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탈덕은 언제 하는가
"수빈이는 제 처음이자 마지막 아이돌일 거예요."
"그런 말하기엔 너무 이르지 않니?"
아이는 자신만만하다. 앞뒤 재지 않고 순간에 충실하다. 그 나이만의 패기다.
아이가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투모로우 바이 투게더("투바투")가 새 앨범을 냈다. 작년 10월 정규앨범 "이름의 장: FREEFALL" 이후 반년만이다. 나는 아이를 따라 아이돌 덕질 한 사이클을 돌았다.
활동기에는 먼저 프로모션 스케줄이 공개된다. 앨범 발매까지 차례차례 콘셉트 사진과 뮤직비디오 티저가 나온다. 컴백 당일에는 뮤직비디오와 음원이 풀리고, 쇼케이스를 하고, 음악방송에 나오고, 자체 콘텐츠도 공개된다. 활동의 정점은 콘서트다.
활동이 끝나면 새 앨범이 나올 때까지 준비기간을 가진다. 그동안 아이돌은 SNS나 개인 라이브 방송을 통해 소통을 이어간다. 팬들도 아이돌 자체 예능을 보고, 굿즈를 구입하고, 생일카페를 가거나 하며 다음 활동을 기다린다.
이런 식으로 반복된다. 언제까지?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다. 아이돌 덕질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는 살면서 만남과 헤어짐을 거듭한다. 연예인도 평생 한 명만 좋아하진 않는다. 아이는 수빈이를 좋아한 지 일 년이 채 안 됐다. 끝을 이야기하기엔 이르다.
마음이 떠난다면 대개 다음과 같은 이유다.
마약, 음주운전, 성범죄 등을 저질렀을 경우. 아이돌도 드물지만 있다.
열애설이 아니다. 열애를 인정해야 한다. 아이돌은 유사연애의 성격이 강하다. 환상이 깨지면 마음이 떠나기 쉽다. 유사육아의 경우도 있다. 내 아이돌은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야 한다. 연애에 한눈팔아서는 안 된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글에 썼습니다.
요리사가 화장실에 가는 건 알고 싶지 않아 : 아이돌이 제공하는 환상의 세계에 금이 갈 때
https://brunch.co.kr/@sumerians/72)
아이돌이 입대를 하면 콘텐츠의 공급이 끊긴다. 다인원이기 때문에 완전체가 되기까지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앨범 등을 미리 준비하는 경우도 있지만 한계가 있다. 실시간 소통 같은 신선한(?) 떡밥이 없다. 기껏 입대 기간을 버텨도 컴백 후 기대에 못 미쳐 떠나는 경우도 있다.
달도 차면 기울듯이 아이돌도 마찬가지다. 인기는 언젠가 정점을 찍는다. 더 어리고 매력 있는 후배들이 계속 데뷔한다. 덕질이 주는 도파민의 금단증상 때문에 다른 아이돌로 갈아탄다.
요즘은 아이돌의 수명이 길어져서 꽤 오래 덕질할 수 있다. 연차가 차면 개인활동을 병행하기는 하지만, 그룹으로서의 정체성은 계속 유지한다. 아이돌 그룹 지오디는 작년에 데뷔 25주년 콘서트를 개최했다.
아이는 뱉은 말을 지킬지도 모른다. 어릴 적 추억의 대상과 함께 나이 들어가는 건 나름 멋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