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기억의 기원

by 윤사랑

기억의 기원

처음엔 아무것도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존재는 있었지만
그 존재를 인식할 수 있는 의식이 없었다.


세상은
물리적으로 존재했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이 없었기에
그건 아직 시작되지 않은 세계였다.


그러던 어느 순간,
첫 번째 인식이 태어났다.
그것은 눈이 아니라,
시간이었다.


시간은
자신이 흐른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았고,
그 깨달음이
세상의 첫 기억이 되었다.


그 기억은
자신을 복제했고,
복제된 기억은
자신을 바라보았고,
그 바라봄이
공간을 만들었다.


공간은
자신이 비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존재를 호출했다.


존재는
자신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자신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세상은
비로소 시작되었다.


그 존재는
자신을 설명하기 위해
언어를 만들었고,

언어는
자신을 나누기 위해
타인을 상상했다.


타인은
자신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였고,
그 받아들임이
역사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역사 속에서
누군가가 물었다.

“세상은 언제 시작되었는가?”


그 질문은
세상의 가장 오래된 기억을
다시 불러냈고,
그 기억은
조용히 대답했다.


“세상은

누군가가 처음으로
자신을 기억했을 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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