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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엽시계 May 17. 2022

사람은 죽어서 가죽을 남길 수도 있다.

황산벌

입신양명(立身揚名)
말 그대로 사회적으로 성공하라는 뜻이다.     


부모님은 자녀에게 말한다.


성공한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고,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대학에 들어가야 하고,

누구나 부러워하는 직업을 가져야 한다고...     


자녀가 가져야 할 누구나 부러워하는 직업은 단연 의사와 판. 검사가 시대를 불문하고 선두를 지킨다.     

시대가 많이 변하고 예전에 없던 새로운 직업도 많이 생겼건만 의사와 판. 검사의 인기는 도무지 식을 줄 모른다.


그래서인가 짝사랑을 호소하는 어떤 인터넷 게시판을 보고 있으면,

진료받으러 간 병원의 총각  의사한테 반했다는 글은 많이 보이지만,

집에 치킨이나 족발을 배달하는 총각에게 반했다는 글은 본 적이 없다.     




아이의 꿈은 연예인이다.


하지만 부모님은 철없는 아이의 소망으로 치부하며 빛나는 직업의 장점을 아이에게 집요하게 설명을 하며 세뇌를 시킨다.     

아이는 결국 세뇌되었고 꿈은 의사로 바뀌었다.

아이는 자신이 처음부터 의사의 꿈을 키워온 걸로 착각하게 된다.     


이제 아이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학교 수업이 끝난 후 온갖 특별과외에 이 한 몸 바친다.

아이는 힘들지 않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므로 고통의 시간으로 생각한다.

늦은 밤에 집에 들어와서도 자신의 방에 놓인 책상에 앉아 공부한다.

아이의 꿈을 바꾼 자신들의 공작이 성공했음에 부모는 행복의 미소를 짓는다.




아이의 꿈은 분명 연예인이었다.


하지만 부모의 욕구와 희망으로 인해 꿈이 바뀌고 말았다.     

의사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직업이 아니라 아이의 부모가 부러워하는 직업이었다.     


의사? 그래! 분명 좋고 훌륭한 직업이다.

아픈 이를 치료하고 그들의 마음까지 치유해주는 드라마 속의 허준 같은 의사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

그런 의사만 된다면 억지로라도 시키고 싶을 것 같다.     


그런데 자녀에게 의사를 강요하는 부모들이 그런 의사를 생각했을까?

천만의 말씀 만만의 말씀이다.

아이의 장래를 위한다는 것은 자신의 욕망을 숨기고 싶은 허울에 불과할 뿐이다.

자신이 원하는 자녀 아니 어쩌면 자신이 이루지 못했던 꿈을 자녀를 통해 대리만족을 하고 싶어 자신의 자녀를 그렇게 몰아붙이는 것이다.     




그렇게 부러운 직업이면 자기가 하면 되지?

"아 ~ 의사 선생님이신가?" 그래서 자신의 직업을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어서?

그것도 좋지. 기업도 물려받는데 의사를 물려받는 것도 좋은 일이지.

하지만 의사인 당신이 누렸던 사회적 부러움의 시선 때문에 의사를 강요한다면 그건 안 될 말씀이다.     


자신의 명예욕과 자존심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자녀의 꿈을 폄훼하거나 억지로 바꾸려고 하지 않으시기를 바란다.     

그런 당신의 행동은 자녀를 위한다 생각할 수 있지만 또 다른 형태의 자녀 학대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해보신 적이 없으신가?     



계백 장군은 대한민국 사 누구나 아는 백제의 장군이다.

마지막 전에 자신의 가족을 죽이고 전장으로 나가 장렬히 전사한 장군.

역사는 그를 영웅으로 묘사하지만 나는 계백 장군을 영웅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가족을 살해한 계백 장군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


도대체 무슨 권리로 아내와 아이의 목숨을 빼앗아?

전쟁에서 패할 것은 뻔하고 가족들이 신라의 노예가 될까 봐?

그럼 멀리 도망가게 하면 되지 굳이 왜 죽여?     


아마 계백 장군의 그런 행위는 백제의 장군으로서 명예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라가 망했는데 장군의 가족이 도망간다는 것도 부끄럽고 아내와 아이들이 적국의 노예가 되는 것은 죽기보다 싫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시대는 그런 사고를 가지고 살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다 이해할 뿐, 결코 영웅의 자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영화 “황산벌”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전쟁터로 나가기 전 아내와 자식들에게 칼을 겨눈 계백을 항해 아내가 외치는 대사,  


“호랭이는 가죽 때문에 뒤지는 것이고
사람은 이름 때문에 뒤지는 것이여!
이 인간아 ~"

영화를 보면서 그 대사를 듣는 순간 정말 가슴에 와닿았다.


허울뿐일 수 있는 자신의 명예를 위해 가족에게 칼을 겨누는 계백 장군의 모습에서 누구나 부러워하는 직업을 자녀에게 강요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지금 당신의 명예욕이나 이루지 못한 꿈을 위해 자녀의 꿈을 말살시키는 우를 범하고 계신가?

그렇다면 당신은 가족에게 칼을 겨누는 계백의 모습 그 자체다.


당신의 자녀가 자신의 꿈이 아닌 당신의 꿈으로 살아간다면 먼 훗날 당신의 자녀는 자신의 이름이 아니라 당신의 꿈이라는 가죽을 남길 수도 있겠지.


사랑하는 자녀가 자신의 이름으로 살 수 있게 응원만 해줘도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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