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정적 증거 수집 ◆
며칠에 걸쳐 수사하였지만, 답보상태였다.
경찰청 지휘부에서 빨리 해결을 하지 못한다고 닦달이 시작되었다.
매일 아침 회의 전 청장이 출근하면 청장실 입구에 기다리던 경찰청 강력계장이 참모들 중, 제일 먼저 전날 대구 경찰청 관내에서 발생한 각종 사건, 사고 발생, 검거 현황과 살인사건 수사상황을 보고 하지만 강력사건이 발생하였을 때는 해결했다는 보고 외에는 다른 이유가 통하지 않는다.
특히, 총경 승진을 목전에 두고 있는 강력계장은 강력사건을 빨리 해결하지 않아 하루하루가 가시방석이다.
청장에게 아침 보고를 하고 나서 부리나케 수사본부 회의에 참석하여 하나씩 체크를 하며 청장의 지시사항을 전달하고 또, 수사 방향이나 수사요령에 대하여 지시를 한다.
수사에 진척이 없을 때는 제일 기초적인 사실부터 확인 해 나간다.
강력사건은 발생하고 나서 일주일쯤 지나도 해결이 안 되면 어디에서부터 수사초점이 어긋났는지 지휘부부터 말단 형사까지 각자의 의견을 제시하는 토론회를 장시간에 걸쳐 개최한다.
그러다가 누구나 공감하고 타당성 있는 의견이 도출되면 그 방향으로 수사가 진행되기도 하는데, 현장 수사 경력이 없는 지휘부는 자신 뜻대로 수사하라고 할 때가 종종 있어 불평불만이 나오지만, 계급사회에서 상급자를 이길 방법은 없다.
고가의 통신기계와 소지품 등이 그대로 있는 것으로 봐서는 금품을 노린 강도의 범행으로 보기는 어려워 주변 인물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었다.
각 팀별로 수사할 것들이 정해졌는데 우리 강력계 팀은 현장 중심 수사를 하게 되었다.
‘현장에 답이 있다.’라는 수사의 제일 기초가 되는 현장을 다시 한번 살펴보는데 이미 과학수사팀이 돋보기를 이용하여 조그마한 머리카락까지 채집해 놓은 상태였기에 특별히 할 것이 없었다.
마침 경찰청 과학수사계장이 다툼이 있었던 점포 뒤 공터 수돗가에 같이 있었다.
(과수계장은 어렸지만, 경정이었고 총경 승진 후 일선 경찰서장을 하고 있다)
“계장님! 여기 벽면에 피가 튀어 무언가 닦은 흔적이 있는데 루미놀 시약으로 확인해 봤습니까?”
“당연히 해봤지요. 피가 비산 된 것이 엄청 많았어요 격하게 싸웠던 것 같습니다”
“누구의 피였나요?”
“피해자 것과 범인으로 보이는 자의 피가 섞여 있었는데 자세한 것은 아직 국과수에서 통보가 안 왔습니다.”
피를 씻으면서 혹시 남아 있는 것이 있나 싶어 물이 흘러나가는 하수구의 손바닥만 한 작은 구멍 부분의 덮개를 들었더니 작고 하얀 단추가 턱에 걸려 있었다.
“계장님! 이거 한번 보시지요.”라며 단추를 가리켰더니
“잠시만요. 사진을 찍고 꺼내 봅시다.”하고는 옆에 있던 과수 요원을 불러 일시, 장소, 위치 등을 기재하여 옆에 두고 정밀사진 촬영을 하고 핀셋으로 단추를 수거하여 증거 수집 통에 넣었다.
“계장님! 국과수(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서 혈액형과 어떤 형태의 옷에 사용된 것인지 분석 의뢰해 봅시다.”
“아! 진짜 좋은 것을 찾았어요. 역시..”
그 단추가 사건을 해결하는데 단서가 될 줄 당시엔 몰랐다.
급한 감정물이 있으면 조금이라도 시간 단축을 위해 속달 우편보다 형사가 직접 의뢰공문서와 함께 서울 국과수로 간다.
DNA 등 분석은 시간이 걸리지만, 혈액형은 확인할 수 있었고 출장 간 오후 퇴근 시간에 혈액형이 나왔는데 피해자의 혈흔이 아니었다.
예전에 누군가의 옷에서 떨어진 단추일 수도 있지만, 일단은 수사에 참고하기로 하고 피해자 가족에게 같은 단추의 옷이 있는지에 대하여 수사를 하였지만, 집에는 같은 종류의 단추가 없었다.
어찌 됐든 단추에 대하여 결론을 지어야 다음 수사를 할 수 있어 저녁 전체 회의 때 공개적으로 하수구에서 발견한 셔츠 단추 발견 보고를 했다.
(특수 첩보가 있거나 용의자로 특정 지울만한 사항이 있어도 형사 개인 욕심으로 회의 때 보고를 하지 않는다. 그런 점을 보완하고자 요사이는 정보 제공자도 검거자와 같은 혜택을 준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범인이 수돗가 현장에 다툼이 있은 후, 뿌려진 피를 씻어 내리면서 하수구에서 발견된 것 같다’라며 각자 수사를 하면서 수사 선상에 있는 용의자가 있으면 셔츠 단추를 주위 깊게 파악하라는 뜻에서 확대된 단추 사진을 형사들에게 배포하였다.
범인이 자신의 옷에서 단추가 떨어진 것을 알았다면 옷을 버렸거나 다른 단추를 다시 꿰매었을 것인데 찾을 길이 막막했지만 아주 유익한 단서가 될 수 있어 포기할 수가 없었다.
◆ 축구 동아리 ◆
시간이 흘러 또 며칠이 지났지만, 소득이 없어 애가 타는 와중에 퇴근 시간이 지났는데 30대 중반의 남자가 범죄 현장인 가게로 사건 처리가 궁금해서 찾아왔는데 자신은 신수우(가명)이며 피해자 변해광과 같이 축구 동아리를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신수우는 반야월에 있는 00 자동차 정비공장에 근무하고 있었다.
피해자는 30여 명이 모인 00 축구 동아리 회장 겸 감독을 하고 자신은 총무를 해서 친하게 지냈다고 했다,
피해자는 통신기기를 판매하면서 영업을 하기에 손님들에게는 평소 엄청 친절하고 다정스러운데 다른 동아리와 친선경기나 협회장기 등 시합을 하게 되면 승부욕이 발동한다고 했다.
시합을 뛰고 있는 회원은 될 수 있으면 오래, 많이 뛰고 싶은데 실수하게 되면 즉시 욕설과 함께 회장 겸 감독인 변해광 마음대로 선수교체를 해버리는 경향이 있어 저승사자라며 간간이 회원들에게 밉보일 때가 있다.
그래도 경기가 끝나면 언제 그랬나 할 정도로 다정한 모습으로 돌아와 회원들에게 사비로 음료수나 물품을 사주기도 하고 이겼을 때는 삼겹살에 소주 파티를 열어주기도 해서 밉지만은 않다고 했다.
그런 면이 있다는 말을 듣고 신수우에게 축구 동아리에 대하여 상세하게 물었다.
“총무님! 축구 동아리는 몇 명으로 구성되었습니까? 그리고 언제 모임을 합니까?”
“전부 직장인이기 때문에 매월 첫째 주 일요일 아침 10시가 정기 모임일인데 00 초등학교에 모이고, 수시로 수요일과 주말마다 다른 동아리와 시합을 하거나 아니면 우리끼리 편을 나누워 공을 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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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이 발생하고 수사를 하며 형사 수첩에 기록해두었던 주변 상황, 인물들 진술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 입니다.