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에서 멀어지기
‘나는 브런치 작가가 왜 되고 싶지?’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다. 나는 왜 브런치를 하는지, 왜 글을 쓰고 싶은지, 애초에 글을 쓰고 싶기는 한 건지. 정말, 간절히 바라는 것이 맞는지. 하나하나 되짚어봤다. 마냥 글을 쓰는 사람을 부러워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쓰고, 그 글을 봐주는 일련의 과정에 상당한 희열을 느낀 것인지, 무엇이 정확한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작가’라는 것에 환상이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글을 쓰고 싶은가. 왜 굳이 브런치라는 채널에 글을 써야 하는가. 세상은 넓고 플랫폼은 다양하다. 굳이 브런치에 글을 쓰지 않아도 된다. 적당히 원고를 작성해서 출판사에 투고를 해보아도 괜찮은 것 아닌가? 네이버블로그, 티스토리 블로그는 심사 없이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 블로그가 아니더라도 글을 쓰는 플랫폼은 찾아보면 많다.
브런치스토리가 아니어도 된다. 애초의 나의 목적은 실물로 만져지는, 서점에 놓이는 책을 출간하는 것이다. ‘출간‘이라는 목표를 위해서는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굳이 올리지 않아도 된다. 책을 출간하는 경로는 다양하다. 독립출판도 있지 않은가. 굳이 여기에 메여있을 필요는 없다. 이렇게 주눅 들어있을 필요는 그 어디에도 없다. 그냥 혼자 쓰면 된다. 글은 꾸준히 쓰면 는다고 했다. 애초에 꾸준히 쓰기 위한 플랫폼 중 하나로 선택한 것 아니던가. 그래, 혼자 하면 된다. 나를 받아주지 않아도 혼자 쓰면 되는 거다.
다시 백지를 마주했다. 뭘 써야 할까. 무엇을 위해 써야 할까. 나는 무엇을 쓰고 싶은 걸까. 백지 파일을 앞에 두고 이렇게 생각이 하나둘씩 둥실둥실 떠오르다 엉킨다. 그 어떤 언어도 파일에 옮기지 못하고 결국 다시 화면을 껐다. 어지러웠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뭘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습관처럼 유튜브를 켰다.
브런치 작가에 대해 열심히 검색했던 기록 덕택에 브런치스토리, 브런치 작가,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관련 영상이 보였다. 홀린 듯이 영상을 봤다. 유익한 내용의 영상이다. 누구나 브런치에 글을 업로드하고, 누구나 책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글과 브런치 작가 생각으로 가득한 이를 홀릴 수밖에 없는 영상이었다. 브런치 작가 담당자를 홀리려고 했는데 브런치 작가와 유튜버에게 홀려 영상만 봤다.
브런치스토리가 아니어도 된다고 생각하면서 브런치 작가가 되는 방법을 찾아봤다. 모순이다. 바라는 것과 현실이 다르니 '굳이' 브런치스토리라는 채널을 통하지 않아도 된다며 자기 위로를 했다. 그런데 또 브런치 작가 승인은 받고 싶었기에 관련 영상을 계속 시청했다. 글을 쓰는 이들의 영상을 보면서 글은 쓰지 않는 악순환이 시작되었다.
상황이 매우 안 좋다. 지금 아주 안 좋은 상황이다. 머릿속이 이렇게나 복잡한 이유는 현재 상황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 방향으로만 생각을 하면 매몰될 수 있다는데, 지금 딱 그 상황이다. 아주 완전히 가라앉아 있다. 어떻게 빠져나와야 할지 감도 안 잡힌다. 경험상 이럴 때에는 상황에서 떨어져 있는 것이 가장 좋다.
브런치 작가가 왜 되어야 하는지, 왜 하고 싶은지, 글이 왜 그토록 쓰고 싶은지, 그 모든 상황에서 빠져나와야 했다. 그래야 지금 내가 무슨 상황인지 알 테니까. 생각이 너무 많아서 괴로울 때 가장 좋은 해결책은 아무 생각도 안 하는 거다. 물론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머리에 아무 자극을 주지 않는 것이 필요했다.
우선 브런치스토리를 멀리하기로 했다. 그냥 '브런치'라는 글자 자체를 멀리하기로 했다. 네이버나 유튜브에 검색을 해보지도, 페이지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물론 유튜브를 보다가 연관 동영상이 나오면 몇 번 보기는 했다. 원래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무 자르듯이 통제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끊어낼 필요가 있었다. 브런치스토리를 멀리하며 서서히 잊혀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