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론 수업에서 배운 건 결국 '말'이었다

말 한마디가 마음의 문을 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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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증 공부하면서 두 과목의 강의를 듣고 있다.

하나는 개론, 다른 하나는 민법이다.


개론 수업은 전반적인 내용을 두루 살피며 밑그림을 그려주는 과목이라 기본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이론이 나오게 된 배경을 다루는 부분에 들어서면 공부하기가 싫어진다. 실생활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학파의 구분, 학자가 주장한 개념, 시대적 맥락. 이걸 왜 이해하고 외워야 하지 하는 생각이 자꾸만 따라붙는다.


그럴 때마다 강사의 말투는 오히려 의욕을 꺾었다.

"이런 거 왜 해야 돼. 이런 것까지 왜 물어보냐고요. 그래도 어떻게, 해야죠."


학생들의 답답함을 덜어주려는 농담인 걸 안다. 웃음으로 분위기를 환기하려는 마음도 이해한다. 하지만 내겐 그 말이 ‘어차피 의미 없는 공부’라는 낙인처럼 들렸다. 시험 끝내고 나면 모두 잊어버릴 공부라는 생각만 더 짙어졌다.


반면 민법 강의는 달랐다. 수업에서 다루는 판례들은 대부분 일상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니 법이 필요하고, 소송과 재판이 있었겠지. 특이한 사례가 나올 때마다 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이런 일들도 실제로 일어나고 있어요. 그래서 미리미리 알아두면 좋습니다. 언젠가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어요."


과목의 특성 차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강사의 말 한마디가 수업에 대한 태도를 바꿔준다는 걸 느꼈다. 똑같이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 내용이었는데 그 말 덕분에 언젠가 도움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으로 조금은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설령 당장은 쓸모없어 보이더라도 개론 강사가 "이런 건 어디 가서 아는 척하기 좋아요. 이런 주장 펼친 사람들 대단하지 않나요? 알아두면 어딘가에 쓰일 거예요." 같은 말을 해주었다면 내 안에 있던 불만이 조금은 누그러졌을지 모르겠다.




얼마 전 첫째 아이가 태권도 학원에서 돌아와 화장실에서 손을 씻으며 말했다.

"엄마! 사범님이 저녁 9시 반 수업에 오고 싶으면 와도 된대."

그러더니 장난스럽게 물었다.

“내가 그 수업에 가면 어떻게 될까~?"


나는 무심코 대답했다.

"안 그래도 저녁에 오면 피곤하다고 짜증 부리는데, 그때 가면 더 많이 짜증 부리겠지~"


그러자 아이가 정색하며 말했다.

"엄마가 그렇게 말하니까 짜증이 나게 됐어."


머리를 얻어맞은 듯 멍해졌다. 아이는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물었을 뿐인데 나는 내 기준대로 결론을 단정 지어버렸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상황을 미리 그려놓고 단정적으로 말했으니 아이가 마음을 닫는 건 당연했다.

개론 수업 들으며 ‘말 한마디가 배우는 사람의 태도를 무너뜨릴 수도 있구나’ 하고 느꼈는데 정작 나는 내 아이에게 똑같은 실수를 하고 있었다.


말은 쉽다. 하지만 그래서 더 어렵다. 같은 생각도 어떤 말로 건네느냐에 따라 마음을 닫게도 열게도 한다.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감정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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