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주의 끝은 어디인가? 2

범인은 항상 도주를 꿈꾼다.

by 써니짱

“누구랑 했나?”

“서교준(가명)과 정만환(가명)입니다”


“갸들은 어떤 사이이고 지금 어디 있나?”

“뭐 학교에 갔다가 알고 지내는 사이이고 집은 어딘지 모릅니다. 장미 다방에서 주로 만나고 연락을 합니다.”

* 학교는 교도소를 말함


“어떤 걸 작업했나?”

“화물차를 몇 대 했습니다.”


이들은 운전기사들이 장거리 운행할 물건을 화물트럭에 실어 집 근처나, 화주들 공장 옆에 주차를 시켜놓고 잠을 잔 뒤 아침 일찍 출발하는 노숙차량을 노린 것이었다.


저녁때가 되면 그 대상을 물색해 놓고 만능키로 문을 따고 직선 연결로 시동을 걸어서 운행하여 공터나 처 분지에 내려놓고 차량은 아주 한적한 곳에 버리는 수법이었다.


우선 자술서를 쓰라고 해서 그것을 기본으로 어떻게 잡을지? 또 장물은 어떻게 처분을 하였는지 협조를 하라고 했다. 대신에 담배를 마음껏 피우도록 하고 먹을것을 넉넉하게 주며 달래며 수사를 계속하였다.


공범들의 정확한 인적사항을 모르고 있어 사진을 확보할 수가 없었고 이기영을 이용해야만 검거할 수 있는 형편이어서 이기영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했다.


검거하러 나가기 전에 작전을 짜고 역할 분담을 하였다.


나와 배 형사는 사무실에서 진술서를 토대로 구속 서류를 만들고 반장이 이기영과 형사 2명을 데리고 공범을 잡고자 나갔다.


공범들이 자주 다니던 성당동으로 가서 황 형사와 김 형사는 장미 다방 밑에 진을 치고 있었고, 4차선 길 건너 양복점에 반장이 주인에게 양해를 얻고 수갑을 채운 이기영을 데리고 들어갔다.


양복점에서 이기영이 다방으로 전화를 하여 서교준이나 정만환이 받으면 밑에 있던 형사 2명에게 올라가서 검거를 하기로 했다.


양복점에서 이기영이 다방으로 전화를 하고 그곳 종업원이 “서교준 씨 전화받으세요”라며 소리를 쳐 다방에 서교준이 전화를 받았다.


이기영이 전화를 하고 있는 사이 반장이 양복점 밖으로 나가서 길 건너 2층 다방 밑에 있던 형사들에게 공범들이 있으니 올라가라고 소리를 치며 손짓을 했다.


지나가는 차량이 많아 소리를 듣지 못하니 반장이 더 가까이 가서 소리를 지르자 그때서야 알아듣고 2층 다방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 반장은 양복점으로 돌아왔으나 수갑을 차고 있던 이기영은 양복점 뒷문을 통하여 도주를 했다.


2층으로 올라가던 형사들은 중간에서 서교준과 부딪쳤으나 서로 얼굴을 모른 상태라 지나치고 말았던 것이다.


서교준이 다방에서 내려오게 된 것은 이기영이 전화로 서교준을 찾아 통화를 하다가 반장이 형사들에게 연락하러 양복점을 나가게 되자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도망쳐”라고 하여 서교준이 바로 다방을 내려오게 되어 꿩 먹고 알 먹으려고 했던 것이 그만 둘 다 놓쳐 버리게 된 것이다.


참으로 난감하기 이를 때가 없는 것이었다.


반장과 형사들이 둘 다 놓치고 사무실로 들어왔는데 이제 더 큰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출입기자들에게 노숙 화물차량 전문 절도단을 검거하였는데 내일 보도 자료를 주겠노라고 큰소리를 치며 크게 잘 내어 달라고 부탁을 해놓은 상태에서 도리어 범인을 놓치고 말았으니..


이제 어디서 이기영을 잡을 것이며, 또 검거하러 다닌다는 소식을 알게 된 서교준은 어디서 잡을 것인지 아득했다.


기자들이 알게 되면 절도 용의자 도주하였다면서 무조건 기사가 나가게 될 것이고 징계를 먹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그러던 차에 이기영에게서 사무실로 전화가 왔다.

선배 형사가 전화를 받았는데 “도망을 하게 되어 미안하다”라고 하며 구구절절이 이야기 도중에 그만 끊어지고 말았다.


동전을 넣는 공중전화였던 것이었다.


또다시 사무실은 침묵에 싸였고, 제발 다시 전화 오기만을 기다리는 중에 다시 전화가 온 것이었다.


이번에는 동전 내려가는 소리가 아니었다. 카드 공중전화인 것이었다.


그래서 나랑 배 형사는 발신지를 알기 위해서 경찰서에서 약 200여 미터 떨어진 서대구 전신전화국으로 달려가 출입 금지된 기계실로 들어갔더니 근무자가 무슨 일 이냐고 하여 자초지종을 얘기했더니 안기부 허가를 받아오라며 안 된다고 하는 것이었다.


전화 도청은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며 법에 걸린다며 버티었다.


지금 급한데 언제 안기부 허락을 받느냐고 하며 전화국 직원에게 도청은 아니고 그냥 발신지만 알면 된다고 있는 소리, 없는 소리를 하며 겨우 발신지를 알았는데 그곳은 서구의 반대인 동구 새마을 오거리에 있는 정법사 절 앞 공중전화였던 것이었다.


즉시 사무실로 돌아와 선배에게는 이기영을 설득하는 전화를 계속하라고 한 후 상황실에서 리볼버 권총 2자루를 대여받은 후 승용차 2대에 형사 6명이 나누어 타고 정법사 쪽으로 내달렸다.


퇴근시간이라 차량이 많아 빨리 갈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야말로 영화의 한 장면같이 신호에 차량이 밀리면 반대차선이나 인도로 운행을 했다.


황 형사 조는 정법사 가까이 가서 역주행으로 가고 우리 조는 공사 중인 다리를 유턴하여 공중전화에 가니 이기영이 아직도 전화통을 잡고 있어서 권총을 겨누웠는데 우리는 속이 타고 있었는데 그놈은 씩 웃고 있었다.


“야! 이기영! 이 새끼!”

“아하~ 형님”


“이제 전화기 놓고 그만 가자”

“알았습니다.”


천만다행으로 검거를 하였다. 영화의 한 장면이었다.


사무실로 와서는 그동안 숨죽이고 애가탓던 것들을 한순같에 쏟아 부었다.


"야! 이새끼야! #$%^&"


정말 아찔한 하루였던 것이었다.


그리고 다시 공작을 하여 이기영이 도주한 것으로 알고 있는 서교준을 유인하여 침산동에서 검거하고 나머지 1명도 검거하였다.


이들은 각자 절도죄로 구속되어 대구 교도소에서 만난 감방 동기들이었다.


◆ 한탕해보자 ◆


같이 수형생활을 하면서 있는 이야기, 없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나이도 비슷하고 범행 동기나 수법이 비슷하여 나가면 크게 한탕을 하고 손을 씻자고 유비가 관우, 장비와 도원결의를 하듯이 이들도 결의를 했다.


비슷한 시기에 출소한 이들은 성당시장에 있는 장미 다방을 근거지로 모이기를 지속하다가 지역에 밝은 이기영이 비산동과 중리동 공장지대를 다니며 물색을 하고 정비공장에 일을 하였던 정만환이 화물차를 움직이고 장물은 서교준이 처분하기로 각자 역할 분담을 했다.


일을 시작한다고 했지만 나갈 때마다 성사될 수는 없었던 것이었다.


중리동에 있는 이현공단보다는 비산동 염색공단 쪽에 고가의 물건이 실려있는 화물차가 많다는 것을 알고 염색 공단을 돌아다니다가 화물칸에 물건이 있는 것을 보고 확인 후 장미 다방으로 와서 일행들에게 알려 준비를 하고 밤이 되기를 기다리다가 범행을 하였던 것이었다.


염색공단이나 이현 공단은 야간이 되면 가로등이 많이 없었고 지나는 차나 행인이 없어 그야말로 적막강산이었다.


범행대상을 물색하거나 범행을 하기는 안성맞춤인 환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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