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따라 걷고 싶다, 라는 바람을 늘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였을까 바람이 불면 들썩이고는 했던 그 때.
바람 좋은 날 창을 활짝 열고 커튼이 날리는 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던 시간.
그 시간을 기억나게 하는 그림을 만났다.
오랜 세월동안 살았던 삶의 터전을 옮겨오는 일, 바람처럼 가벼워지고 싶은 바램이, 바람이 있어서였다.
이삿짐을 옮기고 정리도 마저 끝나지 않았지만 나는 자꾸만 나서고 싶었다.
이리저리 휘이 돌아다니고 싶었지.
그동안 매어 있던 시간들을 보상받고 싶었던 걸까.
스스로 풀어낸 고삐에서 헤어난 자유로움을 실재로 느껴보고 싶었을지도.
버스를 타고 느긋하게 다녀올 수 있는 곳.
더 현대 전시장에서 글벗을 만나 함께 바닷바람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햇살 환하게 빛나는 바다, 반짝이는 윤슬 위로 바람이 분다.
얇은 스폰 커튼을 흔드는 저 바람이 내게도 다가와 속삭인다.
봐, 푸른 바닷빛을 마음껏 품으렴!
시원한 바람에 개운하게 마음을 씻어도 좋을거야.
빰을 스치는 바람을 맘껏 호흡하렴, 폐포 구석구석까지 깨끗해지는 기분일거야.
가만히 눈을 감아봐, 부드러운 바람을 볼 수 있을 거야.
네 팔에 난 솜털이 일렁이지 않니, 간지러울까?
마냥 앉아 있고 싶은 저 곳.
햇살이 따스하게 들어와 자리잡은, 바람이 하늘거리는 바닷가 노을이 붉게 퍼지는 저 곳.
살아가는 동안 긴장하며 굳어진 내 몸의 근육들이 말랑말랑해지는 걸 알아챌 수 있을거야.
가빨랐던 호흡도 천천히 깊어지고 느려지겠지.
앞으로 내가 살아야 할 삶의 방식일거야.
이제는 서두를 일도 없을테니 나의 속도로 알맞게 적당하게 나아가는 거다.
불필요한 것들, 꼭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면 단순하게 정리하면서.
그렇지, 이삿짐정리는 나중에 하나씩 천천히 살아가며 해도 괜찮은거야.
우선은 단단히 당겨 묶었던 허리줄을 느슨하게 풀어.
푸른 바닷물에 눈을 맑게 헹구어보자. 그리고 저 앞에 놓인 길을 살펴볼거야.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