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담당자 유혹 성공비법
해가 바뀌었다. 나는 여전히 아무것도 아니었다. 브런치 작가가 된 것도, 무언가 이룩할만한 업적을 이룬 것도 아니었다. 분명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다. 그런데 괜히 되돌아보면 아무것도 안 한 것 같다. 나 뭐 하고 살았냐. 앞으로는 뭐 하고 사냐. 또 처음으로 돌아왔다. 하고 싶은 것을 하나씩 적었다. 브런치 작가되기, 브런치북 프로젝트 응모하기, 출간하기, 작가 되기. ‘브런치‘라는 글자가 목표에 가득 적혔다. 이제 더는 미룰 수가 없었다. 실천을 할 때였다.
브런치스토리에 작가 되기 신청을 눌렀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작가님을 소개해달라 했다. 어떤 글을 쓸 건지 소개해달라 했다. 에세이를 쓰고 싶은 취준생이라 적었다. 이전보다 탄탄해진 스토리를 가진 에세이를 썼다. 그동안 나는 더 많은 경험을 했고, 더 많은 것을 느꼈다. 글을 쓰지는 않았다. 오랜만에 쓰는 글은 어색했지만 소재는 분명 더 흥미로울 것이고, 이야기구성도 탄탄할 것이었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들은 모두 흥미로워했다. 이 정도면 브런치스토리 작가승인 담당자도 흥미로워할 것이라 생각했다.
책방, 카페알바, 블로그. 새로운 분야에 대한 내용이었다. 에세이 형식으로 글을 적었다. 하나의 주제로 에세이를 생각하고 목차를 적어서 제출했다. 오랜만에 지원이라 떨렸지만 이전처럼 바로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 확신할 수 있었다. 이전보다 브런치스토리에 대한 확신이 든다. 나는 브런치스토리가 정말 하고 싶다. 이번에 떨어져도 또 도전할 거고, 또 떨어져도 또 도전할 거다. 솔직히 브런치스토리는 나를 작가로 받아주지 않으면 손해 보는 것은 브런치스토리다. 나 같은 사람을 붙여주어야지 누구를 붙여주겠는가.
떨어졌다. 담당자가 바뀌었나? 이전보다 메일도 빨리 온 것 같다. 하핳. 내가 또 너무 적당히 썼나 보다. 목차를 좀 더 흥미로워 보이는 제목으로 바꾸었다. 주제는 여전히 에세이였다. 내가 경험한 이 재미난 일들을 사람들에게 소개해주고 싶다. 담당자에게 내 간절함이 닿기를 바라며 제출한 모든 내용을 수정했다. 이전보다 더 흥미로워 보이는 주제였다. (적어도 내 눈엔 그렇다.)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 브런치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게 하고 싶었다. 이런 이야기를 혼자만 알고 있는 건 상당한 손실이다. 널리 널리 사람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일주일이 되지 않아 다시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다.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모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몇 번을 봐도 아팠다. 이제는 방향을 바꾸어야 했다. 무언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나의 이야기는 재미있다. 이야기를 듣는 친구들 모두 재미있고 흥미로워했다. 그런데 그게 다였다. 처음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더니.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목차와 작가소개, 에세이 글을 가지고 감히 다른 결과를 기대하다니. 내 이야기를 친구들이 재미있게 들은 것은 단지 친구였기 때문이다. 나를 아는 사람이었기에 기본적으로 경청할 자세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브런치스토리는 다르다. 나 말고도 더 임팩트 있는 이야기를 가진 이들이 널렸다. 고작 아르바이트한 것, 블로그에 포스팅을 한 것은 매력적인 이야기가 아니었다. 다시 한번 독자를 생각해야 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인데 내가 하는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을 사람은 누가 있을까. 아니면 어떤 이야기를 해야 나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 내가 하는 이야기를 들으려 할까.
한참을 고민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은 큰 메리트가 없었다. 삶이 어마어마한 굴곡이 진 것도 아니고, 엄청난 사건을 가진 것도 아니다. 참 잔잔한 인생이다. 딱 보통의 삶이다. 잔잔하게 힐링하기에는 좋지만 사람을 유혹하기에는 좋지 않다. 본래 이야기꾼들도 사람의 시선을 확 끌어당길 이야기를 하지 않는가. 나는 내 이야기를 하기에는 너무나도 평범한 인간이었다. 좋아하는 연예인이 말하면 뭘 말해도 재미있다. 아침에 밥을 먹었다. 저녁에 잠을 잤다. 자기 전에 핸드폰을 했다. 모든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있다. 그런데 나는 아니다. 나는 인기인이 아니니까.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다. 그 관심을 돌리기 위해서는 내 이야기가 아니라 듣는 사람의 이야기를 해야 했다.
나는 내 이야기를 하는 것도 즐겁지만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답을 해주는 것도 좋아한다. 그것이 내가 아는 분야라면 더더욱.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끄집어내어 대답을 한다. 딱 하나 적당한 게 보였다. 돈이다. 뭐 먹고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걱정은 결국 돈에 대한 일 아닌가. 어떤 일을 하며 살 것인지를 고민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은 돈이다.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주제였다. 적당한 돈에 워라밸을 챙길 것인가, 많은 돈을 챙기고 더 많이 일할 것인가. 누구나 다 돈을 생각하지 않나. 대놓고 말하지는 않아도 암묵적으로 생각은 할 것이었다. 베이커리, 책방, 블로그, 카페 그 어떤 것도 ‘돈‘을 빼놓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베이커리를 운영하기 위해 생각해야 하는 원재료비, 주방기구, 포장재 모두 돈이 연관되어 있다. 책방도 결국 돈을 벌어야 유지할 수 있다. 블로그체험단은 상품에 대한 대가(돈)를 지불하지 않고 체험하는 것 아닌가. 떨어질 수가 없었다. 카페 알바 시급, 카페음료 등 카페에 대한 어떤 것을 생각해도 ‘돈’이라는 것을 떼어놓을 수는 없었다. 여기에 얼마든지 확장도 가능했다. 지금까지 했던 어떤 경험도 ‘돈‘으로 묶을 수 있었고, 이야기할 자신도 있었다.
이거다. 소름이 돋았다. 브런치 작가에 떨어지고, 브런치스토리와 거리를 두고 그냥 허송세월을 보낸 것만은 아니었다. 이번에는 진짜다. ‘돈‘을 주제로 브런치 작가 승인 담당자를 홀리는 거다. 나는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되고,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고,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응모하고, 책을 내는 거다. 작가가 되는 거다. 부푼 꿈을 꾸는 것은 여전했다. 상상 속에서 설레발을 치는 것도 여전했다. 그래도 이번에는 느낌이 달랐다. 상상만으로 끝나지는 않을 거다. 브런치스토리와 한동안 거리를 둔 기간도 있지만 마냥 생각을 안 한 건 아니다. 항상 글쓰기를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는 다를 거다.
사람들은 ‘돈’에 관심이 있다. 누가 이야기하는 돈 이야기에 관심이 있을까? 아무래도 돈에 대해 조금이라도 전문성이 있는 사람, 자신보다는 지식이 있는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싶을 터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추어야 했다. 내가 가진 돈에 관련된 전문성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경제를 복수 전공했으니 경제학과임을 어필해 볼까. 대한민국에 널리고 널린 게 대학생이고, 대부분의 대학에 꼭 있는 학과가 경제학과다. 별로 메리트가 있을 것 같지 않다. 브런치 작가 승인 담당자가 보기에 내가 돈에 관해 남들보다 안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했다. 어떻게?
나는 경제유튜버가 아니고, 인스타 인플루언서도 아니었다. 블로그를 그나마 하나 운영하고 있기는 했는데 맛집 체험단을 다니기 위한 용도였다. 공개하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나는 브런치 작가 승인 담당자의 바짓가랑이라도 붙잡아야 했다. 내 이야기를 더 듣고 싶게 만들어야 했다. 블로그 일방문자수는 많았지만 돈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기에 전문적인 분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브런치에 돈에 관한 이야기를 쓰겠다고 적어두고, 운영하는 블로그에는 맛집으로 가득하다라. 참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블로그에 돈, 경제에 관련된 것을 쓰기로 했다. 꾸준히, 좋은 글을 발행하면 담당자의 입장에서 나름의 전문성을 갖춘 사람으로 여겨지리라. 다행히 블로그를 운영한 경험이 있어서 블로그에 글을 쓰기는 어렵지 않았다. 블로그를 새로 개설했다. 주제는 경제였다. 본격적으로 돈 이야기를 해보자 싶었다. 블로그를 운영한 지 꽤 되었지만 포스팅은 쉽지 않았다. 지금까지 써온 포스팅과는 전혀 달라야 했다. 우선은 주제가 달랐다. 맛집과 카페에 대한 내용만 쓰던 나는 경제와 돈에 관련된 포스팅을 해야 했고, 내가 쓴 내용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이어야 했다. 최신 기사를 보고 경제에 아주 지대한 관심을 가져야 했다.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았다. 매일아침 날아오는 뉴스레터를 읽고 관련된 내용을 쓰는 거다. 어떤 뉴스레터를 읽고 있는지, 오늘의 기사에서 특히 관심이 간 분야에 대해 글을 썼다. 정보성 글을 쓰는 것은 단순히 느낀 것을 쓰는 것과는 결이 달랐다. 모든 내용에는 근거가 필요했다. 단순히 뉴스레터를 읽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련된 기사를 참고했고, 이전에 배운 경제 관련 내용을 참고했다. 이전에 일어난 비슷한 경제현상, 사회현상을 연관 지어 다양한 글을 썼다. 포스팅을 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머릿속에 있는 것을 끄집어내고, 관련된 현상과 엮고 그 근거가 충분한지 살폈다. 그럼에도 완성된 글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직 많이 모자라는구나 싶었다. 그래도 매일 이 일을 반복했다.
상위노출 로직에 맞추지 않아서 방문자수는 형편없었다. 블로그를 상위노출시키는 것이 목표가 아니었다. 브런치 담당자가 ‘나‘라는 사람을 판단하는 참고자료로 이용될 공간이었다. 블로그에 있는 글의 퀄리티를 떨어뜨릴 수 없었다. 완전한 글의 형태를 갖추어 완성형으로 작성했다. 몇 주가 되어 포스팅이 제법 쌓였다. 이제 기본적인 준비는 끝났다. 작가소개, 목차를 구상했다. [단단한 경제멘털 가지기 프로젝트]를 브런치에 연재하고 싶다고 작성했다. 친구들에게 경제와 돈에 대해 소개한다고 생각하고 목차를 작성했다. 관련해서 글도 작성했다. 주변 친구들이 묻던 질문에서 힌트를 얻어 주제를 정했다. 모든 준비를 마쳤다. 브런치 작가 승인 담당자가 이번에는 내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기를 바라며 브런치 작가되기 버튼을 클릭했다.
여전히 불안했다. 글을 딱 하나만 올린 건 너무 도전이었던 것 같다. 하나의 글이라도 더 만들어서 올릴걸. 뉴스레터를 조금 더 신경 쓸걸. 괜히 하나하나가 다 아쉬웠다. 그래도 괜찮았다. 이번에는 지금까지와는 달랐다. 그냥 다른 게 아니라 완전히 달랐다. 주제를 완전히 바꾸었고, 블로그도 연동했다. 목차구성, 작가소개 모든 것을 바꾸었다. 나름의 전문성을 가지고 관련된 이야기를 하겠다는데 이번에 나를 차면 그건 뭔가 잘못된 거다. 그리고 만약에 이번에도 나를 거절해도 괜찮다. 어차피 떨어져도 난 다시 도전할 거니까. 저번처럼 무너지지는 않을 거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으니까. 같은 실수를 반복하더라도 욕심대로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질 거다.
며칠 후, 브런치로부터 메일이 왔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오수 끝에 나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