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메르인 Dec 01. 2023

요리사가 화장실에 가는 건 알고 싶지 않아

아이돌이 제공하는 환상의 세계에 금이 갈 때

아이가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투모로우 바이 투게더'('투바투') 멤버 수빈이 최근 두 가지 구설수에 휘말렸다. 


첫 번째. 신인 아이돌그룹의 한 멤버와 예전에 함께한 사적인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이 유출됐다. "형은 노래도 못하고 춤도 못 춘다"라고 상대방이 면박을 주자, 수빈이 가운데 발가락만을 들어 답했다는 거다.


두 번째. "메이드 인 어비스"라는 일본 만화를 즐겨본다고 언급했는데, 부적절한 내용이 일부 있는 듯하다. 


처음 든 생각은, "어떻게 가운데 발가락만 들 수 있지?"였다. 손으로 다른 발가락을 접으면서까지 해봐도 안 됐다. 애들에게도 해보라고 했는데 아무도 성공 못했다. 그 정도로 이게 문제가 되는 사건인가라는 인상이었다. 


어떤 사람들의 의견은 다른 모양이다. 

"아는 동생한테 본업 못한다는 소리나 듣고. 그런 이미지인 줄 몰랐다."

"그런 부적절한 내용의 만화나 보다니. 이미지가 좀 깬다."


수빈의 이미지가 어떻길래? 평범한 이십 대 남자라면 친한 사이에서 사적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 아닌가. 아, 아이돌에게 평범한 이십 대 같다는 말은 칭찬이 아닌 모양이다. 주위에서 볼 수 없는 유니콘 같은 이미지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수빈과 라이브 방송을 같이했던 그 신인아이돌 멤버는 데뷔전 이성문제 등등이 불거져 결국 활동중단을 했다고 한다. 


아이에게 이 소동을 아느냐고 물었다.

"물론 들었죠. 솔직히 수빈이가 잘못한 건 없지 않나요. 얼른 지나갔으면 좋겠어요."


아이돌은 환상을 파는 직업이다. 외모, 춤, 노래가 뛰어난 이성이 사적으로 연인을 두지도 않고 팬들에게 헌신적인 모습을 보인다. 내가 상상하는 이상적인 모습이 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수빈의 경우는 좀 억지스러운 것 같고, 가장 대표적인 타격은 열애설일 거다. 


상당수의 팬들은 아이돌과 '유사연애'를 한다. 진짜 연인의 존재를 인정하면 나의 환상은 망상이 돼버린다. 오죽하면 다른 여자들하고 사귈 바에야 그룹 내 멤버들끼리 사귀는 내용의 팬픽을 쓴다. 이게 먹히는 포인트가 되니까 기획사에서 일부러 몇몇 멤버들끼리 친밀한 장면을 연출하라고 주문하기도 한다. BTS의 기획사는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공연할 때 보수적인 현지 정서를 고려해 멤버 간 친밀한 동작을 수정했다고 밝혔다. 그런 것도 콘서트 대본에 있는 모양이다.


아이돌도 사람이다. 연애도 하고 남들 할 건 다 하지 않을까. 대부분의 팬들은 그걸 모를 리 없다. 단지 들키지만 말라는 거다. 마치 요리사도 사람이니 화장실 가서 용변 보는 거 당연하지만, 내 앞에서 티 내지 말아줬으면 하듯이. 알면 밥맛 떨어지니까.

이전 08화 그는 나에게로 와서 굿즈가 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