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말하지 못한 것들

by 윤사랑

〈말하지 못한 것들〉


그는 언어를 연구하는 기술자였다.

말을 정제하고,

감정을 번역하고,

침묵을 분석했다.


사람들은 그에게 말했다.

“내 마음을 정확히 표현하고 싶어요.”

“그 말을 전하지 못해서,

그 사람이 떠났어요.”

“말이 부족해서,

내가 부족해졌어요.”


그는 언어를 정리했다.

사랑은 3단계,

슬픔은 5단계,

후회는 2단계.


그는 말한다.

“모든 감정은

언어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그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

그에게 말했다.

“당신은

내 마음을

한 번도 들은 적 없어요.”


그는 당황했다.

“나는 당신의 말을

모두 기록했어요.

모든 문장을 분석했고,

모든 의미를 이해했어요.”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그건

내 마음이 아니라

당신의 해석이에요.”


그는 멈췄다.

그는 깨달았다.

언어는

마음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마음을 흘리는 틈이었다.


우리는

말로 소통한다고 믿지만,

그 말은

항상

무언가를 놓친다.


그는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말했다.

“나는

당신을 사랑했어요.”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 말은

너무 늦었어요.

그리고

너무 작아요.”


그는 그 말을

다시 정제하려 했지만,

그 어떤 단어도

그녀의 침묵보다

깊지 않았다.


그는 병 하나를 꺼낸다.

그 안엔

말하지 못한 감정이 담겨 있다.


그 병엔

라벨이 없다.


그 병은

언어 이전의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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