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심층〉
그는 감정을 분류하는 기술자였다.
기쁨, 슬픔, 분노, 사랑, 미움—
모든 감정은 색으로 구분되고,
온도로 측정되며,
그래프로 정리되었다.
사람들은 그에게 감정을 맡겼다.
“이건 사랑이에요.”
“이건 후회예요.”
“이건… 모르겠어요.”
그는 말한다.
“모든 감정은 분해 가능합니다.
복잡해 보여도,
기본 요소로 나뉘죠.”
하지만 어느 날,
한 여자가 병 하나를 내민다.
“이건
그를 떠난 날의 감정이에요.”
그는 분석을 시작한다.
기쁨 12%,
슬픔 38%,
안도 9%,
죄책감 41%.
그는 말했다.
“이건…
사랑이 아니네요.”
여자는 조용히 웃는다.
“그렇죠.
하지만
그날 나는
그를 가장 깊이 사랑했어요.”
그는 멈춘다.
그래프는 말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분석해본다.
어머니의 죽음,
첫사랑의 이별,
자신이 만든 기술의 실패.
모든 감정은
혼합되어 있었다.
기쁨과 슬픔,
미움과 사랑,
후회와 안도.
그는 깨달았다.
감정은
분해될 수 있지만,
이해될 수는 없다.
우리는
단일한 감정으로 살아가지 않는다.
우리는
복잡한 감정의 심층에서
자신을 찾아간다.
그는 병에 라벨을 붙인다.
“심층 / 인간 / 설명 불가”
그리고
그 병을
가장 깊은 서가에 보관한다.
그 병은
색도 없고,
온도도 없고,
그래프도 없었다.
하지만
그 병은
가장 인간적인 감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