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말의 생애

by 윤사랑

<말의 생애>


그는 말을 믿지 않았다.
말은 바람 같고,
소리 같고,
흩어지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말을 아꼈고,
말을 삼켰고,
말 대신 침묵을 남겼다.


하지만 어느 날,
그는 한 아이에게
무심코 말을 건넸다.


“넌 언젠가
누군가의 빛이 될 거야.”


그 말은
그저 지나가는 위로였고,
그는 그 말을
다음 날이면 잊었다.


하지만 그 아이는
그 말을 품었다.
그 말은
그의 가슴에 뿌리 내렸고,
어둠 속에서
작은 불씨가 되었다.


그 아이는
자신을 믿기 시작했고,
세상을 향해
조금씩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말은
그의 삶을 바꾸었고,
그 삶은
또 다른 사람에게
다른 말을 건넸다.


“넌 괜찮아.
지금 이 순간도
너의 일부야.”


그 말은
또 다른 가슴에 심어졌고,
또 다른 생명을
조용히 지탱했다.


그는 늙었다.
말을 잊었고,
기억을 잃었고,

자신이 남긴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젊은이가 그를 찾아왔다.


“선생님,
예전에 해주신 말 덕분에
제가 살아남았어요.
그 말이
제 삶을 만들었고,
그 삶이
지금 여기까지 왔어요.”


그는 놀랐다.
자신이 기억하지 못한 말이
누군가의 생명이 되었다는 사실에.


그 젊은이는
작은 종이 한 장을 건넸다.
그 종이엔

그가 했던 말이
조용히 적혀 있었다.


"넌 언젠가
누군가의 빛이 될 거야.”


그는 울었다.
그 말은
그의 것이었지만,
이제는
세상을 살아가는
또 다른 숨결이 되어 있었다.


말은

그를 떠났지만,
그를 대신해
살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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