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브라보콘 누이

- 브라보콘은 대체 얼마일까?

by 노랑무늬영원

나에게는 누이가 있다. 한때 얹혀살기도 했던 내가 신세를 많이 진 세 살 터울 누이가 있다.

어릴 적 우리 형제들만 있는 날이 많았는데, 아버지는 시골에서 농사일로 어머니는 장사 등으로 집에 계신 적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나이가 어린 나와 바로 위 누이는 집에 같이 많이 있어서 서로 의지하며 그렇게 어린 시절을 보낸 거 같다.

먹거리가 풍부한 요즘과 달리 내가 학교 다닐 때 먹었던 것은 값싸고 양 많고 맛있는 불량식품 말고 ‘눈깔사탕’, ‘브라보콘’ 몇 개 안 되었다. 어쩌다 얻은 주전부리는 아껴서 먹었고, 껌은 단맛이 빠졌어도 벽에다 붙여 놓았다가 다음날 먹기도 했다. 아마 내 또래 아이들의 생활이었을 것이다.


나에겐 ‘부라보콘 누이’가 있다.

그렇다면 난 왜 누이를 ‘브라보콘 누이’라고 말하는 걸까? 사실 엄밀히 말하면, 누이가 저간의 사정을 말하지 않았다면 난 그 사실을 까마득히 몰랐을 것이다. 언젠가 누이가 말하길 어렸을 적 서로의 돈을 모아 브라보콘을 사기로 한 모양이다. 그런데 돈 계산에 약했던 나는 그때 많은 돈을 냈고 누이는 적은 돈으로 서로 맛있게 브라보콘을 먹었는데, 누이는 그게 늘 맘에 걸렸는지 미안한 마음에 내게 고백(?)했다는 것이다.


내가 성년이 되고 대학을 졸업해서도 돈 못 벌고 있을 때, 여러 이유로 힘들어 할 때, 누이는 늘 내 편이 되어 주었고 브라보콘 값이라며 꼭 집어 말하진 않았지만 나에게 물심양면 도움을 주었다. 결혼 전에는 월급을 아껴서, 결혼 후에는 까다로운 매형의 눈을 피해 슬그머니 손에다 간혹 가방에다 얼마씩 넣어주었다.

어릴 적 티브이에 나온 브라보콘 CM송.


“열두 시에 만나요. 부라보콘.”

“둘이서 만나요. 부라보콘.”

“살짝쿵 데이트. 해태 부라보콘.”


이제도 누이도 많이 늙었다. 그래도 늘 배움을 멈추지 않고 자신의 삶을 위해 꾸준히 실천하는 누이를 바라보며 많은 걸 배운다. 어쩌다 만나면 같이 늙어가는 처지라고 티카태카 하면서 웃고 떠들며 지내는 사이지만 ‘누이는 누이’인 것이다.


여전히 내가 어린 동생으로만 볼 누이에게 기쁨보다는 걱정을 끼친 게 더 많다는 점에서 미안하다. 그리고 지금 내 모습이 동생으로써 누군가에게 자랑하기보다는 속으로는 내가 어찌저찌 잘 지내는지 궁금해 할 누이에게 그 짐을 줄이지 못해서 그것도 미안하다. 그럼에도 내게 그런 내색 안 하고 항상 밝은 미소를 보내주는 누이가 난 참 고맙다. 올해 초 잠깐 봤을 때 건강이 그리 좋지 않았는데 자기 일하면서 건강을 챙겼으면 좋겠다.

오늘은 장보는 날. 오랜만에 브라보콘을 사볼까?


브라보콘.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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