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지 않나? 응 너만. ^^
난 뭘 가지고 있지? 뭘 풀어야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할까, 다음이야기를 궁금해할까. 굳이 절대다수의 사람들일 필요도 없다. 그냥 딱 한 명이면 된다. 브런치 작가 승인 담당자. 딱 한 사람만 홀리면 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보따리를 풀어야 한다. 한 명, 담당자만 홀리면 된다. 아침드라마처럼 아주 극적인 삶을 살고 있지는 않아서 생각보다. 이게 과연 이야깃거리가 될까? 어지러이 떠다니는 머릿속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나‘라는 사람의 이력을 적었다. 서울에 적당한 대학을 다녔다. 수학, 경제, 데이터과학을 전공했다. 아직 졸업은 안 했다. 요즘 말하는 취업을 하지 않은 청년 중 하나이다. 지금까지 한 경험으로는 서포터스, 동아리, 여행 등이 있다. 이 중에 무엇이 구미가 당길까? 솔직히 나는 다 재미있어 보였다. 내가 그 이야기의 주인공인데 재미없을 리가.
이전부터 글감으로 점찍어둔 것이 있다. ‘수학과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이다. ‘수학’이라는 존재감이 엄청나기에 사람들의 흥미를 끌기에는 충분하다.(여기부터 잘못된 것 같기도 하다.) 수학과라면 한 번씩은 꼭 들어봤을 법한 말들에 대한 내용도 재미있을 것 같다. 수학과이니 고등학교 시절에 수학을 잘했을 거라는 내용, 유명 난제를 풀어보라는 일화 등. 수학에 관심이 있거나, 수학과를 나왔다면 공감을 할 것이고, 아니라면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브런치 작가를 신청하기 위해 작성해야 하는 칸을 하나씩 채워나갔다. 작가소개, 브런치스토리 활동 계획, 자료첨부, 기타 SNS 등 주소를 입력하면 된다. 수학이랑 경제를 복수 전공했고,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왔다. 수학과의 시선으로 본 세상에 대한 내용을 담겠다고 썼다. 브런치스토리 활동 계획으로는 글의 주제를 몇 가지 적었다. 수학과라면 한번 이상은 꼭 듣는 말, 수학을 전공한 이유, 수학과외 일지, 고등수학과 대학수학의 차이점 정도를 적었던 것 같다. 수학과 전공 학생이 다른 전공 학생과 만났을 때에 겪는 에피소드를 담은 에세이(한글 기준 한 페이지 정도)를 함께 첨부했다. 마지막으로 작가신청 버튼을 눌렀다. 이제 남은 것은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것뿐이다.
작가 신청만 했는데 머릿속으로는 이미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지난번에 쓴 고비를 맛봤음에도 불구하고 달라지는 것이 없다. 이미 브런치 작가 승인을 받은 것 같았다. ‘이보다 재미있는 글은 없을 거다. 누가 봐도 읽고 싶은 글이 아니지 않은가.’ 허영심으로 가득 차서 작가 승인 메일이 오기만을 계속해서 기다렸다. 메일뿐만이 아니라 브런치스토리에도 계속 들어가서 작가 신청결과를 새로고침했다. 아직 하루도 안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브런치 작가 승인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다. (3-4일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아무 일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메일과 브런치스토리만 들락거렸다. 승인 담당자가 휴가를 냈나, 주말 동안에 다른 사람들이 많이 신청해서 해당 원고를 읽는 데에 시간이 걸리는 걸까. 하등 상관없는 걱정을 하며 시간을 흘렸다. 그리고 마침내 결과가 나왔다. 결과를 굳이 언급하지는 않겠다.
그래, 떨어졌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이미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머릿속이 꽃밭이었다.) 먹구름이 잔뜩 낀 것 같은 기분으로 콜라를 마셨다. 기분이 좀 좋아질 필요가 있었다. 기분은 별로 풀리지 않았다. 무언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다시 분석하고,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봐야 했다. 그런데 그럴 에너지가 없었다.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모시지 못한다는 브런치의 말을 되뇌며 화면을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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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며 그때의 기록을 찾아봤다. 작가소개, 브런치 스토리 활동 계획 등 열정을 가지고 한 흔적이 엿보이는 파일을 몇 개 발견했다. 그때는 참신하다 생각했고, 정말 재미있을 것이라 확신했던 글들이 달리 보였다. 알고 있는 지인들이 읽으면 남의 일기장 훔쳐보는 것 같이 재미는 있을 것 같으나, ‘나‘라는 사람을 알지 못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별로 읽고 싶지 않을 것 같다. 세상에 좋은 글이, 책이 얼마나 넘쳐나는 세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