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생활기 #16] 프로의식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면
나는 고등학생 때 수학 인강으로 정승제 선생님 수업을 들었는데, "세상은 경쟁사회가 아니야"라는 말을 했다. 아마 유튜브에 그 부분 영상도 돌아다녔던 것 같다. 모든게 순위로 결정되고, 높은 등수에 있으면 다른 사람 무시해도 될 것 같은 그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경쟁사회가 아니라는 건 참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저 말 뒤에 "프로의식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아르바이트로 음식점 서빙을 하더라도, 오늘은 내가 저 손님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주겠다는 그런 태도를 내 일에 가진 사람이 인정받는다는 말이었다.
1. 왜 정말 성공한 사람들에게 프로의식이 보이는지
얼마 전 전 역도선수 장미란이 '다른 선수가 실패하기를 바라는 내가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래서 너도 준비한만큼 해라 나도 내가 준비한 만큼 하겠다는 생각으로 바꿔 다시 경기에 임했다.'라는 말을 한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경쟁의식보다는 프로의식을 선택했다는 것 같다. 또 요즘에 내 유튜브에 보여서 이영지라는 가수를 알게됐는데, 고등래퍼, 쇼미더머니 같은 디스가 일반적인 랩 프로그램에서 음악적 재능을 보이면서 인정을 받은 가수이다. 많은 비방과 견제를 받았을텐데도 예능을 하거나 무대를 하는 걸 보면 긍정적인 에너지만 느껴진다. 인정을 받았다고 우월감을 느끼지도 않고, 정말 자기 일을 애정해서 노력하는 느낌이 든다.
실력이 있기 때문에 경쟁에서 비겁하게 상대방의 비극을 바라지 않았던걸까, 아니면 정말 프로의식이 있는 사람이기에 경쟁의식 없이도 성공할 수 있었던 걸까. 무엇이 선후인지,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거의 10년 전 쯤 세상은 경쟁사회이기보다 프로의식을 가진 사람이 성공한다는 말을 한 그 정승제 선생님이, 지금 수많은 방송 프로그램에 연예인처럼 출연하고 있는 걸 보면 적어도 스스로는 그 말이 맞다는 걸 입증한 것 같다.
2. 나는 열등감과 경쟁의식으로 살아왔는데
어렸을 때부터 남들보다 잘하고 싶어서 공부를 했고, 어른이 되어서는 공부에 좀 재미를 찾기는 했지만 여전히 나의 성공을 위해 남들의 실패를 바래왔다. 남들이 맞추는 문제는 무조건 맞추고, 남들이 틀리는 문제 중 몇개만 더 맞으면 된다는 정도의 생각이었다. 상대평가 체재에서 학점을 잘 받기 위해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는 교수님의 수업을 듣기도 했다. 왜냐하면 공부 잘하는 애들이 인기 있는 수업을 경쟁적으로 쟁취하기 때문에, 인기 없는 수업을 들으면 좋은 학점을 받기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이 아직 부끄럽지는 않다. 나는 특별히 재능이 없어서 그저 노력하는 것에서 나아가, 전략을 고민하지 않으면 인정을 받기 어렵다. 아마 내가 학문적인 흥미와 성취만 고려해 수업을 들었으면 지금만큼의 학점을 받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내 결과는 내 욕심에 차지 않아서 괴롭다. 그러다 문득 세상은 경쟁사회가 아니고 프로의식이 있는 사람이 살아남는다는 말이 떠올랐다. 내가 최고가 될 수 없는데는 뭔가 중요한 걸 놓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3. 나는 정말 법조인이 되고 싶어서 로스쿨에 왔었다.
나는 생각해보면 사회가 지금만큼 인정해주지 않아도 로스쿨에 왔을 것 같다. 나는 법 공부가 나름 흥미 있고, 의뢰인들을 궁박한 상황에서 구제하고 제도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일을 할 생각을 하면 기대가 된다. 그런데 잘 해야하는게 힘들다. 법 공부를 평생할 수는 있을 것 같지만, 이 정도로 결과에 압박감을 느끼는 일은 1년도 더 하기 힘들 것 같다. 그럼 적당히 인정받고 적당히 스트레스 받을까? 아니면 스트레스 받아가며 많이 인정받을까? 그런데 스트레스는 받으면서 원하는 결과도 못 챙기는 이 상황은 뭘까? 일단 8개월 정도 남은 변호사시험까지는 지금 하는대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그 후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겠다.
얼마 전 머리를 자르러 동네 미용실을 갔다. 지금 수험생이라 길이만 짧게 해달라고 말했는데, 미용사님이 그래도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모양을 내야한다고 했다. 요즘 물가에 만원주고 자르는 오래된 동네 미용실에서도, 아무 기대 없는 손님 하나도 본인 마음에 차게 해서 내보내는 것이다.
정말 경쟁의식보다 먼저인게 프로의식이라면, 프로의식이 있어야 성공한다는 말일까 아니면 성공보다도 가치 있는게 프로의식이라는 말일까. 프로의식이라는 게 성공하지 않을 걸 알면서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마음의 가치를 의미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나운서 출신 예능인 전현무가 'ㅇㅇ에 진심이다'라는 말을 좋아한다고 한 적이 있다. 맛집도 경쟁해야하는 이 사회에서 자기 일에 대해 물질적 경쟁적 보상 없이 어떻게 진심일 수 있겠냐 싶다만, 성공한 사람들이 단어를 바꿔가며 경쟁 이상의 가치를 말하는 걸 보면 나도 한번쯤은 내 일에 진심이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