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아하는것을 잘할때까지
캘리포니아의 해변가에서 파도가 치는 날이면 죽치고 서핑보드를 타는 소년이 있었다. 공부는 못하는데 야생, 등반을 좋아했다. 요세미티 암벽을 타거나 시에라 산악지대에 몇날며칠을 캠핑 가기도 하였다. 사실 그 시절에야 공부나 학벌이 딱히 중요하지 않았다. 2차 대전이 끝나고 1950년대에 미국은 바야흐로 세계의 공장, 산업의 중심이었다.
이본 쉬나드라는 소년은 1957년, 캘리포니아 버뱅크에서 주물창, 대장장이 작업실을 조성해 등산용품인 피톤을 만들기 시작한다. 암벽 등반을 해보니 질좋은 피톤이 필수적이었다. 질좋은 쇠를 사다가 피톤을 만들고 우편 카달로그를 통해 요세미티나 티톤, 로키 산간 등지로 소량 우편판매를 시작했다. 산을 타고 아는 사람들끼리 입소문에 너도 나도 주문하기 시작했다. 주문이 들어오고 돈이 들어오면 또 쇠를 사다가 만들어 팔았다. 배낭, 바지, 의류로 품종이 점점 늘어났다.
1973년 등산용품 회사로 키우며 이름을 파타고니아로 하고 피츠로이 산 모양을 그림에 넣었다. 이본 스스로 파타고니아 트레킹과 등반을 하며 좋은 영감을 얻었다. 그러나 여전히 회사 직원은 10명이 안된 상태였다. 피톤 등 주물은 직접 만들고 의류는 디자인만 해 다른데서 소량 주문생산하는 방식이었다.
https://www.outdoor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094
파타고니아 회사는 회사를 키우기보다 직원을 키우는데 역점을 두었다. 운동에 열정을 가진 사람들을 직원으로 채용했고, 직원들이 육아 걱정 없을때 더 큰 생산성을 발휘할 것으로 보았다. 직원들 근무시간 자유선택제를 선언했다. 직원들은 자기 공부를 계속하고, 오후에 마음껏 암벽을 탈수도 있다.
1981년 회사에 직원들의 아이들을 돌보는 육아시설을 지었다. 당시로서는 획기적. 본래 아이들을 키우려면 하나의 마을이 필요한데, 우리는 현대사회에서 더이상 그런 마을에 살고있지 않고 부모는 모두 회사에 나가있다. 따라서 회사가 그 마을과 같은 역할을 해야한다는 취지였다. 여기서 자라난 아이들은 사회성도 좋고 두려움 없고, 부모들도 육아 부담 없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고 보았다.
사내보육센터 통해 엄마 아빠가 아이들을 데리고 출근하고 점심시간에도 같이 보낼수 있게했다. 아이들 스쿨버스 오는시간엔 일찍 들어가 애들을 픽업한다.
1990년경, 파타고니아가 가족계획연맹(Planned Parenthood) 이라는 단체에 기부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 가족계획연맹이라는 단체는 안전한 임신중절 수술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로, 이 단체에 기부했다는 소식에 보수적 종교 단체에서는 불매 운동을 한다. 파타고니아 콜센터로는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보통 종교단체나 보수단체의 항의가 커지면 회사는 꼬리를 내리고 사과를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파타고니아의 대응은 달랐다.
https://newspeppermint.com/2021/05/20/patagoniacorporateactivism/
회사 차원에서 콜센터 직원들에게 항의 전화에 다음과 같이 답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고객님, 소중한 의견 주셔서 감사드리며, 저희는 고객님들께 이런 전화가 올 때마다 가족계획연맹에 전화 한 통당 5달러씩을 추가로 기부하기로 회사 차원에서 방침을 정했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파타고니아의 경영 철학을 총괄하는 빈센트 스탠리 팀장은 “그렇게 했더니 빗발치던 항의 전화가 뚝 끊겼다”고 한다.
파타고니아는 “깨어있는 자본주의(conscious capitalism)”의 상징이다. 정치적으로 민감하거나, 논쟁이 많은 주제에 대해서 기업들은 보통 목소리를 내지 않는 모호한 전략으로 양측의 돈을 다 벌려고 한다. 그러나 아무것도 안 하는 기업은 이제는 다 드러나는 시절이다. 민감한 주제에 관해선 몸을 사리는 게 상책이라던 통념이 잘못됐다는 걸 파타고니아의 역사가 직접 보여주고 있다. 파타고니아는 아웃도어 의류 장비 기업이면서 사회 변혁에 필요한 일이라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도 과감하게 말하고 행동에 나섰다.
파타고니아는 분명 이윤을 내는 기업이지만, 기업을 통해 더욱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영향을 미치려는 것도 맞다. 1985년, 파타고니아는 전체 이윤의 10%를 환경보호 단체에 기부하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기부 금액을 ‘이윤의 10%’에서 ‘총매출의 1%’로 상향한다. 환경, 낙태, 정치 등 여러 논쟁적인 이슈에 목소리를 내지만, 파타고니아 역사에서 논쟁적인 이슈에 휘말려 매출이 크게 줄어든 적은 없었다고 파타고니아 경영진은 말한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13112192871
이본 쉬나드는 좋아하는 것을 일찌감치 찾았다. 자기가 좋아하는 등반과 낚시를 하면서 비슷한 친구들에게 도움될 목적으로 작은 장비를 직접 만들기 시작한게 출발이었다. 먼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그다음 좋아하는 것을 계속 하면서 살기 위해 뭘해야할지를 강구하였다.
좋아하는게 먼저이다. 일은 그다음.
무엇을 먼저 해야할 지 모르겠다면 나무를 심어라. 진정한 낙관주의자만이 할수있는 일이다. (이본 쉬나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