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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온 Feb 20. 2023

커리어의 진실.

회사 안 커리어, 회사 밖 커리어.


앞으로 커리어는

어떻게 하려고 그래.




화장품 BM으로 입사한 내가 건강기능식품 BM을 한다는 건 나의 업무 커리어가 꼬일 수 있다며 주변 사람들이 걱정을 했다.


나의 첫회사의 시작도 쇼호스트로 입사했다가 화장품 BM이 되는 일이었다. 거기서 나는 화장품에 대한 애정과 BM으로서 마케팅을 하는 일들이 잘 맞는다는 걸 발견했다. 회사 안에서의 한 가지 분야에서의 나의 목표는 없었다.



'난 어차피 회사를 나갈 테니까.'



되려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건강기능식품의 매출이 4조 원을 넘나드는 이 시장을 내가 배워볼 수 있는 확실한 기회라고 생각했다.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을 모두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

또 하나는 뷰티는 바르는 것만이 뷰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물론 카테고리로 나누면 화장품 영역과 건강기능식품의 영역은 다르지만 그 중간엔 이너뷰티는 이 둘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였다.


화장품 업계 또한 더 성장하려면 이너뷰티, 건강기능식품으로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찰나였다. 아니나 다를까 많은 화장품 회사 브랜드가 화장품 시장 성장에서 주춤대기 시작하자 이너뷰티와 건강기능식품 브랜드들을 본격적으로 론칭하기 시작했다.


첫 회사에서의 다역의 업무가 당연했던 나는 

늘 이것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것도 할 줄 아는 사람이고 싶었다.


그저 회사에서의 미래가 아닌, 나중에 회사를 나가서라도 나의 경쟁력을 위해 꼭 필요한 일들이었다.





브랜드 매니저는

곧 브랜드 마더.




브랜드 매니저는 브랜드 마더라는 말이 딱 맞는 말이다. 제품이 태어나기 전 시장조사부터 제품이 론칭되고 운영되기까지, 어떻게 론칭을 시키고, 마케팅 전략을 세울 것인지, 판매 전략과 운영은 어떠한 방식으로 할 것인지를 Forecasting(예상 매출, 목표)에 맞춰 총괄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운영하다 보면 자식을 키우는 마음처럼 제품을 키워가는 애정이 커질 수밖에 없다.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브랜드는 호주에 있는 비타민 구미 제품을 론칭했던 일이다. 지금도 그 제품이 잘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내 새끼가 잘 자라고 있는 듯한 기분에 잘되면 잘될수록 나 또한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론칭 당시, 마케팅 예산이 많지 않았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수입브랜드였기에 자사 브랜드에 비해 많은 예산을 받지 못했다. 배정받은 마케팅 비용은 1년에 4억 원. 자사 브랜드들은 60억, 80억이라는 마케팅 비용을 배정받았을 때 나는 1년 동안 4억 원이라는 돈으로 마케팅을 해야 했는데, 그 마저도 비용 감축을 위해 2.4억 대로 예산을 줄여야 했다.



남들과는 다르게, 저예산으로 고효율을 내야 했다.



필자가 진행한 인스타그램 마케팅



나의 강점을 살렸다. 화장품 업계에서 왔다는 것이었다. 그때 당시 건강기능식품하면 딱딱하고, 색감이 없는 콘셉트에 건강만을 타이틀로 내건 상품과 마케팅들이 대부분이었다.


화장품 업계에서 늘 예쁜 것들만 봐왔던 내 입장에선 건강기능식품도 화장품처럼 색감 있고 예쁘게 키우고 싶었다. 상품의 모든 콘셉트컷을 화장품 전문 촬영 스튜디오에 맡겼다. 딱딱하고, 어려운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화장품처럼 예쁘고 갖고 싶은 상품으로 인지되도록 콘텐츠들을 기획했다.


예산이 없었기에 양보단 질에 집중해야 했다. 푸드 스타일리스트를 활용해 제품을 맛있게, 때론 재미있게 연출해 냈다. 그리곤 타깃 광고를 통해 적은 돈으로 콘텐츠를 홍보했다.


예쁘고, 감성 있는 콘텐츠를 좋아하는 인스타그램의 유저들은 내가 맡은 브랜드의 콘텐츠에도 적극적인 참여를 보여줬다. 이벤트는 진행했다가 하면 기본 300여 명~9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허수의 팔로워를 하나도 구매하지 않고, 진심으로 우리 브랜드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해 ''구미 대장'과 구미레인저'라는 팔로워 명칭을 만들어내며 작은 커뮤니티로 이어지게 했다.   



(왼쪽부터) 필자가 진행한 팝업스토어 / 미니언즈 콜라보 세트 / 미니언즈 콜라보 선물 세트


이 외에 미니언즈(유니버설)와 콜라보, 팝업 스토어, 퍼포먼스 마케팅을 도입하며 브랜드의 급성장을 이뤄내기 시작했다.


그중 나의 가장 큰 보람은 자사몰을 직접 운영했다는 거다. 인력의 부족으로 자사몰을 운영할 수 없었는데, 내가 자사몰을 직접 기획하고, 자사몰 직접 운영하겠다고 했다. 내 업무는 아니었지만 내 브랜드의 매출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예산이 적어 론칭 첫 해에는 온라인에 모든 집중을 힘썼다. 자사몰을 오픈한 이후, 매출 급등과 품절 현상이 이어지기 시작했고, 온라인 전체 채널에서 내가 맡았던 자사몰이 매출 2위, 회사 전체 제품에서 자사몰 매출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또한 온라인 판매를 급등시키기 위해 라이브 커머스 TFT가 만들어졌다. 내 제품이 아닌 회사의 모든 품목을 직접 판매하고, 진행하는 업무를 했다. 남들이 보면 담당 품목이 아닌데, 왜 불필요한 에너지를 써가며 남 좋은 일을 하느냐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확장하는 모든 업무에서 성장세를 경험했다. 다른 품목의 매출을 높여주는 건 나의 KPI는 아니었지만, 품목들의 매출이 올라갈수록 나라는 사람의 성장 또한 이룰 수 있었다.



재직 시절, 라이브커머스에 출연하여 방송을 진행하는 장면





이게 곧 내가 말하는 커리어였다.

이것만 잘할 수 있는 게 아닌 이것도 잘할 수 있는 커리어.


내가 그때 자사몰을 운영해보지 않았다면 퇴사 후 온라인 사업을 하는데 아무것도 몰랐을 것이다.


회사에서 내가 라이브커머스를 해보지 않았다면 퇴사 후 라이브 방송으로 큰돈을 벌어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찾는데 가장 도움을 주었던 건 모든 일에 개방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전문성을 포기하고 여기저기 걸치며 일을 해보라는 단호박 같은 이야기가 아닌


인생에서 정말 좋아하는 걸 모르겠을 때, 막연히 정확한 인생의 목표를 찾지 못하겠을 땐


회사 안에서만 속한 KPI가 아닌 내 인생의 전반적인 KPI를 위해 경험해 보는 걸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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