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는, 글을 쓴다》
잿빛 하늘을 올려다보며 생각했어.
정말 저 하늘은 어둡기만 한 걸까.
모든 게 흐릿하게 보이는 날이 있지만,
그 흐름 뒤에는
분명 푸르고 청명한 하늘이 숨어 있을 거야.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조금 어둡더라도
, 나는 너무 쉽게 낙담하지 않으려 해.
뭉개진 구름을 하나하나 걷어내다 보면,
언젠가는 따스한 햇살이
나를 눈부시게 안아줄 테니까.
그런 날을 기다리는 동안,
자꾸만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게 돼.
왜 그때는 몰랐을까.
왜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을까.
후회라는 감정은 생각보다 조용해서,
오히려 더 오래 머문다는 걸 이제야 알아.
"그때는 몰랐어."
그 짧은 한마디가,
때로는 지금 이 순간마저도 과거로 바꿔버리곤 해.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머물지 않기로 했어.
붙잡을 수 없는 시간은 흘려보내고,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온전히 사랑해보려 해.
그리고 그럴 때마다, 나는 글을 써.
글을 쓴다는 건 마치
아무도 밟지 않은 눈 위에 첫 발자국을 남기는 일 같아. 발을 조심스레 내딛으면 ‘뽀드득—’ 하고 울리고,
마치 푹신한 구름을 밟는 듯한 기분이 들어.
그 조심스러운 한 걸음처럼,
글 한 줄을 써 내려갈 때마다
마음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조용히 퍼져나가는 걸 느껴.
생각도, 감정도, 그리고 나 자신도.
조금씩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그래서 나는, 글을 쓴다.
그게 내가 나를 안아주는 방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