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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견유치원 kim원장 Mar 27. 2022

반려견선생님 이전에 나도 일반인 이었다.




전문적으로 훈련사과정을 밟은 사람과 달리, 나 역시 한 마리의 반려견을 기르는 일반인과 다르지 않았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 몰래 햄스터들을 침대 밑에 숨겨 기르며 동물을 좋아하는 어린 아이었던 나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남들과 조금 다른 상상하기를 좋아했다. 왜 책상은 나 같은 어린이보다 성인기준으로 만들어졌을까 하며 일상소품에 대한 불만 아닌 불만을 갖기도 했다. 나만의 디자인을 꿈꾸며 디자인 대학에 진학했던 나는 대학가 앞 원룸을 전전하며 언젠가는 나의 동반자 '개'를 기르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대학교 1학년에 재학중이던 나는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오빠를 만나러 엄마와 함께 어느 여름 날 캐나다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카메라를 들고 어디를 찍어도 엽서 한장이 되어버리는 그 나라에 반했던 나는 이곳에서 좀 더 머물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벤쿠버에 있는 미대에 진학을 하고 그 나라에서 바라본 반려동물의 문화는 한국와 많이 달랐다.





Blue Ridge Human Society: https://www.blueridgehumane.org/dog-walking/



무슨 차이 때문에 이 나라에 있는 강아지는 이렇게 평화로울까?

큰 공원을 강아지와 여유롭게 걸어다닐 수 있는 산책은 '이 나라의 그저 평화로운 분위기' 때문일까? 혹은 무슨 '한국과 다른 대기 속의 마법'이라도 있는 것 일까?


내 옆을 지나는 개도 사람도 그저 여유롭고 평화로운 산책은 내가 익히 봐왔던 한국에서의 반려동물문화와 너무나도 달랐다. 당시 나는 무엇에 차이가 있는지 당연히 알 도리가 전혀 없었다. 그저 낯선 나라에 머물고 있는 일반인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 돌아온 나는 취업에 대한 고민을 하던 중 그 당시 국내에 몇 없었던 반려동물 의류와 용품회사에 취직을 하게 되었고, 그 뒤로는 반려견 사업에 몸을 담게 되었다. 얼마 안되는 기초자금으로 반려견 의류를 직접 디자인하고 해외에 수출해보는 사업을 해보기도 했고, 우리나라 대표 시설물 업체 (대형건설사에 시설물을 디자인하고 납품하는 곳)에 취직하여 새로운 도전들의 연속이었다. 경쟁률이 꽤나 높았던 해당 업체의 대표는 나의 포트폴리오 중에 반려견 시설물에 특히 눈이 갔더랬다. 반려동물에 관심이 많았던 나에게는 대표의 관심은 더 없이 좋은 기회였다.





나의 든든한 반려견이자 스태프가 되어준 타미


대표의 든든한 지지 아래 내가 직접 기획하고 디자인한 반려견 전용 시설브랜드를 런칭하고, 그렇게 반려견 시설물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당시 반려견 시설은 마치 훈련소 전유물처럼 훈련시설에만 집중되어있던 시기였기 때문에 반려인과 반려견이 함께 즐기며 이용할 수 있는 상호작용 시설을 디자인 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었다.





내가 디자인한 시설물에서 놀고 있는 나의 반려견 레이나와 타미



반려동물을 훈련시키는 목적이 아닌, 반려견과 산책하다가 함께 쉬어갈 수 있는 반려견 전용벤치, 추억을 담을 수 있는 포토존이 됨과 동시에 반려견과 함께 터그놀이와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재미난 컨텐츠를 담은 공원시설물을 디자인 해왔다. 마침 우리나라에도 반려견을 동반하는 가정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였기 때문에 대형건설사에서도 러브콜이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도 러브콜로만 끝났던 것이 많이 아쉽지만..)


국내의 한 대형건설사에서 반려견 인구를 위한 아파트단지 계획에 우리회사도 꽤 오랜 시간동안 공을 들였다. 그리고 그 중심엔 내가 대표 기획디자이너가 되는 영광이 되어 희망차게 진행했지만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반려동물을 좋아하는 인구보다 그렇지 않은 인구가 더 많지 않은가. 그리고 그 무시할 수 없는 인구의 반대에 해당 단지의 조성은 순식간에 무산이 되었다.


그도 이상할 것이 전혀없는 것이, 강남의 한 부촌 아파트 앞에 반려견 놀이터가 개장이 되면서 우리 회사의 반려동물 시설물이 설치된 바로 다음날 주민들의 반대로 24시간도 안되어 놀이터가 철거가 되는 일도 있었기 때문에 크게 놀랍지도 않았다. 생각해보면, 이때가 나의 인생 전환점이 되었던 것 같다. 아직은 우리나라가 이 반려견문화를 일반인들 사이에 자리잡게 하기에는 인식이 많이 부족한 것일까.


나는 디자이너의 길을 걷는 것 보다 반려동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이제까지 쌓아온 커리어가 아쉬울 수 있다는 생각도 잠시, 나는 나의 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조금은 늦은 나이에 새내기 훈련사가 되어 반려동물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고민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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