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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메르인 Mar 31. 2023

직장이라는 동물의 세계에서 생존하기

동기 S가 곧 한국을 떠나게 됐다. 동남아에 있는 주재원 자리에 지원했다고 한다.


"곧 승진할 텀인데, 지금 왜?"

"아이 엄마가 그러더라고, 당신 아들은 한국에서 글렀다고..."


중3 아들 때문이란다. 요새 들어 부쩍 통제가 안되고 게임만 한다고. 이래 가지고 변변한 대학은 가겠냐 싶었나 보다. 해외에 가면 특례입학 기회도 주어지고, 일탈을 하려고 해도 갈 데가 없다고.


그러고 보니 지난해에 영국에 간 선배 J도 막내인 아들이 중3이었네. 일본에 간 후배 K도 외아들이 중3이었고. 중3 남학생만 걸리는 병이 있는 건가. (아, 자매품 중2병이 있구나..) 사실 특례입학을 노리려면 중3이 마지막 기회다. 고1을 포함하여 3년 이상 해외학교를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왜 아들의 경우 이런 일이 많을까? 아들은 중학교에 입학할 즈음이면 주양육자인 엄마가 힘으로 통제할 수 없다고 한다. 성인여성은 만 12세 남성의 체력정도에 불과하다. 바꿔 말하면 아들이 만 12세 정도 되면 엄마와 힘으로 비등하다는 말이다. 하루종일 게임에 빠져 있어도 훈육이 어렵고, 그러다 보니 S의 경우처럼 해외로 도피하는 극단 처방도 나오는 것이다.




아들 엄마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아들은 동물에 가깝다고. 동물들은 무리를 지어 살 때 서열이 확실하다. 남자들은 서열에 민감하다. 신체가 왜소하거나, 소심하거나, 싸움을 못하거나 하면 서열이 뒤로 밀린다. 상대를 처음 보면 내가 복종해야 할 사람인지, 내가 지배할 수 있는 사람인지 판단한다. 단순히 회사의 상사라고 해서 무조건 복종하지는 않는다. 별 볼 일 없는 사람인지, 내가 만만하게 대해서는 안 될 사람인지 간을 본다.


"여보, 부하가 당신한테 간을 보면 어떻게 해?"

"기어오르려고 하면 철저히 밟아줘야지."


남편은 지극히 평균의 스펙을 가진 사람이므로, 남성을 대표하는 발언으로 이해했다. 남성들은 필요한 경우에 서열을 확실히 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이것이 여성과의 차이점이다. 여성은 수평적인 관계를 중시한다. 여성들 사이에서 가장 큰 벌은 따돌림을 당하는 것이다. 아주 먼 옛날 여성은 채집 및 육아 등의 활동을 담당했으므로, 무리에 끼지 못하고 소외되면 생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 유전자가 지금까지 내려온 걸까.


남성 부하직원이 여성 상사를 무시하는 경우가 있다. 그 부하직원은 자신과 상사의 서열을 확인하려 했을 것이고, 여성 상사는 그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것일 게다. 이를테면 상사의 지시를 무시하고 업무를 처리해도 별소리 안 한다던가.


여성 후배 K가 하소연했다. 모 남성 팀원이 자기를 사사건건 무시한다고 했다. 많은 수의 남성 직원들이 사리분별이 있고 합리적이다. 그 특정 부하직원의 행동이 부적절했다. K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일단 상사면 업무로 능가해야 한다. 또한 필요할 때는 단호하게 말해야 한다. 의외로 이걸 어려워하는 여성 상사들이 많다. (사실 나도 쉽지 않다.) 싫은 소리를 하면 관계가 나빠질까 봐 본능적으로 두려워하는 것이다. 선을 넘었을 때는 두루뭉술하게 넘어가지 말고 분명히 그 점을 지적해야 한다. 필요 이상으로 친절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잘해준다고 친해질 사이도 아니다.


무조건 존칭을 쓴다고 능사가 아니다. 압존법을 써야 자연스러울 때도 있다. 팀장이 이사에게 보고 할 때 부장을 언급한다면 "김 부장이... 했습니다." 하는 것이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익숙할 것이다. "김 부장님이..“라고 하면 이사 입장에서는 본인의 부하직원을 높이는 소리를 듣고 있는 셈이다. 압존법에 익숙하지 않은 여성 직원들에게는 쉽지 않은 미션이다.


물론 압존법은 시대에 뒤떨어진 유산이다. 국립국어원의 답변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압존법은 '가정 내', '사제 간'에서 쓰였으며, 직장 등 사회적 관계에서 압존법을 쓰는 것은 우리 전통 예절이 아니"라고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직장에서는 압존법이 많이 쓰인다. 압존법을 철저히 배우는 곳이 군대이다. 군대에서는 이제 압존법을 폐지했다지만, 회사의 중역들은 예전에 군대를 제대하여 압존법이 익숙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우리들의 상사이다.


당위와 현상에 대한 대응을 헷갈리면 안 된다. "세상은 이런 식으로 굴러가면 안 돼!"라고 해도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세상을 바꾸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 그동안은 현상에 대응하면서 버텨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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