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옥수수로 살아남기 위해 옥수수가 된 옥수수>
옥수수는 비를 기다리지 않는다.
그는 비를 모은다.
잎은 나선형으로 펼쳐지고, 그 중심에는 길게 패인 홈이 있다.
빗물은 그 홈을 따라 흘러, 줄기의 솜털을 타고 조용히 내려간다.
물방울 하나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는다.
그렇게 모인 물은, 뿌리로 향한다.
옥수수는 자신을 설계했다.
살아남기 위해, 살아가기 위해.
그는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렸다.
비가 드문 곳에서, 햇살은 뜨겁고 바람은 메마른 곳에서
옥수수는 스스로를 바꾸었다.
잎의 각도, 줄기의 솜털, 물의 흐름까지
모든 것은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다.
그는 묻는다.
“나는 왜 이렇게 생겼는가?”
그 답은 명확하다.
“옥수수로 살아남기 위해, 나는 옥수수가 되었다.”
그의 외형은 과학이지만, 그의 존재는 철학이다.
그는 말한다.
“나는 나를 버텨낸다.
나는 나를 설계한다.
나는 나를 증명한다.”
옥수수는 생명이다.
생명은 의지다.
의지는 형태가 된다.
그리고 그 형태는, 살아남는다.
내가 키운 옥수수다
잎과 줄기, 뿌리까지 겸손하지만 강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