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누군가를 돌보는 일

주말, 소아과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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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저녁부터 첫째 아이 몸이 뜨끈했다. 설마. 엄마의 예감은 또 빗나가지 않았다. 새벽에 아이가 춥다며 깼다. 열 재보니 39도. 요즘 독감이 워낙 유행이라 합리적 의심이 들었다.


독감은 열난 지 24시간이 지나야 검사 결과가 정확하다고 한다. 하지만 하루를 그냥 버티기엔 힘들 것 같았다. 오후에 병원에 가보기로 했다.


집 근처에는 주말에도 진료하는 소아청소년과가 있다.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싶어 아침에 ‘똑닥’ 앱을 켜봤다. 아직 예약이 열리기도 전인데 이미 대기 인원이 60명. 일찌감치 병원에 가서 접수한 환자가 그 정도였던 것이다.


오후 진료 예약이 오픈되면 바로 해야지 생각했지만, 안 되겠다 싶었다. 미리 가서 현장 접수를 해야 했다. 결국 점심을 먹고 내가 먼저 병원으로 향했다.




한 시쯤 병원에 도착했다. 분명 점심시간은 한 시 반까지인데, 진료실 문이 계속 열리고 닫혔다. 아이와 부모가 나오면 곧 다음 이름이 불렸다. 한쪽에서는 간호사가 보호자에게 약품 주의사항을 설명 중이었다. 또 다른 간호사는 데스크와 진료실을 분주히 오갔다.


나는 대기 21번이었다. 집에 돌아갔다가 순번이 열 번째 되었을 때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


앉을자리가 없었다. 문 앞 소파에는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아빠 다리에 기대 힘없이 누워 있었다. 바로 옆자리에는 엄마가 여자아이와 함께 앉아 있었다. 그 아이는 엄마 어깨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오른쪽 소파 공간에는 어린아이들 가족이 많았다. 해맑게 장난치고 있는 아이들은 분명 진료 전일 테고, 엄마 품에 안겨 엉엉 우는 아이들은 조금 전 의사를 만나고 나온 아이들일 거다. 정수기 근처에는 모자가 앉아 있었다. 폴대 하나에 걸린 두 개의 약주머니에서 내려온 줄이 엄마와 아들의 손등에 나란히 닿아 있었다.


우리 차례가 되어 진료실에 들어갔다. 의사는 열이 난 지 얼마 안 되어 결과가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겁내는 아이를 다정히 달래며 검사했다. 다 끝나자 잘했다고 칭찬을 잊지 않으셨다. 선생님은 오늘만 몇 번째 진료와 몇 번째 독감 검사였을까.




잠시 나와 결과를 기다리는데, 뒤에서 간호사들의 대화가 들렸다. “저 진짜 너무 힘들어요” 그럴 만했다. 몇 시간을 서서 쉬지도 못했을 테니까.

그런데도 모두 친절했다. 환자 이름을 부를 때 ‘솔’ 음을 유지했다. 같은 동의서 설명을 백 번은 했을 것 같은 간호사의 눈에는 여전히 웃음이 보였다. 검사 결과가 조금 늦어진다며 내게 미안하다고 말했을 때, 오히려 내가 더 미안했다. 다행히 결과는 음성이었다.


병원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누군가의 누군가를 돌보는 이들이었다. 아픈 아이를 품에 안은 부모도, 잠시도 앉지 못한 채 환자를 맞는 간호사도, 우는 아이 달래 가며 검사하던 의사도. 각자의 자리에서 누군가의 회복을 위해 애쓰고 있었다.


병원은 아픔이 모이는 곳이지만, 동시에 마음이 오가는 곳이기도 했다. 서로 다른 이유로 그곳에 있었지만 모두가 누군가의 회복을 위해 애쓰고 있었다. 그렇게 각자의 자리가 이어져 하나의 온기를 만들고 있었다.

오늘의 고마움이 내일의 배려로 이어지길, 조용히 바라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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