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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드로스치 Sep 24. 2024

환생(1)






“영혼님, 여기 다양한 옵션이 있습니다. 옵션 선택 시 영혼님이 보유하고 계신 선행포인트가 차감되는데요, 현재 영혼님은 보시는 것처럼 여기에서 여기까지 모두 선택하실 만큼 포인트가 풍부하세요. 

다음 생애에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정해두신 바가 있으실까요?”


논의 설명에 앞에 앉은 아이가 두 눈을 깜박깜박 거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논을 멀뚱히 쳐다보았다. 논 역시 대답을 기다리며 앞의 아이를 마주 보다가 자신이 또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닫고 입을 크게 벌렸다.


“아, 참….”


논은 허둥지둥 테이블 위에 있는 유리병에서 주황색가루를 꺼냈다. 그리고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며 마음을 진정시킨 후 앞에 앉은 아이의 주변으로 가루를 살살살 뿌렸다. 주황색 가루는 밝은 빛을 내며  아이의 몸을 감싸더니 이내 자취를 감추었다. 


“ 이제 전생을 포함한 모든 기억이 떠오르셨나요?”


논이 간절한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보자 아이의 얼굴에 서서히 미소가 떠올랐다. 아이는 천천히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논은 안심의 숨을 내쉬고 아이에게 브로셔를 내밀며 설명을 다시 시작하였다.


“영혼님은 전생에서 네 살의 모습으로 삶을 마감하셨어요.  2 환생국에 머물며 환생을 기다리셔도 되는데, 전생의 어머님과 함께 머물고 싶으시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이곳 환생국으로 바로 오셨고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여기 목록들 중에서 포인트 내에서 선택을 하시면 다음 네 번째 삶에 반영이 될 거예요.”


“저희 엄마는 어디 계시지요? 같이 환생이 가능한가요?”


“어머님은 다른 상담사와 상담 중이셔요. “


“그럼 제가 다음 생애에도 엄마의 아들로 태어나는 게 가능할까요?”


영혼의 말에 논은 고개를 끄덕이며 브로셔의 한 부분을 가리켰다.


“여기 보시면 나와있지만 부모님을 지정하시는 경우는 포인트가 이렇게 소요됩니다. 다만 여기에는 전제 조건이 필요합니다. 일단은 어머님이 고르신 다음 인생에 아이가 점지되어야 하고요. 환생 시기도 맞아야 합니다. “


“엄마가 저를 원하지 않는 경우는 어떻게 되나요?”


“음.. 일단 아이자체를 원하지 않으시는 경우는 두 분이 모자 관계로 만나는 것은 힘듭니다. 어머님영혼 께서 아이에 대한 별 지정이 없으시다면 영혼님의 포인트를 사용하여 자녀분으로 태어나는 게 가능하지요. 그런데… 두 분의 인연이 전생에서 끝난 게 아닙니다.”


“네?”


영혼의 물음에 논이 웃으며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이게 뭐지요?”


“영혼님과 영혼님의 어머님이 작성하신 서류예요. 두 분은 이미 영혼님의 두 번째 삶, 그리고 어머님의 첫 번째 삶에서 부녀관계를 맺으셨어요.”


“아…그럼 그 삶에서 제 아버지가…어? 저는 두 번째 삶에서도 남자였는데요?”


“네, 그 삶에서 따님이 전생의 어머님이시랍니다. 두 분은 각자의 삶에서 따로 이곳에 오셨지만 먼저 도착하신 영혼님께서 같은 자녀분을 만나고 싶다고 먼저 요청을 하시고 휴식상태에 들어가셨어요. 그런데 뒤늦게 도착하신 전생의 어머님께서는 거꾸로 만나고 싶어 하셨어요. 그래서 바로 환생에 들어가시고 영혼님이 자녀분으로 태어나신 거랍니다.”


“아… 그렇군요. 그럼 이 서류는 뭔가요?”


“영혼님이 두 번째 삶을 마치시고 휴식에 들어가셨을 때 따님이셨던 영혼님이 작성한 서류입니다.  본인은 또다시 자녀로 태어나는 게 아니라 부모로 태어나고 싶고 그 다음 삶에는 다시 원래대로 자녀로 태어 나도 좋다는 서류지요. 휴식에서 깨어나셔서 환생을 준비하실 때 영혼님께서 보시는 것처럼 동의 서명을 해주셨고요.  혹시 돌아온 기억에 이곳 환생국에서의 기억은 없나요?”


논의 질문에 영혼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세 번의 삶은 기억이 나는데 중간에 영혼이 되어 이곳에 온 기억은 없습니다. 원래는 기억이 다 나는 건가요? “


“기억을 한 번에 찾는 분도 계시고 며칠에 걸쳐서 찾는 분도 계셔요. 그런데 결국은 모든 기억을 정리하고 환생준비에 들어가는 거니 어디까지 기억이 났는가는 중요하지 않답니다. 이미 이 전의 삶은 바꿀 수 없으니까요. 자…그럼 이제 다음 생의 조건들을 한번 살펴보실까요?”


어린이 영혼의 상담을 마친 후 논은 연이어 다른 영혼의 상담을 하였다. 그리고 처음 어린이 영혼의 어머니를 상담한 디아와 상담내용을 나누고 쉴 새도 없이 서둘러 환생궁 입구로 이동을 하였다. 출입구 문을 열려고 하는데 그 안에서 미카엘과 얀이 나왔다.


“안녕하세요. 논님. 오늘 저녁….


“안녕하세요. 미카엘 님 , 얀님. 두시가 약속인데  늦어서요. 죄송합니다.”


논은 속사포처럼 빠르게 말하고는  얀과 미카엘이 나온 출입구  안으로  쏙 들어갔다. 인사를 하려고 팔을 들었던  얀은 순식간에 사라진 논을 보고는 허공에 대고 손을 흔들었다.


“논님… 이따가….”


“가브리엘라 님, 사서님.. 늦어서요. 죄송합니다.”


게이트를 통과해 환생궁에 도착한 논은 인사를 하는 가브리엘라와 도서관 사서를 빠르게 지나치고 잽싸게 꽃밭으로 이동했다. 꽃밭 허공에 커다란 시계가 바늘 하나만 똑딱똑딱 소리를 내며 이동하더니 때르릉 하는 알림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논님, 오늘도 겨우 또 딱 시간 맞춰 오셨네요. 이래서 제대로 하….”


어느새 못마땅한 표정을 지은 바르가 논의 뒤에 다가왔다. 입을 열고 폭풍 잔소리가 쏟아지려는 찰나 논은 미리 준비해 간 삽과 화분을 싹 꺼내 들고는 바르의 눈앞에 내밀었다.


“지금 파면될까요?  오늘은 두시 무렵이 가장 좋다면서요?”


여전히 못마땅한 표정을 지은 채 바르가 고개를 끄덕이자 논은 잽싸게 환생 준비를 마친 식물 앞으로 이동해서 식물 주변으로 조심히 삽을 꽂았다. 삽을 꽂아 흙을 살짝 들듯이 움직인 후 다시 옆쪽 흙에 삽을 파서 같은 행동을 반복해 식물 주변으로 동그랗게 구멍을 내 뿌리가 다치치 않게 살살 흙을 통째로 덜어냈다. 그리고 준비해 간 화분에 식물을 담았다. 흙을 더 채우고 화분에 묻은 흙까지 털어낸 다음 자리에서 일어나 보니 바르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오늘 늦게 오셔서 한마디 하려고 했는데, 논님 너무 잘하셨네요. 이게 다 제가…”


“네 맞습니다. 바르님께 잘 배워서예요. 오늘 두 시가 가장 좋다셨잖아요. 바로 삼신님께 가보겠습니다. 그럼…”


논은 바르가 다시 말을 잇기 전 빠르게 화분을 챙겨서 후다닥 꽃밭입구로 나갔다. 다시 한번 화분 주변에 묻은 흙은 없는지 잘 살핀 후 논은 화분을 조심히 안고 환생의 방으로 다가갔다. 문을 두드리려고 팔을 드는 순간 두근두근 심장이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논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자신이 들고 있는 화분을 바라봤다. 화분 속 식물의 꽃잎이 환생직전을 알리며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논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 다시 팔을 올려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안에서 삼신의 목소리가 들리자 논은   조용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싱그러운 향기를 가득히 풍기는 숲 속  커다란 나무 앞에서 삼신이 등을 진채 나무를 바라보고 있었다. 논은  걸음을 멈추고 눈을 감고 숲향기를 가슴 가득히 채웠다. 두근두근 데던 가슴이 잠잠 해지며 온몸 가득 초록의 숲향기가 가득 찼다.  잠시 후 다시 눈을 뜬 논은 화분을 들고 삼신 옆으로 다가갔다. 

삼신은 미소를 지으며 화분을 건네받고 나무 앞에 화분을 두었다. 잠잠하던 숲에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나뭇잎이 바람에 나부끼기 시작하더니 곧이어  나무가 바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나무 앞에 있던 화분에 빛이 돌며 허공으로 뜨더니 어느새 화분이 사라지고 꽃 속에 잠든 영혼이 깨어났다.  


논은 깨어난 영혼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자신의 전생에 어미였던 그 영혼은  논을 버리고 떠나간 시절보다 조금은 나이가 든 듯하지만 아직은 젊은 그 나이대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환생하기 전 영혼은 전생 혹은 그 이전 삶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의 모습을 띈다는데 저 여인은 나를 버리고도 그때 행복했을까? 아니면 저 모습을 가진 다른 생이 있었던 것일까… 논은 자신도 모르게 휘몰아치는 우울한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때 삼신이 조용히 논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따뜻한 마음이 손끝을 통해 들어와 온몸을 휘휘 돌아 그녀의 불안을 쫓아냈다. 논은 용기 내어 한 발짝 자신의 앞에 서있는 영혼을 향해 걸어갔다.


“영혼님, 이제 영혼님의 안식이 끝나고 다섯 번째 삶이 시작됩니다. 환생 준비가 되셨을까요?”


영혼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논이 준비되었다는 표정으로 삼신을 바라보자 삼신도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논이 손을 들자 손끝에서 푸른빛이 나와 영혼의 온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영혼을 감싼 빛은 뒤의 나무까지 감싸더니 어느새 영혼의 모습은 빛에 흡수된 채 보이지 않았다. 나무는 푸른빛을 내며 바람에 흔들리듯 모든 가지와 잎을 사르르 흔들더니 이내 잠잠해졌고 나무를 감싸던  빛도 어느새 사라졌다.

논과 삼신은  나무를 향해 깊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영혼님, 편안한 여행 되시길 바랍니다.”


고개를 든 논이 삼신을 바라보자 삼신이 미소를 지으며 논의 어깨를 가볍게 톡톡 두드렸다. 


“제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삼신님. 정식 말라크도 아닌 제가 제대로 환생을 시킬 수가 있는 건지… 제가 배웅해 드린 영혼님… 잘 도착하시겠죠?  엉뚱한 데 가시고 그런 건 아니겠죠?”


“그럼요. 논님은 지금 너무 잘하고 계십니다. 논님은 말라크라는 존재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삼신의 질문에 논은 잠시 말을 멈추고 생각해 보았다.


“음.. 천상계에 살며 이곳의 일을 돕는 존재이면서 인간의 영혼이 아니고 신도 아닌 존재들…이 아닐까요?”

논의 말에 삼신이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삼신님… 제가 말라크라고 해도 삼신님이 아닌 제가 영혼의 환생을 도울 수 있는 건가요? 환생은 오직 삼신님만  할 수 있는 거잖아요.”


논의 말에 삼신은 고개를 돌려 나무를 바라봤다. 바람이 없지만 나뭇잎이 살살살 흔들렸다.


“맞습니다. 점지와 환생은 삼신의 고유업무지요. 다만… 지금의 환생은 논님이 해야만 하였기에 그리 된 것이지요. 흐름 속에서 논님이 보내야 할 영혼들 이었기에 그리 된 거지요.”


삼신의 말에 논은 잠시 생각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보내야만 하는 영혼들…

전생의 어미였던 영혼…그리고 이미 환생을 시작한 플로피…


“삼신님… 플로피… 플로피는 잘 있겠지요?”


“그럼요. 엄마의 뱃속에서 세 아가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답니다.”


삼신의 말에 논은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고개를 들이밀던 세 머리가 무척 그리워졌다.


“왈왈" 


“우우~~~~”


“멍멍멍멍"


정신없이 짖어대는 세 머리에 논은 하려던 말을 잊어버린 채 시끄러운 플로피들을  멍하니 바라봤다. 셋은 한참을 그렇게 시끄럽게 짖어대더니 약속이나 한 듯 뚝 짖기를 멈추고 얌전히 논의 앞에 앉았다.


“정신 차려라 논, 이제 안 짖는다.”


가운데 플로피의 말에도 멍하니 앉아있던 논은 플로피들이 동시에 혀를 내밀며 얼굴을 핥으려고 다가오자 손을 내저으며 벌떡 일어났다. 그 모습에  플로피들이 낄낄 대고 웃자 논은 플로피들을 흘겨보고는 엉거주춤 서 있던 자세를 바로 하고 의자에 앉았다.


“왜 그렇게 짖은 거야? 플로피”


“미안.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울부짖고 싶었다.”


“그래 논, 이제 마지막이다. 이제는 더 이상 개가 아니다.”


“논, 마지막이니 봐줘라.”


마지막이라는 플로피의 말에 논은 잔뜩 찡그렸던 표정을 풀고 자신의 앞에 있는 플로피를 바라봤다. 따뜻한 여섯 개의 눈동자에 눈물이 가득 차고 있었다. 논의 눈에서도 어느새 눈물이 또로록 흘러내렸다.


“플로피~~~~”


“논, 울지 마라… 네가 울면 나도 슬프다.”


“논~~~~”


논과 플로피는 부둥켜안은 채 그렇게 한참을 울었다. 어느새 상담시간이 끝나고 플로피가 환생을 하여야 할 시간이 다가왔지만 둘은 헤어짐이 아쉬웠다. 떨어지지 못하는 둘 위로 커다란 시계가 나타나더니 똑딱똑딱 바늘을 움직이고는 숫자 12에 다가가더니 때르릉 울리기 시작했다. 논은 흐르는 눈물을 참고 플로피와 함께 일어나 상담실을 나갔다.


논의 다리에 세 머리가 딱 붙어 걷기도 힘든 자세로 둘은 한걸음 한걸음 무거운 발을 떼어 환생궁으로 가는 출입구로 다가갔다.  게이트를 통해 환생궁으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플로피 세 마리는 논의 다리에 머리를 찰싹 붙인 채로 꼼작도 하지 않았다. 환생궁에 도착하자 디아를 포함해 환생국에 있는 모든 말라크들이 배웅을 나와있었다.  다른 말라크들과 인사를 나누는 동안에도 플로피는 꼬리로 논을 감아 안은채 같이 인사를 다녔다.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눈물을 흘리던 말라크들이 울다가 웃다가 눈물 콧물을 흘리는데 그 와중에도 시작을 재촉하는 바르 덕에 둘은 늦지 않게 삼신이 기다리고 있는 환생의 방에 도착을 했다. 


“제가요?.. 제가 보낸다고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믿기지 않는 듯 재차 묻는 논의 얼굴을 보며 삼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시다시피, 플로피는 휴식 없이 바로 환생에 들어갑니다. 현재 플로피는 인간의 영혼도, 말라크도, 지옥을 지키는 사자도 아니지요.  이런 플로피의 환생은 논님이 돕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삼신의 말을 듣고 논은 환생의 나무 앞에 서 있는 플로피를 향해 한 발짝 발을 떼었다. 한 걸음 한걸음 플로피에게 다가 설 수록 나무 주위로 바람이 점점 세차게 불기 시작했다. 논은 용기를 내어 삼신이 했던 것처럼 팔을 높이 들었다.  그 순간 세차던 바람이 멈추고 아무것도 없던 것처럼 잠잠해졌다.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던 논은  한쪽 눈을 슬며시 떠서 앞을 바라보다가 어느새 자신 앞에 다가와있는 플로피 세 머리를 보고 화들짝 놀랬다.


“안 갔어?”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플로피를 보고 논은 삼신울 쳐다봤지만 뒤로 물러나 있는 삼신은 다시 해보라는 몸짓만 할 뿐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다. 

논은 다시 한번 팔을 높이 들었지만 이번에는 바람도 불지 않은 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아무래도… 삼신님이 하셔야지 않을까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거 같아요.”


삼신은 말없이 다가와 논을 꼭 안아주었다. 따뜻한 포옹에 다시 한번 용기를 낸 논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세 쌍의 눈을 보았다. 플로피와 함께 보냈던 시간들이 짧게 머릿속을 스쳐갔다. 늘 자신이 옆에서 함께 했던 플로피… 그 고마움과 그리움이 표현할 수 없는 따뜻함이 되어 논의 마음속에서 솟구치며 몸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논의 손끝에서 나온 푸른빛은 나무에게 다가가 바람을 일으켰다. 거친 바람에  플로피의 몸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그리고 플로피를 감싼 푸른빛이 사라지자 플로피가 있던 자리에  세명의 아이가 나타났다.


“플로피….”


논의 말에 세 아이가 빙긋이 웃었다.

자신도 모르게  논의 눈가에서 툭 하고 눈물이 떨어졌다. 논은 미소를 지으며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고 세 아이를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영혼님, 평온한 여행되세요. 부디 행복한 삶이 되시길 바랍니다.”


숙였던 고개를 들자 어느새 세 아이는 사라지고 푸른빛과 함께 바람도 잠잠해졌다.


“논… 님. 논님?”


플로피가 떠난 날을 생각하다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앞의 나무를 바라보던 논은 삼신의 부름에  고개를 돌렸다. 


“플로피는… 이제 진짜 행복하겠죠?”


다시 한번 묻는 논의 질문에 삼신은 환한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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