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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운 Oct 12. 2023

우리가 AI를 두려워하는 근원

AI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 - 과거

"불쾌한 골짜기 (Uncanny Valley)"


로봇이나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진 캐릭터가 인간과 매우 유사해질수록 사람들이 느끼는 호감도가 급감하고, 불쾌해지는 현상을 나타내는 용어이다. 1970년대 일본의 로봇 공학자 모리 마사히로의 주장으로, 로봇(현대에는 인공지능까지 범위가 확장)이 인간을 어설프게 닮을수록 불쾌함만 증가한다는 것이 그의 논지이다.



그럼 인간은 인간과 유사한 것을 보면 불쾌함을 느끼는 것일까? 이에 대한 분석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인지'와 '진화' 관점에서 해석하고자 하는 학자들은 인류를 비롯한 고등 동물은 생존을 위해 개체를 구분하는 인지능력을 발달시켰는데, 이러한 진화 과정에서 인간과 유사한 종을 보면 생존에 대한 위협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호모 사피엔스가 호모 에렉투스, 네안데르탈인 등을 멸절시켰듯이, 인간과 유사하지만 다른 종인 안드로이드나 로봇에 대해서도 진화심리학적으로 비호감을 넘어 불쾌감을 가질 수 있다.


불쾌한 골짜기를 심리학적 관점에서 해석하기도 한다. 사람은 '불안하고 낯선 기분'을 본능적으로 두려워하는데, 마네킹이나 밀랍인형 등 사람과 닮았지만 다른 물체를 봤을 때 이러한 기분을 느낀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이러한 사물을 시체나 좀비에 빗대어 '죽음'을 연상하는 경우도 있고, 이러한 연상은 불안과 불쾌감을 야기할 수 있다.


불쾌한 골짜기 현상은 이미 대중들에게 널리 정설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이론에 대한 강한 비판도 존재한다. 학술적 근거가 부족한 직관적 의견이라는 것인데, 카네기 멜론 대학(CMU)의 사라 키슬러(Sara Kiesler) 교수는 "불쾌한 골짜기가 참이라는 증거를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참이 아니라는 증거도 가지고 있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애초에 불쾌한 골짜기 이론이 논문으로 발표된 것이 아닌 에세이로 발표된 것이라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직관적으로 많은 공감을 사고 있는 이론이기에 많은 연구자들이 근본적 원인을 탐구하기 위한 작업을 시도하고 있으며, 실제 로봇 설계나 영화, 비디오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고려 사항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인류는 자신과 비슷하지만 다른 기계를 만드는 것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지금으로 치면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을 말하는 것인데, 이에 대한 흔적은 그리스 신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장장이 헤파이스토스는 '탈로스(Talos)'라는 이름의 청동 거인을 만들어 크레타 섬을 지키는 파수병 노릇을 했다. 탈로스는 인류 역사에 기록된 최초의 로봇이라고도 할 수 있다. 유대 민족의 역사에도 이와 비슷한 것이 등장한다. 바로 '골렘(Golem)'이다. 체코 프라하에는 골렘 신화가 전승되는데 유대지구의 랍비가 흙과 나무를 섞어서 골렘을 빚었더니 생명이 생겼고, 골렘은 유태인을 보호해 주는 일을 했다고 한다.


(좌) 그리스 신화의 '탈로스' / (우) 프라하에서 전승되는 전설 '골렘'


'탈로스'나 '골렘'의 경우 인간을 지키기 위해 인간을 공격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아군일 때는 든든한 존재이지만 적으로 만났을 때는 두려운 존재였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인류에게 보편적인 위협의 존재로 다가오지 않는다. 하지만 점점 인간은 자신을 공격하는 로봇 혹은 인공생명체에 대한 두려움이 드러나는 작품들을 만들어내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소설 <프랑켄슈타인 (Frankenstein)>이다.


'프랑켄슈타인 증후군(Frankenstein Syndrome)'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사람들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생명체나 기술, 특히 고도로 발전된 인공지능이나 로봇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을 나타내는 용어이다. 이 용어는 1818년 영국의 작가 메리 셸리(Mary Shelly)가 발간한 고전 소설 '프랑켄슈타인'에서 유래되었다. 이 소설에서 제노바의 물리학자 프랑켄슈타인(괴물의 이름이 프랑켄슈타인이 아니며, 괴물을 만든 과학자 이름이 프랑켄슈타인 임)은 죽은 사람의 뼈로 244cm나 되는 인형을 만들고 여기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하지만 이 창조된 생명체는 사회에서 배척받고 통제 불능의 상태가 되어 그를 만든 프랑켄슈타인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을 대상으로 차례로 복수한다.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하는 '프랑켄슈타인 증후군'은 인간이 창조한 기술이나 인공 생명체가 사회 전반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이 용어는 최근에는 인공지능, 유전공학, 나노기술과 같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의 혁신에 대한 사회적 우려나 불안을 설명하는데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메리 셸리 이후 작품들은 프랑켄슈타인 증후군의 영향을 받는다. 쥘 베른의 <해저 2만 리>, <지구에서 달까지> 작품은 과학의 위험성이 언급되고 있으며, H.G 웰스 역시 <우주전쟁>, <닥터 모로의 섬>과 같은 작품에서 과학으로 인해 벌어지는 끔찍한 미래를 그리고 있다. 그러던 와중인 1920년 드디어 우리에게 '로봇(Robot)'이라는 이름이 처음 등장한다. 바로 체코슬로바키아의 작가 카렐 차페크(Karel Capek)의 희곡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Rossum's Universal Robots, 줄여서 R.U.R)>이 바로 그것이다.


(좌) <프랑켄슈타인> 소설 속 삽화 / (우) <R.U.R>의 1921년 무대 초연 모습




오늘날 흔히 사용되는 로봇이라는 말은 R.U.R이라는 희곡에서 처음 소개된다. 로봇이 처음 소개된 이 작품에서 로봇은 인류의 동반자로 나타날까, 아니면 인류의 적으로 나타날까. 작품의 3막을 보면 로봇에 대한 인류의 첫 관점을 알 수 있다. 처음 만들어졌을 때 로봇은 노동이나 전쟁의 역할을 하게 된다. 하지만 우여곡절을 겪으며 로봇은 인류에 대한 반란을 일으키게 된다. 그리고 로봇은 로봇 생산 공장을 접수하고 인류는 건축가 알퀴스트(Alquist)를 제외하고 멸종된다. 로봇과 알퀴스트는 로봇이 원하는 생명의 비밀을 찾아 로봇을 번식시킬 방법을 찾게 되고, 성서에서의 아담과 이브에 비유되는 한 쌍의 로봇을 발견한다. 바로 사랑의 감정을 가지고 있는 로봇 커플이었던 것이다. 종으로서 인간은 끝이 났지만 사랑이란 감정은 로봇을 통해 이어질 것이라는 알퀴스트의 독백으로 희곡은 막을 내린다.


로봇이 반란을 일으키고 인류는 멸종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보지 않았는가? 그 시작이 바로 1920년 발표된 희곡 R.U.R이다. 이 작품은 로봇이라는 이름을 창조했을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만들어지고 있는 수많은 SF 작품의 원형이 되고 있다. 이처럼 인류는 로봇이라는 존재, 인공적인 지능을 가진 존재를 처음 상상했을 때부터 이들이 우리를 공격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 원인이 칼 융이 얘기한 '집단 무의식‘이든, 진화 심리학적 관점이든, 불쾌한 골짜기이론이든 간에 여전히 우리는 인공지능을, 그리고 로봇을 두려워한다.

 

다음 편에서는 그 유명한 아서 클라크 경과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HAL 9000과 같이 비교적 최근 작품에서 등장하는 인공지능과 로봇의 인간 세상에 대한 위협에 대해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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