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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짱 Aug 29. 2023

단추 하나(살인) - 2 -

수사지휘부

  과학수사팀이 현장에서 단서가 될 만한 것들을 사진으로 찍고, 여러 기기를 동원하고 루미놀 시약으로 혈액을 찾기 시작했다.


루미놀(luminol, C8H7N3O2)은 범죄 수사에서 혈흔 검사에 사용됩니다. 혈흔의 색은 신선한 때에는 붉은색을 띠고 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갈색으로 변합니다. 그러므로 범행 현장에서 혈흔 같은 것이 발견되었다고 해도, 맨눈으로는 그것이 혈흔인지 아닌지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때 사용되는 것이 바로 '루미놀 반응'입니다.     


수돗가 벽에는 혈흔을 지운 자국도 있고 해서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심하게 싸운 흔적이 있었다.    

 

변사자는 부검을 위하여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부설 법의학과 부검실로 옮기고 동부경찰서 형사들이 동행했다.     


보통 부검 시간은 2~3시간 이상 걸리는데 상처가 있으면 사용한 흉기의 크기와 모양, 부패, 훼손 정도 등 파악을 위하여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며  사인(死因)을 밝혀 낸다.     


부검에 대한 결과는 부검 현장에서 간단하게 설명하고 나서 일주일 정도 뒤에 부검의의 소견서가 도착하지만, 빠른 수사를 위하여 구두 소견을 참고로 수사가 전개된다.    

 

수사가 개시되면 변사자의 모든 사항에 대하여 확인하게 되는데 가족관계는 말할 것도 없지만 어릴 때부터 성질 소행, 채권, 채무, 보험, 금융 등 전반에 걸쳐 동원된 형사들에게 역할 분담 시켜 지시하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저녁 수사회의 때 각자 수사한 내용을 보고하면서 전체 형사가 공유한다. 

    

보고가 끝나면 형사 개개인의 생각과 수사 방향을 의논하고, 지휘부에서 치정, 원한, 돈 문제 등 여러 부분을 종합 판단하여 결정하고 그 방향으로 집중 수사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사를 지휘하는 지휘부의 판단이 엄청 중요하고 사건 해결의 키 포인트가 된다.   

  

◆ 수사 지휘부 ◆     


그동안 미제로 남았던 사건, 사고들은 수사하는 형사들의 잘못이 아니라 수사 방향을 잘못 읽은 지휘부에 있다.    

 

첫 번째 예를 들자면,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영구 미제사건이었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1986년 ~ 1991년에 걸쳐서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반경 2km 이내에서 저지른 성폭행 결합 연쇄살인 사건. 수십 년 동안 범인이 밝혀지지 않은 미제사건이라서 흔히 화성 연쇄살인 사건으로 알려졌으나 2019년 범인이 밝혀지고 12월 17일 경찰의 범인 신상 공개와 함께 공식 사건 명칭도 진범의 이름을 붙인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으로 변경되었다.     


처음 용의자를 특정할 때 혈액형이 B형이었는데 사건 해결이 안 되어 사건을 재검토할 때 다시 한번 확인해 봤어야 함에도 혈액형은 변하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끝까지 B형으로 수사를 하다가 정작 O형이었던 이춘재를 몇 번 석방해 주었기 때문에 미제로 남았던 것이었다. 이런 점이 수사지휘부에서 할 일이었다.  

    

그 당시 형사로서 처음 시작하는 단계였지만 사회의 이목이 집중된 큰 사건을 해결하고 싶은 욕망에 화성사건에 뛰어가고 싶어 조장에게 “우리가 한번 올라가서 해결하면 어떨까요?” 했다가 “수사를 빈손으로 하냐?”라며 된통 혼난 적이 있었다. 

    

(당시는 모든 상황이 열악하여 자기 돈으로 수사하는 게 비일비재했고 수사에 대단한 열정으로 출중한 재주가 있던 조장도 관외 수사에는 손사래를 쳤다.)     


두 번째, 와룡산 기슭 조그마한 곳에 웅크리고 있다가 죽음이 발견된 ‘개구리 소년’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린아이들이 가면 어디를 갔을 것이라고 주변 수색을 정확히 하지 않고 납치되어 앵벌이를 할 것이라며 전국을 소란스럽게 한 것이라고 하겠다.   

   

특히 경상도 말씨를 사용하는 아이들은 대구 경북이 아니면 부산, 경남 쪽으로 갔을 것이라고 판단을 하여 많은 형사들에게 부산, 경남으로 출장 수사를 시켰지만, 헛 수고했고 많은 인력, 장비가 소모된 기억이 있다.  

   

현장을 뛰는 형사들은 지휘부의 지휘에 따라 각자 맡은 부분을 할 뿐이다.     


예를 들어, 장님이 코끼리를 만진 뒤 본인이 만진 일부분만 코끼리가 어떻다는 것을 말하지만, 모든 사항을 종합한 지휘부는 각자가 말하는 형태를 퍼즐 맞추듯이 맞춰서 온전한 코끼리를 논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형사들이 직접 정보를 듣고 범인을 검거하는 조직폭력, 마약 같은 인지 사건은 형사 개개인의 정보원 관리와 노력, 능력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발생 사건 수사에 있어서는 수사본부 지휘관이 여러 가지 상황을 판단해서 수사 방향 잡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현장 수사를 많이 안 해본 지휘부가 들어서면 현실과 동떨어진 지식으로 지휘하려고 하니 문제 있는 것이다.     

그래서 베테랑 형사들은 경력이 짧은 지휘부를 좋아하지 않는다.    

 

예전 모 방송국 ‘수사반장’ 방영 때 자료를 제공하신 경찰청 강력계장 출신 최중락 총경과, 대구 경찰청의 대부인 형사과장 김영규 총경을 꼽을 수 있다.   

  

이분들은 재직하시면서 피비린내 나는 사건, 사고 현장을 직접 주, 야로 뛰어다니며 형사만 30년 넘게 하신 분들이고 지역 치안의 책임자이며 경찰의 꽃이라고 하는 경찰서장 자리를 마다하고 수사에 종사하였던 분들의 열정과 능력은 지금도 칭송을 받고 있고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수사지휘부에 대하여 나열하였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부검의(剖檢醫) 소견은 신체 외부에 여러곳 출혈이 있었지만 사인이라 할 수 없고 장기 파열로 인한 내부 실혈(失血)에 의한 사망이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변사자와 범인간에 다툼이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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