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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과 출산

왜 아무도 얘기해 주지 않았을까?

임신과 출산은 대단한 일이다. 한 생명을 잉태해서 출산하고 키운다는 건 숭고한 일이지만 어려운 일이다. 


나는 임신 기간에 별 탈 없이 기차를 타고 서울과 지방을 오가며 지냈다. 어떤 음식을 먹으면 장이 꼬이듯 아프거나 가끔 밀폐된 공간에 들어가면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드는 것 외에는 무사히 보냈다. 출산 일주일 전까지도 운전해서 회의에 참석했다. 그러나 지인 중 한 명은 임신 기간 내내 먹는 것마다 토해서 이온음료수만 마시고 지내기도 했다. 탈진 상태로 힘들어 하다 결국 회사를 그만두었다.


평탄했던 임신과는 달리 출산은 힘들었다. 4.2킬로의 남자아이를 자연분만했다. 12시간 진통 후에도 아이가 잘 나오지 않아서 고생을 했다. 결국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던 중에 간신히 아이 머리를 잡고 뽑았다. 너무 많은 힘을 쓰고 고통스럽게 아이를 낳아서인지 기절 직전이었다. TV에서 보면 아이를 품에 안는 순간 감동을 받고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던데 나는 그렇지 않았다. 아무 것도 느낄 수가 없었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루 정신을 차리고 나니 신생아실에 있는 아이가 보였다. 신기하고 묘한 기분은 들었지만 엄청난 감동이 밀려오지는 않았다. 약간의 두려움이 앞섰다. 


그 날부터는 모든 것을 배우고 연습해야 했다. 아이만 낳으면 모든 것이 자동적으로 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젖몸살을 풀어주고 젖을 물리고 아이가 빠는 연습을 하게 하는 등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기저귀 가는 법, 트림 시키는 법, 목욕시키는 법 등 하나부터 열까지 배우고 연습을 해야 했다. 임신 기간동안 육아법 책도 몇 권 읽었지만, 실제로 닥치니 쉽지 않았다. 


왜 이런 것들은 아무도 나에게 얘기해 주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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