐구하고, 연구하고, 과제를 수행해 왔는지를 본다고 한다.
내신을 유지해야 하고, 수능도 준비해야 하며, 수행평가까지 성실히 해내야 한다.
‘수행평가’라고 하면 학기 중 치르는 몇 번의 평가 정도로만 생각했던 나는
이 책을 통해 그 의미가 얼마나 깊고 무거운지 알게 되었다.


아이들은 자신의 미래와 연결된 주제를 정하고,
탐구하고, 자료를 조사하고, 결론을 내리고, 더 나아갈 방향까지 제시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잘’ 해내야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고 한다.
책을 읽으며 숨이 막혔다.


'어떻게 이걸 다 해낼 수 있을까.'


'어떻게 완벽하게 채워 나가고 싶어 하는 아이의 마음은 버텨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 책을 끝까지 읽지 못하고 덮었다.
그리고 아이에게 말했다.


고등학교 생활이 쉽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많이 힘들지도 모르겠다고.

엄마 아빠가 해 줄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 더 미안하다고.


결국 이 길은 아이 스스로 걸어가야 한다.
그래서 단단한 마음으로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이 책도 그 마음을 다지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될 수 있으니 방학 동안 한 번 읽어보라고 말했다.

생각해 보면, 어른인 우리도 대학에 들어가서야
‘이건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니구나’, ‘이건 내 꿈이 아니었구나’ 하고 포기하거나 방향을 바꾸거나, 삶을 다시 설계하지 않는가.
그런데 어떻게 고등학생에게 자신의 꿈을 미리 결정하고, 그 길을 증명하듯 탐구하고 수행해 나가는 능력을 요구할 수 있을까.
아이들을 위한다며, 성적보다 과정을 중시한다며 변화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과연 이 제도가 진짜 아이들을 위한 것인지, 솔직히 의문이 든다.

새로운 시작에는 언제나 어려움과 두려움, 불안이 따라온다.
부딪히고 깨지며 배우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아직은 좌절보다 희망을 먼저 품었으면 하는 마음이 부모의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막 출발선에 선 아이에게 앞으로의 3년은 참으로 긴 여정이 될 것이다.

그래서 더 걱정되고, 그래서 더 조심스러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길의 끝에 아이가 자신을 잃지 않기를,
성적보다 자신을 더 오래 지켜낼 수 있기를 바란다.


그 마음으로, 오늘도 조심스럽게 응원해 본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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