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와 거리 두고 한 일 1(베이킹)

언젠가는 해보고 싶었던 것

by 다해

나 뭐 먹고살지?

친구들과 이야기하다가 이 이야기가 나오면 답이 없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가진 이는 없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뿐이고 대학을 다니고 있거나, 졸업을 했다고 모든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 취업하거나 창업을 하거나 또 다른 어떤 경제적인 활동을 하며 살아가겠지. 막연한 불안감을 내뱉는다고 무언가가 달라지지 않을 것을 안다. 그래도 또 내뱉는다. 뭐 먹고살아야 하나.

이에 대한 답이 항상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낭만적으로 대화가 이어질 때도 있다. 작은 카페를 운영하고 싶다거나, 자신의 취향으로 가득한 책을 쌓아놓는 책방을 연다거나, 세계의 각종 다양한 주종을 모아둔 술을 판다거나, 꽃집을 하고 싶다거나. 상상만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일들이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이 꿈이 이루어지는 시기는 은퇴 이후로 생각을 한다.

왜 굳이 은퇴 이후여야 하는 거지? 하고 싶은 일을 지금 당장 하면 안 되는 걸까?

그래서 기왕 이렇게 된 거 지금 당장 해보자 결심했다. 아주 먼 미래의 꿈으로 막연히 생각만 하는 것은 결국 지금의 나에게, 그리고 미래의 나에게 그 무엇으로도 돌아오지 않는다. 생각을 하고 실천을 해야 무엇이라도 된다. 언젠가는 도전해보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던 구움 과자 수업을 등록했다. 수강한 수업은 구움 과자 수업으로 베이킹 중에서 쉬운 난이도의 수업이라고 했다. 약 두 달 정도의 수업 끝에 간단한 자격증 시험을 보고 통과한 이들에게는 자격증도 나온다고 했다. 어느 정도의 대우를 받는 자격증인지, 받기가 어느 정도로 어려운 자격증인지의 여부는 크게 상관없었다. 도전을 해본 것과 해보지 않은 것은 완전히 달랐으니까. 새로운 세계를 배우는 첫걸음이지 않은가.

베이킹 선생님은 현재 가게를 운영 중인 사장님이었다. 가게에서 실제로 팔고 있는 메뉴들 중 인기 있는 종류로 수업을 진행했다. 휘낭시에, 에그타르트, 마들렌 등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디저트를 만들었다. 레시피를 제공해 주었고, 주방 기구들도 모두 갖추어져 있었다. 놓인 재료를 활용해 레시피에 적힌 대로 만들기만 하면 되었다. 다양한 가루를 섞고, 반죽을 해서 최종적으로 노릇하게 구워서 완성을 하는 과정은 즐거웠다. 음식을 하는 것을 보는 것만도 재미있었는데 실제로 하는 것은 더욱 재미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생각했던 꿈이 얼마나 막연하고 허무맹랑한 것이었는지 다시금 실감이 났다.

사장님이 수업을 진행하셨던 만큼 원가에 대한 부분도 함께 공개해 주셨다. 어떤 제품을 사용하고, 어디서 가장 저렴하게 판매한다. 레시피 조합을 보면 하나를 만들 때에 어느 정도의 양이 들어가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지금은 초기 자본비용에 관한 이야기는 하나도 하지 않았다. 가게를 구하는 데에 드는 비용, 월마다 들어가는 전기, 가스, 포장용품에 대한 것도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다.

가격 다음은 노동이다. 하나의 디저트를 만들 때에 어마어마한 노오력이 필요했다. 물론 관련된 기계가 많이 나오기는 했지만 기기를 구입하는 것 역시 지출이다. 하지만 기기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과자의 모양을 만들거나, 오븐틀에 반죽을 넣을 때에는 사람이 넣어야 했다. 이것마저 자동화가 되어있으면 아마 공장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다. 다 만들어진 제품을 보기 좋게 포장도 해야 한다. 지금 이 가게에서 이런 것을 판다는 것을 홍보도 해야 한다. SNS에 게시글도 꾸준히 업로드해주어야 했고, CS도 해야 했다.

하나에 물꼬를 틀고 생각에 생각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커리를 하는 이유는 본인이 행복하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과자 남새를 맡아도 질리지가 않고, 오늘 먹어도 내일 또 먹고 싶고, 만드는 과정 자체에서 재미를 느낀다면, 베이커리를 해도 좋을 것 같았다. 확실히 수업 초반에는 너무나도 즐거웠다. 재료와 오븐에서 나는 과자 냄새도 너무 좋았고, 반죽을 만드는 과정, 성형하는 과정(모양 만들기)도 모두 좋았다. 그런데 오래가지 않았다. 종류가 쌓이고, 수업 횟수가 늘어가며 생각은 점차 바뀌어 갔다.

몇 시간의 노력 끝에 나오는 결과물은 10개 남짓이다. 양을 그대로 늘리면 되지만 성형을 해야 하는 수도 그만큼 늘어난다. 재료를 준비하고 다듬는 시간 등 각종 시간을 더하면 양을 늘리기 위해서는 시간도 그만큼 많이 투자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하루 종일 빵 냄새를 맡고 있으니 베이커리 종류를 먹기가 싫어졌다. 입에 들어간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그냥 별로 먹고 싶지 않았다. 내가 만들어서 애정했고, 먹음직스럽게 생기기는 했지만 입으로 넘기고 싶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어쩌다가 맡는 것과 매번 맡는 것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리라.

물론 완전히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지금 당장이 아니라 미래의 어느 시점에 해도 괜찮겠다 생각했을 뿐이다. 이런 식으로 마케팅을 하고, 이런 종류를 이 정도 가격에 팔면 좋겠다. 대충 사업을 구상해 볼 수 있었다. 나중에 뭐 먹고 살까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형태를 갖춘 불안으로 바꾸었다. 나중에 베이킹을 하더라도 완전 초보와는 마음가짐부터 다를 것이다. 한 번이라도 베이킹을 접해봤으니까, 이 일의 강도나 기타 여러 여건을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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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경험은 역시 인간에게 또 다른 자극을 준다. 그리고 이 자극은 새로운 글감에 좋은 소재가 될 것이다.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나에게 새로운 경험을 많이 불어넣어 주어야겠다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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