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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니 Sep 12. 2024

미혼모의 딸이지만 괜찮아

1. 결핍 많은 글쟁이 워킹맘의 육아분투기

나는 미혼모의 딸이자 글쟁이다.

미혼모였던 엄마는 나를 임신하고 너무 행복해서 나를 낳았다고 한다.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과거는 미화되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내가 임신을 하자 나는 엄마 말이 진짜 임을 깨달았다.

내 안에 새 생명이 있다는 것은 내가 살면서 겪은 가장 멋지고 행복한 일이었다.

내 불안하고 연약했던 존재를 단번에 긍정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원래 내게 임신은 두렵고 무서웠던 것이었던지라 스스로도 놀라운 경험이었다.)


하지만 그 새 생명에 대한 행복을 만끽하기도 전에 유산을 하고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큰 좌절을 겪었다.

나의 엄마는 홀로 임신한 와중에도 어떻게든 나를 끝까지 지켰는데 

나는 내 아이를 지키지 못했다며 수없이 자책했다. 

나 같은건 그토록 멋있는 엄마 될 자격이 없다며 스스로를 끝까지 몰아붙이고 괴롭혔다.


지옥의 시간을 지나 다시 임신을 했을 때 눈물겹게 행복했지만 

한편으로는 또다시 아이를 잃을 가봐 두려웠다. 

나는 내 안의 아이를 지켜내기 위해 뭐라도 해야만 했다. 

그게 바로 곧 태어날 아이, 알콩이(태명)에게 편지를 쓰는 것이었다. 

알콩이에게 수많은 편지를 썼다.


태어날 아이를 위해 쓰는 글들이었지만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나라는 사람을 이루는 모든 것들을 정리할 수 있었고,
나란 존재는 누군가에게 버려진 창피한 존재가 아니라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개성을 지닌 특별한 존재라는 자아를 재정립할 수 있었다.
 

그리고 태몽이 너무 좋아 날 낳았다는 해맑은 미혼모였던 나의 엄마, 

나를 외면한 못난 아빠, 내가 사랑하고 집착했던 글 쓰는 일, 

내가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관계들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내가 더 위로를 받았다.

내가 태어날 아이에게 더없이 다정하고 따뜻한 위로를 건넨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다정하고 따뜻한 위로를 받고 싶었고, 

그런 다정하고 따뜻한 위로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놀랍게도 내게 필요한 위로는 나만이 알고 있었다.


나만 아는 위로를 만들어가는 그 여정이 어쩌면 알콩이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자라날 아이들, 그리고 다정하고 따뜻한 엄마가 필요했던 엄마들,

그리고 나만의 위로가 필요한 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원래는 오로지 알콩이만을 위한 미약한 글이었지만 많은 이들에게도 공개하고자 한다. 나만의 솔직한 경험들이 많은 사람들에게도 작은 울림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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