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쓰는 편지
누구나 늘 여행을 가고 예쁘게 입고 풍경이 좋은 곳에서 그림 같이 살고 싶겠지.
하지만 그건 삶의 일부지 항상 그렇게 살 수는 없어.
그래서 여행이 이런 욕망을 충족시켜 주어서 의미가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
근데 알콩아 어제 태교 여행지에서는 분명 화려하고 예쁜 엄마였는데
평범한 옷을 입고머리 질끈 묶고 사진 따위 찍기 싫은 오늘의 일상은 무엇일까?
그저 여행 사진을 돋보이기 위한 밑거름에 불과할까?
아니 사실 이게 진짜고, 우리가 더 오래 마주 봐야 될 일상이야.
일상은 늘 화려하거나 있어 보이지 않아.
가능한 예쁘게 살도록 노력할 수는 있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냐.
엄마가 네게 꼭 하고 싶은 이야기는 겉보기에 예쁘고 화려한 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아니란 거야.
아무도 모르는 내 일상의 소소함. 스스로에게 맛있는 밥을 먹이고 (꼭 누가 보지 않아도) 이왕이면 예쁘게 꾸미고 바람을 쐬고 좋은 생각을 하고 아무에게도 보일 필요도 없고 사진 따윈 남길 필요도 없는 평범한 일상이 정말 더없이 소중한 것 아닐까?
꼭 예쁘지 않더라도 화려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르지 않더라도 우리의 삶은 매 순간 너무 소중하다.
물론 일에 성공하고, 직장에서 돈을 많이 벌고 좋은 성적을 받고, 인정받고, 그런 일은 좋은 일이지. 허나 인생이 다 그렇게 채워질 수는 없단다.
가장 많은 시간을 채우는 평범한 일, 그리고 인스타에 올리지 않는 평범한 모습을 우리는 더 아껴주고 사랑해줘야 하지 않을까?
너를 만나기 전 2018년의 어느 날.
‘알콩아, 화려한 것들을 쫓지 말자!
삶은 여기에 있지, 거기에 있지 않아.
나는 네가 사진 속에 갇히는 삶 말고
사진 밖에 더 넓고 넓은 세상에 살길 바라.
일상은 사진 속 세계보다
훨씬 더 크고 넓은 영역이란다.
스타들도 겉보기엔 화려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냐.
누구나 보이지 않는 이면을 가지고 있어.
그걸 내면이라고 하지.
내면은 외면과 많이 달라.
보이지 않기 때문에 가늠할 수도 없지.
보이지 않는 것들에 힘쓰고
내면을 잘 가꿨으면 좋겠다!
스타들도 남들에게 보이는 것들만 신경 쓸 뿐
내면이 텅 비고 빈 껍데기들도 많단다.
난 네가 무엇보다 꽉 찬 알맹이를 가지길 바라. 잘 가꾸어보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