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시 고양이

밤의 루이, 몰래 말하는 마음

by 윤사랑

<밤의 루이, 몰래 말하는 마음>


또 혼자 거실이다

불은 꺼졌고

너는 방 안에서 자고 있지

나는 조용히 누워

네 숨소리를 상상한다


오래 만질 때

내가 꾹 참고 있는 거

알고는 있지?

사실 나,

소심한 고양이 아니야

그냥… 네가 좋아서 참는 거야


‘목욕’이라는 단어

그거 들리면

내 귀가 먼저 반응해

도망가는 것도 전략이야

붙잡히면 벌렁 눕는 것도

내 방식의 저항이지


간식 줄 땐

조미료 냄새 나면

살짝 외면하는 거

그거, 나름의 고집이야

자연식이 더 나아

나, 생각보다 까다로운 고양이야


안으면 도망가지만

무관심하면

슬쩍 네 옆을 지나가

그건…

너한테 닿고 싶은데

내가 먼저 다가가기엔

좀 자존심 상해서 그래


가끔 네 손 핥아주는 거

그거,

내가 너한테 마음 열었다는 뜻이야

자주 안 하는 건

너무 티 나면

내가 약해 보일까 봐


슬플 때

네 옆에 와서 누워주는 건

내가 너를

조용히 안아주는 방식이야

말은 못 해도

내가 다 보고 있어


오늘 밤도

혼자 누워 있지만

내일 아침엔

살살 문 긁을게

그게 나의 방식이니까

너를 깨우는,

조금 투덜거리지만

아주 조심스러운 사랑



keyword
이전 12화산문시 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