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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짱 Mar 08. 2023

형사는 보복이 두렵지 않나요? 2

형사가 직업?

◆ 혹시 형사님 아니세요? ◆


오랜만에 고향 고교 동창친구들과 모임을 하면서 얼큰하게 술을 한잔 먹고 택시 뒷문을 닫으며 취한 몸뚱이를  뒷좌석에 던졌다.


“아이고~ 수고하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손님! 어디로 모실까요?”

“기사 아저씨! 평리동 상업은행 네거리로 갑시다.”


“손님! 오늘 기분 좋게 한 잔 하셨는가 봐요?”

택시기사가 실내 후사경을 쳐다보며 건넨 말에 

“예 오랜만에 친구들이랑 한잔했습니다.”라며 답을 했다.


조금 취한 상태지만 속으로‘아따 기사 양반 인사성 밝네’라며 자세를 고쳐 앉아 앞을 보고 있으니


“손님! 혹시 형사님 아니세요?”

“예?”


“지금은 어디에 계시는지 모르겠지만 전에 서부경찰서에 근무하던 형사님 아니십니까?”

“맞는데요. 나를 알아요?”


“허허 참! 저를 모르겠습니까?”

“기사 아저씨는 저를 볼 수 있지만 저는 아저씨가 누군지 모르겠는데요?”혀 꾸부러진 소리로 답을 했다.


“아이고! 형사 아저씨! 형사님 덕분에 집을 날리고 택시 운전 하는 것 아닙니까?”

“예? 저 때문에요? 왜요?”


기분 좋게 먹은 술이 ‘확’ 깨는 것 같았다.


“형사님이 도둑놈들 물건 운반해 줬다고 저를 뭐 장물운반인가 뭐라며 구속시키는 바람에 집구석 다 날아갔습니다.”

“나는 기억이 없는데.. 뭐 때문일까?”


택시기사는 분명 나를 알아보고 하는 이야기인데 나는 사건을 많이 해서 어떤 사건을 말하는지 헷갈려 얼핏 알 것도 같았지만 기사 뒤통수 밖에 안 보여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니 나한테 사건이 되었던 사람이 맞다고 직감했다. 하지만, 


“저는 기억이 안 나는데 뭐 때문에 그렇게 되었는지 말해보세요?”

“슬픈 기억인데 뭐 할라꼬 말합니까?”


“아니 그럼 말을 꺼내지 말던지.. 괜히 말을 꺼내 놓고는.. 뭔교?”


택시기사는 나를 보고 나서 옛날 일이 기억나서 속이 상했는지 처음 승차할 때의 다정한 말투는 어디 가고 말없이 운전만 계속했다. 


“사람 궁금하게 하지 말고 말 한번 해 보소”

뒷좌석에 붙어 있던 엉덩이를 앞으로 끌어 당겨 조수석 의자를 두 팔로 감싸며 앉았더니 실내 후사경으로 자꾸 슬금슬금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갔더니 말을 하기 시작했다.


“정말 기억 안 납니까?”

“기억이 안 나니 안 난다고 하지요.”


“돈 조금 더 벌어보겠다고 밤에 화물차로 물건 몇 번 옮겨 주고 된통 뒤집어썼는데..”

“뭐를 옮겼는데요?”


“비산 염색공단과 성서공단 공장에서 가공된 원단을 서문시장에 옮겨 준걸 가지고 장물운반을 한 공범이라며 나를 닦달했잖아요.”

“아 ~ 그 원단사건! 아니 형사가 도둑놈 잡고, 도둑놈 물건 옮긴 사람 처벌하는 게 뭐가 잘못되었나요?”

술 먹은 게 확 깨는것 같아 바짝 긴장을 하면서 대답을 했다.


‘이 새끼! 그때 일을 가지고 나한테 찍자 붙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번쩍 들었다.’ 


“나는 평소에 그 도둑놈들을 몰랐고, 사무실에서 낮보다 운임을 더 주는 배달이 있다고 하여 원단을 몇 번 옮겨 준 것뿐인데 같이 공범이라며 취조를 해서 원단 옮긴 것은 맞다 하니 구속시켰잖아요.”목소리가 높아졌다.


“내가 뭐 없는 죄를 뒤집어 씌운 것은 아니잖아요. 이 아저씨가 지금 뭐 하고 있어? 응” 수사를 했던것은 맞지만 미안해서 괜스레 소리를 쳤다.

“그건 맞는데요...”


그리고 말이 없었다.

생각을 해보니 3년 전 여죄가 많았던 원단 전문 절도단을 검거하여 장물 운반책으로 구속시켰던 인물 최영복(가명) 같았다,


큰 사건을 하게 되면 당시 범인들의 이름을 지금도 기억하는데 모를 리가 없지만 모른 체 했고, 당시 술을 먹은 상태라 술기운을 빌려 대답을 하고 있었다.


“그래 학교 갔다가 언제 나왔나요?”

(학교라는 것은 교도소를 말함)

“갔다가 나온 지는 한 3년 되었습니다.”


“그럼 형을 많이 살지는 않았네요?”

“피해자들이 도둑놈들은 원단 값을 받아 전부 탕진하고 없고, 원단을 샀던 장물애비인 서문시장 상인은 도망을 쳤으니까 나한테 민사소송을 한다며 보상하라고 해서 변호사에게 물어보니 어차피 변제해 줘야 할 바에는 미리 능력껏 조금 주고 합의 보는 게 좋지 않겠냐는 소리를 해서 대명동 집을 팔아서 변제하면서 재판을 연기하여 합의를 하고 5개월 뒤 집행유예로 나왔습니다.”


“손해가 많이 났었네요.”

“교도소 안에서 당신 원망을 많이 했고, 나가면 당신을 한번 손 보려고 생각도 했었어요.”


“뭐라고요? 나를 어떻게 하려고 했었다고요?”

“사실 먹고살려고 화물차를 하면서 운임을 많이 주니까 나갔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야간 운전을 몇 번 했는데,  재수 없게 걸려서 고생하고 집도 날리고.. 그리고 당신이 그때 나한테 여죄를 불라며 많이 닦달했잖아요.”


“아이고~~~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당신도 직업에 충실하듯이 우리 형사들도 피해자의 입장이고 보니 그렇게 했지 당신하고 어떤 감정을 가진 것은 아니었잖아요.”라며 본의 아니게 사과를 했다.


내심 속으로는 뜨끔 하기도 했고 ‘이놈이 자기 재산 날려 먹었다고 가다가 차 사고라도 내면 어떡하나?’하고 내심 불안했다.


자신의 잘못했던 사실에 대하여는 잊어먹고 재수 없게 걸려서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며 무지막지하게 대들면 어떻게 할 수가 없어 난감했다.


때로는 형사 선배들이 거쳐간 전과자들한테 당한 경험담을 말하기도 하지만 될 수 있으면 그러한 사실은 전부 혼자만 알고 다른 형사에게 창피하다고 이야기를 안 하는 편이다.


법을 위반하여 검거를 하였지만, 교도소로 보낼 때까지는 10여 일이 있으므로 그사이 가족이나 지인들이 오면 특별면회도 시켜주며 다독거리고 좋은 말을 하면서 잘못을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좀 더 애정을 느낄 때는 교도소로 면회를 가고 차임물품도 넣지만, 보복이 두려워서 하는 행동은 절대 아니고 양질의 정보를 얻기 위한 작업이기도 했다.


그렇게 대화를 하는 와중에 목적지에 도착을 하게 되었고 택시비가 얼마 나오지 않았지만 만 원권 지폐를 한 장 주며 나머지는 그만두라고 하면서 운전기사의 씁쓸함을 조금이나마 달래주었다.


택시기사는 장물을 운반해 달라고 한 도둑놈들을 원망할까? 

아니면 자신을 잡아 구속시켰던 나를 원망할까? 궁금했다. 

그 뒤로 세월이 흘렀지만 다시는 볼 수가 없었다.


열심히 살다가 보니 일어났던 일인데 어디에 있던지 열심히 살고 있을 것으로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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