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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예약이 이렇게 빠르다고?

처음 알게 된 사실

by 다온

아빠의 검사 결과에 대해 아는 사람은 나뿐.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아침은 밝아오고. 아. 이런 건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일 아닌가?


우리 아빠가 위암 4기라니. 위암 4기 환자는 암이 원격 전이 된 상태이기 때문에 수술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검색 내용에 너무 속상하다. 왜 이렇게 늦게 알게 된 걸까.


어디서부터 잘 못된 거냐고. 아니 수술이라도 받을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진짜 너무하네. 받아들이기 어렵다. 워서 천장만 바라보는데 가슴이 애리다.



아침 먹을 시간이 되었지만 난 평소대로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행동했다. 검사 결과지에 영어로 쓰여 있 병명을 모르시는 그저 안 좋다고 짐작만 하시는 엄마, 아빠께 무슨 말을 어떻게 할 수가 있냐고. '밥 맛있네. 아빠 얼른 드시고, 기운 차리셔.' 이런 말만 하는 수밖에.


아빠가 말씀하신다.

"병원에서 처방전 줬는데 그냥 집에 왔어."

"내가 가서 약 받아올까"

"그래, 속이 안 좋으니 그거라도 먹을까."

"그럼 우선 그 약이라도 있어야겠네. 얼른 갔다 올게."




약국에서는 처방전에 쓰인 약의 종류와 용도를 너무나 잘 알 텐데. 왠지 약국 문을 열기가 무섭다. 약사님이 아버님 괜찮으시냐고, 큰 병원 언제 가시냐고 나를 붙잡고 막 물어볼 것만 같다.


하지만 조용히 약을 지어 내 손에 쥐어 주시는 약사님. 안녕히 가시란다. '저한테 궁금한 거 없으세요? 아니 제가 궁금한 게 많아요. 시간 좀 내주시겠어요?' 마음속으로만 여러 가지 말을 연신 내뱉고 있지 나 또한 조용히 안녕히 계시라고 인사만 하고 나왔다.



이 커다란 봉지 안에 든 많은 약들은 우리 아빠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시간 맞춰 잘 드셔서 싹 나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가느다란 희망을 품고 친정집으로 터덜터덜 걸어왔다.




아! 친정집에 들어가기 전에 할 일이 있지. 5분 거리에 있는 대학병원에 예약을 잡는 일. 당장 전화를 걸었다.


안내직원은 누가 어디가 안 좋은지 물어본다. 사 결과지를 챙겨 나왔기에 영어로 쓰인 병명과 아빠의 간단한 인적사항을 전했다. 약간 멈칫하는 안내직원. 바로 예약을 잡아주겠단다. 일주일 뒤. 대학병원은 대기가 많아 바로 예약을 잡을 수 없는 걸로 아는데, 아닌가? 뭐지?


안내직원의 말로는 응급환자는 최대한 빨리 접수가 된다고 하였다. 그래. 우리 아빠 응급환자였지. 수가 빨리 돼도 슬프다니. 약간 울컥했지만 다시 아무렇지 않은 척 돌아왔다.


친정집에 부모님과 남편이 같이 있기에 남편에게 말할 수가 없었다. 카톡으로도 할 수가 없고 아무 말도 내뱉지 못했다. 검사 결과지를 작은방 책상에 고이 올려놓고, 우리는 집으로 내려왔다. 조만간 다시 오겠다는 말과 함께.


차를 타고 오는 동안에도 난 그저 평상시처럼 말하고, 행동했다. 그때도 남편에게 말할 수가 없었던 것은 아무래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아서였을까.


모두 씻고, 아기부터 재웠다. 남편과 나란히 누웠는데, 말을 해야겠다. 아빠가 많이 아프시다고, 어떻게 하면 좋냐고.



"아빠 위암 4기래. 수술도 소용없는."

"뭐?"

"새벽에 검색해 보고 알았는데, 말을 못 했어. 형부한테 전화 좀 해줘. 언니한테 말을 못 하겠어."


눈물이 솟구친다. 언니가 보고 싶다.

'언니, 어떻게. 아빠가 많이 아프셔. 아빠가 멀리 떠나실 것만 같아.' 오빠에게는 어떻게 말할까.


놀란 남편은 전화를 하러 나가고,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손만 만지작 거렸다. 소식을 전하고 온 남편이 나를 안아준다. 숨죽여 우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는 내가 무기력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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