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한국나이로 서른아홉이 되었다. 나도 이제 다음해면 마흔이구나. 앞자리가 바뀌는구나!
그러다 갑자기 우리나라가 만 나이로 통일할 거라고 한다. 다음 해, 내가 마흔으로 한 살을 더 먹은 건지 서른여덟 살로 한살이 깎인 건지 혼란스럽게 살았다. 그렇게 작년 6월에 다시 서른아홉이 되었다.
이제 빼도 박도 못하는 마흔이 되기 딱 열흘 전이다.
<김미경의 마흔 수업>을 읽으면서 김미경 강사의 팬이 되었다. 그동안 출간한 책들을 빌려서 읽고 강의도 찾아들었다. 뼈도 많이 맞고 위로도 받고 응원도 들었다.
(독서노트) 30대를 너무 무의마하게 보낸 것 같다. 내 인생에 나는 없이 아이들, 우리 가족만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 엄마로의 내가 아니라 그냥 나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생각을 전환하게 되었다.
(지금) 한동안 계속 고민했던 것 같다. 나를 위해 책을 읽고 나를 위해 투자를 하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글을 쓰면서 나라는 사람 자체를 인정받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누구 엄마가 아닌 IMAGE라 불러 주었다. 진짜 나를 찾은 것 같았다.
지난 주말 <엄마에서 나로, 리부트> 북토크에 다녀왔다. 한 작가님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엄마도 나입니다. 너무 구분 지어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내인 나, 엄마인 나가 아닌 구분된 나로 살아보려고 했다. 아니었다. 아내인 나도 나고, 아이들 엄마인 나도 나고, 그냥 나도 나다. 그렇게 함께 하는 지금의 나로 살아가면 된다는 것을 새로이 깨닫게 되었다.
(독서노트) 나를 의기소침하게 만들고 힘들게 하는 것은 단연 '비교하는 마음'이다. 다른 사람의 꼭대기와 나의 바닥을 비교하지 말고, 나의 밑바닥과 싸우는 과정에 집중해야겠다.
(지금) 김호연 님의 소설 <불편한 편의점>에서는 "비교는 암이고, 걱정은 독이야. 안 그래도 힘든 세상살이, 지금의 나만 생각하고 살렴."이라는 대사가 나온다. 암을 떼어내지 않으면 점점 커지고 옮겨가듯, 비교를 중단하지 않으면 나는 점점 작아진다.
SNS를 하면서 자존감이 많이 올라갔다. 더 이상 동기들의 진급 소식이 불편하지 않았고, 내 생활에 자부심도 느꼈다.
그러나 SNS 안에서의 비교가 또 나를 병들게 만들기도 한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을 보면 의기소침해지고, 릴스를 잘 만드는 사람들을 보면 한없이 부럽다.
어제의 나와, 바닥이었을 때의 나와 비교해야 하는데. 이건 계속해서 풀어가야 할 숙제이다.
이제 곧 진짜 마흔이다. 특별한 40대를 보내고자 1년을 달려왔다.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공부를 하고 연습을 한다.
마음이 달라졌다. 출산 후에 전업주부가 되면서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인생이 되었다 생각했었다. 아이들 키우며 쳇바퀴처럼 굴러갔던 시간들.
지금은 다른 쳇바퀴를 굴리고 있다. 의미 있는 한걸음 한걸음 들이다. 무언가 다른 앞날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이 생긴다.
관심이 달라졌다. 넷플릭스에서 볼 새로운 작품이 더 이상 없을 정도로 드라마와 영화를 섭렵했던 나였다. 낮에 잠깐 보려고 켰다가 궁금해서 밤새 넷플을 봤던 내가, 이제는 틈만 나면 책을 펼쳐든다. 서점과 도서관에 읽고 싶은 책이 쌓였다. 욕심껏 책을 마련하고는 시간이 모자란다고 푸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