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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짱 Aug 23. 2023

사채시장과 조칙폭력배 - 2 -

◆ 잠시 검문 좀 하겠습니다!◆

경찰 신분증을 보여주면서    

 

“호텔 커피숍에 폭력배로 보이는 사람들이 모여있어 불안하다는 주민의 제보가 있어 왔습니다. 잠시 신분증을 보여 주실래요?”     


선배의 신고로 출동을 했지만, 익명의 주민신고라는 하얀 거짓말을 하며 조폭들 자리를 형사 4명이 긴장하여 감쌌다.     


상대방이 폭력배라고 하지만 어디 폭력배 한, 둘 구속시킨 것도 아니고 조직을 몇 개 만들어 와해시킨 우린데 차라리 대항하여 힘자랑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영화배우 마동석같이 큰 체격은 아니어도 얼추 비슷해서 격투기 선수가 아니라면 누구랑 붙어도 자신이 있었고 옆에 동료들이 버티고 있어서 당당하게 대처를 했다.   

  

"우리가 뭐 잘못한 게 있나요?"

"경찰이 주민 신고받고 와서 검문 좀 하자는데 왜?..."


"아니 갑자기 와서 이게 뭡니까?"

검문하자니까 기분이  안 좋다는 폭력배들 특유의 몸짓을 하기에 눈을 치껴떳다.

"뭐 경찰이 검문하는데 잘못된 것 있어요?"


"그런 게 아니고.. 여기 있어요"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지만,  말투 위세에 눌렸는지 일행들은 아무런 저항 없이 각자 지갑에서 면허증과 주민등록증등 각자의 신분증을 꺼내어 주었다.     


형사는 '첫째 눈빛, 둘째 말투, 셋째 힘'으로 범죄자들을 제압해야(어디에도 이런 교본은 없음) 하는데 두 번째까지 적용했으니 조금만 더 나가면 세 번째 힘으로 형사 맛을 보여줄 차례였다. 


“배 형사! 우선 인적사항 적어봐”

“예! 형님!”     


형사 파트너지만 조장보고 그저 형님이라고 불러서 누가 보면 어느 쪽이 조폭인지 모를 정도였다.  


하지만, 허가 난 조폭(?)이 무허가 조폭을 이기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겠나?

   

배 형사에게 기재하라고 한 후, 신분증을 보며 인적사항을 읽어 내려가는데 주소가 전부 대전으로 나왔다.   

  

몇 해 전에 대구 조폭과 저녁을 먹을 때, 대전에서 왔다며 소개받았던 대전 00파 윤 창환(가명)을 아는지 슬며시 물어봤다.  

    

“당신들 대전에서 왔으면 00 파 윤창환을 알아?”

평상시에도 조폭이며 나이가 어려 보이면 초면이라도 말을 쉽게 한다.

“아니! 대구 형사가 어떻게 우리 큰 형님을 압니까”     


“하하하 당신들이 창환이 하고 같은 식구야? 대전 가면 창환이 한테 물어 보슈”라면서 내 명함을 건넸더니 한 번 더 고개를 숙이며 굽신거렸다.     


속으로 ‘이놈들 처리는 기선을 제압했으니 완벽하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구 꺼는 대구 아들이 처리하도록 하지 뭐 하려고 대전에서 대구까지 내려왔지?”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독백을 했다.     


“여기 누구의 지시를 받고 오셨나요?”

“형님들 지시가 아니고 민 사장님이 같이 가자고 해서 따라왔을 뿐입니다.”     


핑계랍시고 슬슬 꼬리를 빼는 모양새였다.    


나는 조폭을 평상시에도 철새라고 부른다.


왜냐하면 옛날 김두환 같은 의리와 명분에 죽고 사는 건달이 아니고 돈 있는 자들이 모이(돈)을 주면 주는 대로 움직이는 게 요즈음 세상의 조폭이기 때문에 철새라고 부른다.

  

항상 뱀 대가리를 잡으면 뱀이 힘을 못 쓰듯이 조폭들이 움직 일 때는 대가리인 두목급부터 기선을 잡고 들어가야 된다.


눈치를 보니 조금 거만하게 앉아 있던 놈이 선배와 폭력배들이 말한 민 사장 같았다.


“민 사장은 누구요?”

“접니다”     


자리를 고쳐 앉으며 대답했다.


“돈 받을 게 있으면 조용히 해결하면 되지 요란스럽게 아이들(폭력배)을 데리고 다닙니까? 응 , 한번 해볼래요?”

“아니 그게 아니고.. 오 사장이 약속을 너무 안 지켜서..”  

   

“그래서 아이들 데리고 와서 해결이 잘되었나요?”

“오 사장이 한 번만 더 시간을 달라고 하여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당신 이자를 너무 많이 받는 게 아닌가요? 은행이자가 요사이 얼만데 얼마를 받는 거요?”

“아이고 참! 은행 대출이 안 되니 우리 같은 곳에 높은 이자를 주면서 사용하지요. 뭐 은행보다 많이 비싸지만 공장이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서로가 좋은 것 아닙니까?”   

  

“그건 그렇지만.. 하여튼 둘이 잘 이야기되었다니까 우리는 갑니다. 나중에 약속을 어기더라도 옆에 아이들 데리고 돈 받으러 다니면 안 됩니다. 알았지요? 엄연히 법이 있는데 어디 아이들을 데리고 다닙니까?”

“알았습니다”     


그렇게  보낸 후 선배가 나중이라도 진술을 잘해주면 멋진 조폭들 인지 사건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내 욕심만 차릴 수는 없었다,


우리는 경찰서로 돌아와 반장에게 설익은 과일이라며 보고를 하고 종결을 지었다.    

 

◆ 사채를 왜 빌려요 ◆     


다음날 선배 오 사장에게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김 형사! 나랑 저녁에 술 한잔해. 어디로 갈까?”

“밤에 야간 잠복근무가 있어 술은 안 되고 밥이나 한 그릇 합시다. 우리 사무실 근처로 오시지요?" 

“어디든지 말만 해 내가 찾아갈게”


“서대구 우체국 옆에 한식당이 있는데 그리 오시지요?”

“알았어”     


저녁 석회를 마치고 배 형사랑 식당으로 시간 맞춰 갔더니 선배가 먼저와 있었다.  

   

“이제 딴 일 없지요?”

“없지, 있을 일이 뭐 있나? 저녁이나 먹자고.. 그때는 진짜 고마웠어 내가 안 잊을게..”   


진짜로 고마워하는 눈치였다. 


선배가 아니라 어떤 민원인이라도 조폭들의 행동에 피해를 입는다면 항시 움직일 수 있었다.  


3 명이서 술은 없었지만, 저녁을 맛나게 먹고 옆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니 선배님은 어쩌다가 조폭들이 끼어 있는 곳에 사채를 썼나요?”

“아니 이 사람아! 자네는 공장을 안 해봐서 모르는데 물건을 만들어 달라는 곳에서는 선금을 주는 것이 아니고 물건이 납품되고 나서 대금 결제를 해주는데 우리는 빠렛(원자재)을 현금으로 사 와야 되니 돈이 거저 눈에 보이는데 안 하겠나? 사채라도 빌려서 자재를 구입했고 물건을 만들어 납품했는데 받은 업체가 펑크를 내니까 할 수 없이 부도가 나는 거지..”     


“아무리 돈이 되는 납품이라도 결제가 확실한 곳에 해야지요”

“그 사람도 그 사람 나름대로 돈 나올 구멍이 있으니 납품받는 게 아니겠어? 제조업이라는 것이 그런 거야”     

“그런데 어떻게 하여 대전까지 가서 돈을 빌렸나요?”

“자재대금을 빨리 구해야 되는데 전에 거래하던 최 사장한테 부탁을 했더니 자신은 수중에 돈이 없다며 대전 사람을 연결시켜 주는 바람에 그렇게 되었지”    

 

“이자는 얼마씩 주나요?”

“은행은 보통 5 ~ 6 % 사용이 되는데 우리 같은 자본금이 적은 기업은 은행에서 담보물이 없으면 돈을 안 빌려줘서 사채시장으로 갈 수밖에 없어.. 보통 1억 원을 빌리면 월 500만 원 이상은 이자로 나간다고 봐야지”     

“이자를 그렇게 많이 주면 현행법에 저촉되는데요”

“그래도 급한 사람은 돈을 못 구해서 난리지..”    

 

“대전 꺼는 잘 해결되나요?”

“어차피 은행에는 부도가 났지만 사채는 납품대금을 받으면 해결될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그럼 공장은 못 돌리나요?”

 “냉동업을 하는 동생이 도와주려고 했기 때문에 우리 공장이 은행 경매로 나오면 몇 달 뒤에 다시 인수하면 되고 나는 신용 불량자가 되어 공장 운영이 안 되지만 남아 있는 자재나 완성된 물품으로 마누라 앞으로 운영하면 되니까..”  

   

어찌 되었든 잘 되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헤어졌다.     


공장 재건을 위하여 바쁜지 연락이 전혀 없었지만,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세월이 몇 년 흘러 고향에서 고등학교 총동창회를 해서 친구들이랑 같이 갔다.   

  

동창회를 가니 각 기수별로 텐트가 세워 저 있었고 오래간만에 친구들을 반갑게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동창회 회장단과 시장등 선출직 의원들이 뭉쳐서 인사를 하러 다니는데 보니 공장 하던 오 선배도 있었다.    

 

‘저 선배는 공장 부도났는데 이제 살만한 모양이지.. 회장단 하고 같이 다니는 것을 보니..’라고 생각을 했다.     

우리 기수 텐트에 오더니 나를 보고 달려와

“어! 김 형사! 잘 지내지? 여기서 보내 아! 내가 말이야 연락을 한번 한다는 게 바빠서.. 미안해..”

“어이구! 왜 이러십니까? 이제 괜찮습니까?”     


내가 무엇을 바라고 국가 공권력을 행사한 것은 아니지만  나도 인간이라 조금은 심통이 났다.   

  

자기가 급할 때는 살려 달라고 죽는시늉을 하다가 살만하니 잊어먹고 모른 체 연락이 없더니 얼굴을 보니 생각이 났던 모양이었다.     


“아! 나는 자네가 도와준 덕분에 다시 일어났어. 그때는 진짜 고마웠어.. 우리 대구 가거든 한번 만나자”

“다시 일어섰다니 다행입니다. 제 전화번호는 똑같으니까 연락 주세요”     


그렇게 헤어진 뒤 며칠 뒤 연락이 왔었다.


“어이! 김 형사! 우리 밥 한 끼 먹자. 언제 시간 나겠나?”

“요사이는 조용하니 선배님이 원하는 시간에 갈 수 있습니다.”     


“알았어 내가 자네 공장(경찰)에 있다가 나온 동기 유 00랑 연락이 되는 대로 전화할 게..”

“알겠습니다.”     


말씨를 느릿하게 하며 어깨 힘이 들어간 것을 보니 돈을 좀 번 냄새가 났다.     


혼자 나오기가 멋쩍었는지 퇴직한 선배랑 동기며 친구인 유 00 선배랑 같이 식당으로 나왔다. 

    

얼마 전 공장을 전에 있던 00 근교에서 00 산업단지로 옮겨 확장했고 연 매출이 많이 늘어 세금을 몇억을 냈다며 또, 똥 폼을 잡았다.     


‘돈을 벌면 자기가 벌었고, 어려울 때 도와줬으면 연락이라도 자주 해야지’라며 속으로 경멸의 눈초리를 보냈다.   

  

나의 냉소적인 대응에 눈치(?)를 차렸는지 요사이는 사업을 아들에게 맡기고 나이가 들어 할 일이 없는지 가끔은 연락이 와서 차를 한 잔씩하며 세상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경제가 어려울 때 활개치는 사채업자들 뒤에는 모이를 먹으며 따라 다니는 양아치 폭력배들이 있지만, 폭력배 다루기가 잡 도둑들 보다는 훨씬 수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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