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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온 Feb 20. 2023

회사는 월급 주는 아카데미.

보수적인 회사에서 살아남기.


이직 생각

있어요?




'B제약 S팀장'



휴대폰의 벨이 울렸다.



나         "아! 과장님 안녕하세요! "


S과장   "네, 혜림 씨. 잘 지냈죠? 저 기억해요?!"




B 모 제약의 S과장이었다. 거래처 중 하나인 유명 제약회사에 다니는 분이셨는데, 몇 번 미팅을 통해 안면을 튼 분이었다.




S과장   "혹시 이직 생각 있어요? 다름이 아니라 제가 이번에 A제약회사로 이직을 했어요.

            여기서 홈쇼핑 화장품을 론칭할 사람이 필요한데, 혜림 씨가 떠오르더라고요."




스카우트 제안이었다. 미팅 때 활기차고, 열정 있는 모습을 좋게 본 S과장은 좋은 조건과 연봉을 제안하며 의사를 물었다. 더불어 그 회사는 우리나라 제약업계에서 Top이었던 그 당시 내겐 큰 기회의 회사였다.


나는 나의 일을 열심히 해왔던 만큼 성장에 대한 욕심 또한 컸다. 첫회사에 대한 애정이 컸지만 결국 나는 나를 위해서 이직을 결심했고, 사직서를 냈다. 퇴사하는 날까지 매일같이 대표 방에도 불려 가고, 병원의 대표 원장까지 나서 나의 사직서를 거부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 없이 이직을 선택했다. 나의 퇴사를 반대해 준 이들을 보며 첫 회사에서의 4년간의 생활이 결코 헛되지 않았구나를 느낄 수 있었던 고마운 순간이었다.





우리 회사는

비건은 안 돼요.




A제약회사에 입사하자마자 내가 맡은 건 2030을 위한 화장품 브랜드를 기획하는 것이었다. 이직했던 2018년 시기에 화장품 업계에선 코스메슈티컬의 열풍이 어느 정도 정체기가 오고 있는 시기였다. '센텔라아시아티카', '병풀'이라는 화장품 성분이 핫했던 시절이었는데, 그 이상의 콘셉트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했다.


국내 화장품뿐만 아니라 해외 화장품까지 시장조사를 하다 보니, 해외에서는 이미 비건 화장품들의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2030이라는 타깃은 트렌드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순한 화장품, 가치 있는 소비의 특징을 보이는 것에 맞춰 '비건 화장품'이 잘 맞겠단 판단이 들었다. 브랜드의 이름을 '라 비건(La vegan)'이라는 브랜드 명까지 정했다.


이미 내가 입사한 3년 전부터 코스메슈티컬의 바람과 함께 닥터자르트, CNP, 동국제약뿐만 아니라 라로슈포제, 유리아쥬, 바이오 더마 등 더마 코스메틱들이 열풍이 오기 시작하면서 올리브영의 매출 또한 정점에 이르고 있었다.


코스메슈티컬이든, 더마 코스메틱이든 소비자들의 피로도 후에 결국엔 '비건 화장품'이라는 답이 들었다. 비건과 환경까지 생각한 화장품이라면 가치의 확장적인 면에서 가능성이 더 크겠다.



그렇게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프로젝트를 만들어 발표를 하는 날이었다. 발표가 끝나자마자 한 연구원이 손을 들고는 이렇게 얘기했다.



"저희 회사는 동물 실험을 하는 제약회사라 비건이랑 콘셉트가 맞지 않아요."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모두들 그의 말에 동조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게다가 그날 발표가 끝난 후 팀장이 나를 불렀다. 올리브영 관계자에게 비건 콘셉트의 화장품에 대한 의향을 물었더니 올리브영에서는 비건 화장품은 관심이 없다고 했다 하지 않은가.



세상에. 그 당시에 신세계에서는 아워글래스(Hourglass)라는 글로벌 비건 브랜드를 국내에 론칭까지 시킨 시점이었다.



그때의 내 제안은 회사 내에서 힘이 없었다. 누구도 알지 못했다. 불과 몇 년 후에 올리브영에 모든 화장품이 비건 화장품들로 물들 줄은.  





건강기능식품 BM은

어때?




화장품 사업의 방향은 비건 화장품이 아닌 면역 세포를 화장품 성분으로 개발하여 화장품을 만들자는 최종 의견이 나왔다.


나의 짧았던 견해일 수 있지만 그 성분은 소비자에게 설명하기 너무 어려워 보였다. 심지어 화장품 원료로 개발하기까지 1여 년의 시간이 더 걸려야만 했다.


그때 마침 본부장이 나를 불렀다.



본부장   "제니(회사 영어 이름), 건강기능식품 BM 해보는 거 어때?"



B2C사업이 초창기였던 부서의 특성상 사업을 확장하는데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화장품 성분이 원료로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입장에서 지금 당장 운영해야 하는 건강기능식품과 이너뷰티 쪽도 운영해 보면 어떻겠냐는 의견이었다.



앞의 글들을 보면 알겠지만 나의 대답은 당연히 Yes. 였다.

새로운 걸 해볼 수 있는 기회, 도전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는 도전의 변태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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