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 세워둔 화물차량은 우리 것이다. 1

노숙차량

by 써니짱

“어이! 김형사! 저 밑에 있는 슈퍼에 가서 탐문을 한번 해봐라. 이자슥들 차를 가지고 가기 전에 분명히 동네를 돌아 봤을끼다.”

“예 알았습니다.”


조장의 지시를 받고 슈퍼에 가보니 아침이 되어 오는 여명에 눈을 뜬 남자 주인이 눈을 비비며 문을 열고 있었다.


“아저씨! 어제 몇 시에 문을 닫았나요?

“밤 12시가 넘어서 닫았는데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혹시 문을 닫을 때쯤 담배를 사거나 음료수를 사는 사람들 없었나요?”

“여기는 공장 옆 동네라 그 시간이면 사람들 왕래가 거의 없어요. 뭐 초저녁에 담배 사로는 오지만 문 닫을 때는 없었어요”


“그럼 물건을 안 사더라도 수상한 남자들은 못 보았나요?”

“아이고! 아저씨! 여기는 전부 공장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데 어떤 사람들을 수상한 사람이라고 하나요?”


아침에 문을 열자 말자 어제 일을 하나씩 물어보자 조금은 짜증 나는 말투로 대답을 했다.


이렇게 하는 사람에게는 더 이상 물어본들 결과가 없을 것 같았다.


관내에서 화물을 적재하여 길가에 주차시켜둔 화물차량 절도 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있어 일부는 보고를 안 하고 있지만 걱정이 태산이었다.


(파출소에서는 절도사건이 발생하면 보험이 들어 도난 사실 증명원이 필요한 것 외에는 담당 형사들에게 연락하여 형사들이 도난사건을 수사한다는 냄새만 피우고 발생 보고를 안 한다. 나중에 관서 평가에 유리하게 하려고 알려진 비밀 정도라고 생각하면 되지만 요사이는 양말 하나 도난 신고도 보고를 하고 있음)


당시에는 CCTV가 없었을뿐더러 가로등이나 방범등이 없는 컴컴한 비산염색공단이라 수사의 단서를 풀기가 어려웠다.


이렇게 있다가는 언제 서장님이나 과장님한테 불려 가 혼이 날지 모를 지경이라 딱 떨어지는 증거 하나 없이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야 하는 일이었다.


제일 쉬운 방법은 현장에 지문이나 족적이나 기타 유류 된 증거가 있으면 제일 좋은데 차를 아예 가지고 갔으니까 유류품이 있을 수가 없었다.


두 번째 선택으로 수법조회 수사를 하는 것이었다.


의사들은 환자들을 치료하고, 상인들은 물건을 팔아 살아가듯이 각자 살아가는 방법이 있지만, 절도범들도 자신들이 하는 고유한 방법이 있다.

이를 이름 하여 수법이라고 한다.


전산으로 수법조회를 한 결과 몇 명이 나왔는데 그중 이번 사건과 가장 비슷하고 우리가 예전에 검거하였던 용의자를 한 명 선택하고 추적하기로 했다.


수사를 시작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지만 우선 전과나 주민조회부터 시작하여 배회 처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중 한 명인 이기영(가명 27세)을 여러 정보원을 통하여 확인해보니 성당 시장 주변을 돌아다닌다고 하여 성당동 동네 건달부터 시작하여 막걸리를 파는 주점과 오락실, 다방 등으로 다니면서 수소문하였다.


탐문 결과 이기영이 성당시장 옆에 있는 장미 다방에 출입을 한다고 하여 달리 찾을 방법이 없어 장미 다방에서 3명이 시간을 보내던 중에 이기영을 만나게 되었다.


다방을 들어오던 이기영은 우리를 알아보고

“형님! 안녕하십니까?” 라며 깍듯이 인사를 하여

“어이! 기영이! 차 한잔 하자. 이리 와!”며 자리에 앉게 하여 마담에게 따뜻한 쌍화차를 시켜서 먹으며 안정을 취하게 한 후


“야! 기영아! 요사이 어디서 뭐하냐?”

“저는 뭐 노가다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을 않고 오늘 여기는 어쩐 일이야?”

“오야지한테 연락이 오면 집일 하는데 한번씩 나갑니다.”


“너한테 무슨 기술이 있나?”

“하하하 형님 덕분에 학교에 있으면서 미장일을 배웠잖아요.”


“잘했다. 그냥 배운다고 다 써먹을 수 있나?”

“그래서 오야지 따라다니며 배우고 있잖아요.”


“그래? 집은 어디고?”

“집은 요 뒤 파도고개에 방을 얻어놓고 있습니다.”


“혼자 있나?”

“혼자 있습니다.”


“너 이야기 들어보니 요사이 한 번씩 모르는 사람들하고 몰려다닌다고 하던데 그 사람들은 누구냐?”

“아니 누가 그래요?”


“니 아는 사람들은 다 그렇게 이야기하더라.. 옷도 그럴듯하고.. 어디 한 건 했나?

“무슨 말씀 하십니까?”


여러 가지를 물으며 눈치를 보니 그저 자리를 빠져나갈 궁리만 하는 것 같았다.


차를 한잔 먹고 나서 “우리 같이 사무실로 좀 가자”라고 하니 안색이 안 좋아 ‘이거 뭐가 있어도 있겠구나’싶어 무조건 데려가야 될 것 같았다.


같이 가자고 하니 슬슬 꽁무니를 빼는 게 수상하여 덩치가 (?) 좋은 배 형사랑 끌다시피 하여 사무실로 데려와 여러 가지 물으며 유도신문을 하고 겁을 주고 하니 얼떨결에 몇 마디 하는 게 노숙 화물 적재 차량 절도에 관련이 있을 것 같았다.

(지금은 인권을 논하며 불법이라고 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범죄 혐의점이 있으면 형사들이 일시적으로 연행 조사가 가능했다)


이기영은 본시 심성이 착하고 순했다.


이기영의 상태로 보아 분명히 작업을 하고 다니는 것을 확신한 우리는 계속하여 윽박지르며 추궁을 했다.


아무리 순진하다고 하지만 한 두 번 겪은 일도 아니고 하니 물증이 없는 것을 알고 계속 부인을 했다.


이래 가지고는 안 되겠다 싶어 이기영이 살고 있는 집에 가자고 했다.


집에는 왜 가느냐며 거부하는 것을 조금의 힘을 써가며 닦달을 해서 두류동 파도고개 이기영의 사글셋 방을 찾아갔다.


이기영이 살고 있는 사글세 방은 조그마한 부엌이 달린 방이었는데 방안에 가재도구라고는 비닐로 된 간이 옷장과 옆에 이불이 있었고, 제법 좋아 보이는 TV가 있었다.


간이 옷장 안에는 새로 산 것 같은 고급 운동복과 외출복이 있었다.


부엌에는 찬장에 식기와 냄비, 반찬 여러 가지와 조그마한 냉장고가 있었는데 별로 챙길만한 것이 없었지만 TV가 눈에 거슬렸다.


“기영아! 가시나는 없나?”

“맨날 학교를 왔다. 갔다 하는데 가시나가 어디 있습니까?”


“하하하 알았다 그만 가자”하고 사무실에 돌아와 이기영에게 다시 추궁을 시작했다.


“야! 너 방안에 있는 TV 언제 샀어?”

“며칠 되었는데요.”


“무슨 돈으로 샀어?”

“오야지 따라다니며 노가다 해서 모은 돈으로 샀어요.”


“야! 지랄 같은 소리 하지 말고 똑바로 말해”

“진짜라요.”


“너 오야지 연락처가 어디냐? 우리가 확인해 볼게, 또 노가다 하며 얼마 받았나?”

“진짠데.. 오야지 연락처는 모릅니다.”


‘ 퍽’ 가져있던 책으로 머리를 냅다 한방 때렸다.

"어이쿠 .."


“이 자슥이 누굴 올리나? 옷장에 있는 추리닝은 또 무슨 돈으로 샀고?”

“....”


“우리가 말하라고 할 때 순순히 하는 게 좋을낀데..”

“아이참!..”한참 만에 입을 띤 이기영은 하나씩 진술하기 시작했다.


#노숙차량 #수법 #발생 #형사 #정보원 #전과자

keyword
이전 08화환상의 형사 파트너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