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 - 현재와 미래
지난 편을 보고 본 포스트를 보면 더 이해하기 좋습니다 :)
1942년 전설적인 SF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Issac Asimov)가 <아이, 로봇 (I, Robot)>을 쓸 때만 해도 그는 이 작품이 80년 후에 현대 AI 윤리에서 인간과 로봇, 인간과 인공지능 간의 상호작용을 규정하는 주요 원천이 될 것이라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 '아이, 로봇'의 단편집 중 하나인 <스피디-술래잡기 로봇>에 나오는 '로봇 3원칙' (Three Laws of Robotics)은 로봇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원칙으로, 아직까지 로봇과 인공지능의 윤리원칙하면 바로 떠오르는 유명한 개념이다. 로봇 3원칙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제1원칙 :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
제2원칙 : 제1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제3원칙 : 제1원칙과 제2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자기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아시모프의 SF 소설에서 로봇 이야기는 대부분 로봇과 인간 사이의 상호작용, 그리고 로봇의 존재와 행동에 대한 윤리적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다. 특히, 그의 작품은 로봇을 단순 기계나 악의적인 존재로 묘사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로봇을 더욱 인간다운, 복잡한 존재로 보여주며, 로봇이 인간과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그 결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탐구하고 있다. 로봇이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파트너로 나타나는 그의 작품들에서 그의 로봇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을 확인할 수 있으며, 그의 시선은 여전히 후대 인류에게 아직도 진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작품은 지금까지 나온, 그리고 앞으로 나올 로봇과 인공지능 관련 수많은 콘텐츠들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인공지능이나 로봇과 사이좋게 공존하는 작품은 인간과 로봇이 대립하는 작품보다 흥미나 자극도가 떨어질 수 있다. 인간이 로봇에 공포를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마음 기저도 있겠지만, 대립을 다룬 작품이 많은 것은 흥미도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인공지능과 따스하게 공존하는 장면을 다루는 작품들이 다수 나오게 된 것은 아시모프가 우리에게 심어준 로봇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나 기계를 긍정적으로 묘사한 대표적 작품으로는 영화 <Her>와 <Wall-E>, 그리고 <아이언맨>이 있다. 영화 'Her'의 경우 워낙 유명한 작품이고, 호아킨 피닉스(Joaquin Phoenix)가 주연으로 열연한 테오도르(Theodore)와 인공지능 사만다(Samantha) 간의 관계에 대한 분석만으로도 몇 편의 글이 나올 수 있기에 아주 짧게만 적어보자면, 실연에 빠진 사람이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고 단순 위안의 감정을 넘어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2008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Wall-E' 역시 지구를 청소하는 작은 로봇이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 '아이언맨' 및 '어벤저스' 시리즈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자비스(JARVIS, Just A Rather Very Intelligent System) 역시 아시모프가 바라는 로봇의 양태를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 자비스는 토니 스타크(아이언맨)를 도와주는 인공지능 서비스로, 다양한 일상 작업부터 전투 상황에서의 지원까지 모든 역할을 서포트해준다. 특히 재치 있는 대화로 관객을 웃겨주기도 하고, 많은 상황에서 그의 안전을 위해 적극 도와준다. 자비스는 인간인 토니 스타크의 도움이 되려는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있고, 무슨 일이 있어도 그의 편에서 도와준다. 아시모프가 바라는 로봇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이다.
기계와 인간, 인공지능과 인간 간의 공존과 상생을 다룬 작품들이 있음에도 우리는 여전히 인공지능을 두려운 시선에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여전히 인공지능을 다룬 작품 하면 인간을 죽이려 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인공지능 'HAL 9000'이 떠오르고, 기계가 인간을 지배해 버린 영화 <매트릭스>가 먼저 떠오른다. 특히 챗GPT와 같은 초거대 인공지능, 생성형 인공지능이 부각되며 이러한 공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가 앞으로 인공지능과 공존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두려움에 대한 원인을 먼저 찾아봐야 한다.
토론토 대학(University of Toronto)의 AI 철학자 카리나 볼드(Karina Vold)가 발표한 2017년 논문 'AI가 어떻게 실존적 위험을 제기하는가?(How Does Artificial Intelligence Pose an Existential Risk?)'을 살펴보면 그 힌트를 찾을 수 있다. 논문에서 볼드는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똑똑해졌을 때 이를 통제할 핵심 전제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인간이 초지능 기계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
둘째, 우리가 초지능을 통제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셋째, 초지능이 우리가 원하지 않는 일을 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한 줄로 요약하면
"우리는 우리가 원하지 않는 일을 할 기계를 만들 가능성이 있고, 그 기계를 통제하지 못할 것이다."
반대로, 우리가 인공지능의 폭주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위의 세 가지 핵심 전제가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된다. 현재의 기술 발전 속도로 보면 인간은 초지능 기계를 만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다면 두 번째와 세 번째 전제가 실행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마지막 전제, 초지능이 우리가 원하지 않는 일을 하지 않도록 인공지능을 설계하고, 이를 법과 제도로 규제할 필요성이 있다.
이 시점에서 다시 서두에 언급한 아이작 아시모프의 <아이, 로봇>을 살펴보자.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로봇 3원칙'은 사실 그의 세계관에서 업그레이드된다. 바로 세 가지 원칙 위의 대 원칙인 '제0원칙'이 등장한다. 제0원칙은 다음과 같다.
제0원칙: 로봇은 인류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세계관에서 로봇은 지금의 인공지능처럼 사회에 널리 쓰이기 위해 등장하였다. 하지만 금세 인간을 초월하게 된 로봇들. 하지만 작중 로봇은 로봇 3원칙에 의거 인류를 위해 끝까지 헌신한다. 위대한 리더가 된 로봇도 스스로 역사의 뒤편으로 물러나 인간을 돕게 된다. 이 과정에서 로봇은 인간을 해칠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
아이작 아시모프는 로봇과 인간과의 관계를 정의하는 것을 인간으로 한정한다. 인간을 배려하는 토양 위에서 발전한 로봇 기술이기에 로봇 기술 발전이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영역까지 나아가더라도 인간이 소외되지 않은 것이다.
다시 봐도 놀랍지 않은가? 마치 미래를 보고 온 것처럼 현시점의 수많은 갈등과 고민거리를 아이작 아시모프는 80년전 소설 <아이, 로봇>에서 힌트를 주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갈 우리가 다양한 고전에 눈을 돌려봐야 할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